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기분

47.

by EARNEST RABBIT

매일의 기분


지하철 의자에 앉아 찬찬히 다른 이의 표정을 본다.

가려진 마스크 사이로 보이는 눈과 이마 미간을 보아도.

조금은 그 사람의 기분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알 수 있다는 것과 알고 있다는 것은 다른 의미다.


단정 지을 수 없다.

당사자가 아닌 타인이 그 사람을 그냥 자신의 생각으로 판단하는 것은.

끊어진 동아줄을 생명줄로 알고 있는 것과 같다.


이러한 판단을 마치 그것이 맞는 것인 양. 결론지으면 안 된다.

뭐, 나와는 연결되어 있지 않은 관계에서도 그러한 행위는 위험하다.


기분은 습관으로 표출되기도 하니까.

함부로 상대방의 기분을 헤아리려 해서도 안된다.


자신이 생각하는 매일의 기분이 다르듯 다른 이의 기분도 매일 다르기에.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이 그 사람의 기분을 대변하는 것도 아니기에.


상대방을 헤아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이 어려운 것을 해내야 하는 것이 타인과의 관계다.


타인의 기분. 내 기분. 그리고 매일의 기분.


하나, 하나 모두가 연결된 유기체적 생각이 다른 이로 하여금.

내가 생각하는 행위의 주체가 타인의 되어버린 요즘.


매일의 기분을 관찰하지만. 어떨 때는 '이것을 왜 하고 있나?'라는 허탈감이 밀려온다.

어차피, 내 기분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그렇게 중요하지 않는데.


내 기분쯤이야 다른 이들에게는 하이패스처럼 순식간에 '쓰윽'하고 지나갈 뿐인데.


다른 이를 위한 기분 체크보다는 나를 위한 기분 체크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인데.

너무 남에게 맞춰져 있는 내 삶의 쳇바퀴가 삐그덕 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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