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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RNEST RABBIT Dec 01. 2021

커피 : 그라인더, 저울, 온도계.

2. 그래서 필요한게 뭐야?  

커피 : 그라인더, 저울, 온도계.


"기본적으로 분쇄 굵기는 00마이크론 입자의 blooming 과정에서 50ml의 물을 투과하여, 커피의 다공질 입자를 최대한 팽창시켜줘야 해." 


"frist brewing에서 커피의 물길을 막지 않은 선에서 와류를 최대한 아니 아니.

와류가 있으면 커피의 층이 교반 활동이 불규칙 아니 아니."


"커피를 내릴 때 와류가 잘 되어야 커피의 적심과 물의 침투가 골고루 이뤄져!" 


모르겠다. 도대체. 무엇이 커피를 내리기 위한 최선의 방법인지. 


에티오피아의 원주민들은 커피를 처음 먹었을 때 열매를 으깨서 동물성 기름과 섞어서 전투 식량으로 이용했다는 것이 정설인데. 맞다. 우리가 생각하는 에너지 바라고 생각하면 된다. 

커피를 오래 하면 할수록, 과학적 증거는 많아지지만. 거기에 따른 객관적 자료의 수치만으로 접근하는 커피 과학의 영역이 참으로 다양하게 생겨난다. 


이제는 커피를 설명할 때. 

화학적 용어와, 객관적 수치를 사용하지 않으면 신빙성을 잃는다. 


하지만, 정말 하지만... 


커피의 영역이 그토록 세분화되고,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의 노고로 인해 평준화된 커피의 일관성이 있는 추출과 그에 따른 산미의 맛이 좋다고들 하는데. 


어찌 산지에서 내려 먹는 막 드립(흔히 말하는 온도계, 저울, 제대로 된 주전자가 없지만 커피에 그냥 물을 부어 내려먹는 한 잔의 커피) 한 잔의 여운이 이리도 오래가는 것인지. 


오히려 저울과 좋은 분쇄(미분의 입자가 적고, 컷팅된 원두 입자가 균일한?)를 위한 몇백만 원짜리 그라인더로 정확한 그램으로 내린 커피 한 잔. 거기에 물의 활성 농도까지 생각한 최첨단 물의 마그네슘과 염소의 함량을 철저히 계산하여 한치의 오차도 없는 온도의 설정값이 세팅된 brewing coffee. 


하지만 위의 제품을 구비하지 않고. 로스팅도 포인트의 아그트론(분쇄된 원두 입자의 색을 숫자로 표시한 값) 값도 들쭉날쭉한 원두를 으깨서 뜨거운 물만 부어 만든 샘플 커핑의 맛에도 못 미치는지. 


최첨단을 달리는 커피시장의 하이엔드 머신들의 향연에 우리의 눈은 높아만 지고. 몇 천만 원의 하이엔드 머신이 마치 커피의 프로페셔널을 대변하고, 매장의 간판이 되는 현시대의 한국 커피 시장이 걱정이다. 점점 커피의 수확량은 줄어들고, 멋으로만 마시는 커피가 판을 치는 스페셜티 커피 시장. 


이러한 현상이 계속되면, 살기 위해 커피를 마시며. 버티는 사람들이 더 힘들어질 텐데.

 

커피 업계의 프레임이 더욱 가속화되고, 지구 온난화와 코로나로 인한 선적 및 농장의 피해로 커피 값을 올릴 명분이 이리도 명확한 시기에. 자본주의 논리에 입각한 커피 생두의 가격은 벌써 150% 이상 인상을 한 상태.  


담배 한 개비와 커피 한 잔으로 추울 겨울 손을 불어가며, 몸의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깊은 한숨으로 잠시나마 삶의 고난과 힘듦을 이겨냈던 나날들이 이제는 커피 한 잔도 얇아진 주머니 사정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 


그들의 한 숨이 하나의 연기가 되어 비를 내리게 하는 날도 있었다고 하니. 이제 한 손에 커피, 다른 손에는 담배 한 개비가 쉽지 않아 지는 삶에서.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이 더 많아지겠구나. 


커피 : 그라인더, 저울, 온도계로 시작한 이야기가 삶의 걱정으로 끝나는 것을 보니. 나도 이제 나이를 먹긴 먹었나 보다. 예전에 나에게 커피는 달달한 캐러멜 마끼아또로 정의되었는데. 시간이 이리도 빠르다. 


어느 날부터인가, 더 이상 달달한 커피는 커피로 느껴지지 않는 삶의 연속성에서 내 입 맛이 쓰디쓴 프랜차이즈 커피에 샷 추가로 잠을 쫓기 위해 마셨던 커피로 변했고 이제는 커피로 밥 벌어먹고 살라고 아등바등 살다 보니. 커피가 경제학으로 다가오네. 


물론, 내가 커피로 밥을 잘 벌어먹고 살았으면. 이런 비관적인 생각도 하지 않았겠지? 

밥 대신 커피를 먹는 횟수가 많아진다. 돈이 없어서라기 보다는 밥 먹을 돈을 아껴 커피를 사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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