친절도 불친절도 아닌 딱 중간의 태도. 보통의 냉정함.
4월 2일 목요일 오전 10시 50분
상담사와의 약속 시간이 10분 남았다. 약속 시간 10분 전.
나와 상대방에게 부담스럽지 않은 시간. 10분은 세영에게 그런 의미였다.
세영이 앉은 대기석에서 23번 창구가 보인다. 창구는 비어있고 상담사는 자리에 앉아 있다.
상담사가 세영을 흘낏 쳐다본다. 하지만 세영을 부르지는 않는다.
세영 역시 약속 시간이 되기 전까지는 상담 창구로 갈 생각이 없다.
애매한 대치 상황이 흐르고 약속 시간이 되자 상담사가 세영의 이름을 부른다.
"혹시, 진세영 님이세요?"
"네."
"이쪽으로 오세요. 먼저 도착하셨으면 오셔서 말씀하시죠."
"아……네."
그렇게 어색한 대화가 시작되었다.
"제가 말씀드린 서류는 준비하셨죠?"
"네. 그런데 제대로 준비했는지 모르겠어요." 서류를 내미는 세영은 자신이 없다.
서류를 한 장 한 장 검토하는 상담사의 몸짓에 세영은 주눅이 든다.
상담은 약 30분에 걸쳐 이루어졌다.
우선, 상담사는 취업성공패키지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취업성공패키지는 1 유형과 2 유형이 있는데요. 가구단위 중위소득 60% 이하, 재산 4억 이하이신 분들은 1 유형을 신청하실 수 있어요. 1 유형은 구직촉진수당과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세영 님에게 훨씬 유리한 조건이죠.
구직촉진수당… 한마디로 구직을 위한 돈을 준다는 것이다.
분명 세영에게는 좋은 조건이다. 마지막 월급을 받은 게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다.
그런 상황에 취업을 준비하며 매달 수당까지 받을 수 있다니, 나라에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중위소득 60% 이하, 재산은 4억 이하. 그 현실적인 조건이 찜찜하다.
상담사는 지원금을 받기 위해 세영이 꼭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 주었다.
23번 창구의 상담사는 적당히 친절했다.
과도한 친절도 불친절도 아닌, 딱 중간의 태도. 그런데 세영은 그 보통의 태도에서 냉정함을 느꼈다.
최근 세영은 자존감이니 자신감이니 하는 단어들과 영 멀어진 터였다.
상담사에게 느낀 감정은 결국 자신 때문이라는 걸, 세영은 알고 있었다.
그렇게 상담사와의 첫 번째 상담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