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알콜, 그리고 자가면역질환.

48.

by EARNEST RABBIT

13%의 알콜, 그리고 자가면역질환.


스파클링 와인을 손으로 깠다.

손으로 깠다는 표현이 맞다.

와인을 손으로 깐다는 것은 참으로 많은 완력을 필요로 한다.


"뽕"하는 소리와 함께 하얀 탄산기포가 올라온다.

마치 강주변을 새벽에 달리는 기분이다.


하얀 물안개가 차의 시야를 가리는 듯한 기분.

알콜분해를 하지 못하는 인간이 13%의 알콜을 온몸으로 받아드리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정신은 몽롱하고, 시야는 흐릿하며, 손가락의 움직임은 무의식이 아닌 의식을 통해 더 많은 신경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자가면역질환자가 인내해야 하는 일들은 참으로 많다.


갑자기 오락가락 하는 신경변화와 장의 움직임의 이상 반을 통제 하지 못하고.

화장실에 금이라고 숨켜놓은 듯 뛰어가는 행위.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어쩔 때는 극한의 변비를 또 어떨때는 개방된 문으로 아무나 출입하는 자동문 처럼 힘없이 모든 것을 쏟아낸다.


의식으로 통제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신경들의 환락적 움직임.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신체적으로 반응하는 알 수 없는 가려움과 붉은 반점들.

그 모든 이상을 정의할 수 없는 의료체제.


몸에 반응을 통제할 수 없는 요란한 반응들에 익숙해져 갈 때 쯤.

내 정신이 조절할 수 없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듯 한 몽롱함.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점점 삐딱해지고.

삶에 대한 짜증이 밀려오는 신체적 압박이 강해진다.


이유를 알지 못하는 주변인은 내 곁을 점점 떠나고.

그 떠남에 익숙함이라는 포장지를 덪 입혀 아무렇지 않은 듯.

하나, 둘, 사람들을 떠나보낸다.


아픔이 더이상 특별하지 않을 때.

삶에 대한 악착같음의 이유가 점점 살아지며.

삶의 영위에 대한 욕심도 사라진다.


남들의 아픔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중없는 아픔이 반복되면. 나도 모르는 사이 점점 내 육체에 대한 기대마져 사라져 버린다.


어디까지 받아드리고, 어디까지 놓아줘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통증이 반복되어 내 숨을 조여 올 때 쯤.

나는 자꾸 해서는 안되는 자학적인 행위를 한다.


법적인 테두리 안에 합법화 된 자기 자학이 계속 되고.


내 육체가 점점 내 말을 듣지 않을 때.

내 눈의 초점은 흐미해져 가고.

더 이상의 이성적 판단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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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천성이 나오는 것이다.


그래도 법적으로 문제되는 일을 저지르지 않는 내 육체의 움직임에 감사함을 느끼는 하루.

하루의 마무리를 팽창된 복부와 모더나 백신의 이상 반응으로 가슴의 통증을 부여잡으며.

제발 조용히 넘어가길 기도한다.


그리고 하루를 흘려 보낸다.

막히지 않고 흘러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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