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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RNEST RABBIT Dec 06. 2021

알고 마시면 향기로운 커피 십계명

4. 각자가 추구하는 커피에 약간의 객관적인 의식이 함의 될 때. 

알고 마시면 향기로운 커피 십계명


1. 커피의 활용은 마시는 사람이 정하는 것이다.


어떠한 방법을 이용해 내려먹든, 어떠한 생두와 원두를 골라 내려마시든! 기억해라! 커피의 기원 에티오피아에서는 커피를 동물의 기름과 섞어서 에너지바 형식으로 먹었으며, 우리가 배추를 김치, 전, 국, 튀김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먹듯이 에티오피아에서도 커피는 곧 한국의 배추와 같은 식품이다.


2. 옷과 다른 소품에는 자신의 취향이 확고하지만, 커피에서 만큼은 취향이 우유부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지극히 정상이다.


분명, 어제 마셨던 커피를 오늘도 마셨는데 어제 느꼈던 커피 맛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커피는 우리의 기분과 환경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며 심리게임으로 '이 커피에서는 베리류의 향과 넛트류의 고소함이 느껴집니다.'라는 바리스타 한 마디에 브루잉 커피에서 실제로 그런 맛과 향이 나기도 한다. 


주관적인 커피 취향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무 근거 없이 들이대는 커피 이론은 삼가주시라!  

 

3.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설명은 할 수 있지만, 다른 이에게 강요하는 것은 지양한다.


"야! 커피는 시트러스 계열의 신 맛이 나야지 그게 스페셜티 커피야!"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것이 또 정답은 아니다. "커피에 정답이 어딨어!"라는 주장도 존중한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개체가 워낙 자기주장이 강하고, 목소리 큰사람이 이긴다라는 옛말도 있지만, 커피에서 만큼은 제발, 정말, 제발! 배려라는 행위가 선행됐으면 좋겠다. 


일단, 내가 좋아하는 커피가 세상 제일 맛있는 커피라는 편견을 버렸으면 좋겠다. 

인간의 미각 체계는 다감각적인 요인들과 주변 환경에 따라 수시로 변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커피에서 이런, 저런 향과 맛을 느꼈는데, 넌 어땠어? 아 그래 너는 그런 맛을 느꼈구나. 참 신기하다. 같은 커피인데 다르게 다가오네, 우리 식으면 한 번 더 테이스팅 해보고 또 어떤 맛이 났는지 이야기해보자!"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하지만 국제 통용 커핑 용어는 지켜주는 것이 좋다. 모든 자리에서 그럴 필요는 없지만 대외적인 자리에서 만큼은 주관적인 용어보다는 SCA(미국 스페셜티 협회)에서 정해놓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커핑 폼은 우리가 컴퓨터를 할 때 사용하는 코딩 용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정확한 피드백과 토론을 위해서 커핑 폼 용어는 커피를 좋아하는 커피인들의 만국 공통어인 것이다.     


 

4. 맛있다는 것은 내가 마시는 커피의 맛과 향미가 내 취향에 부합되어 좋다는 지극히 개인 편향적인 감각의 역치이다.


위의 이야기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인간의 역치는 사람마다 각기 다르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상대방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기분 나빠하거나 서운해하지 마라. 

맛의 표현과 구별은 경험을 통해 스펙트럼이 계속 넓어지기 때문이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하지 않던가!


5. 커피의 정답은 하나다. 내 입맛에 맛있는 커피를 객관적, 주관적 관점에서 잘 표현하면 맛있는 커피다.


이때, 커핑의 스킬이 필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맛과 향의 가치관을 비교적 객관화하여, 신빙성을 얻고 그 신빙성을 바탕으로 정확한 재현을 통해 상대방으로 하여금 일관된 반응이 나오면 그 커피는 참으로 엑설런트 한 커피가 되는 것이다. 


무조건 우긴다고, 원숭이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물은 물이요, 술은 술이고, 커피는 커피로다! 


6. 비싼 커피가 좋은 것이 아니라, 좋은 커피가 비싼 것이다.


우리는 가끔 가격으로 커피를 평가하려 하는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물론, 비싼 커피는 품질이 좋은 커피로써 수확과 가공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퀄리티 좋은 커피를 생산해내는 것이 맞다. 하지만 모든 커피 농장이 최첨단 시설을 통해 일관된 커피 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쉬운 예로 현지 다이렉트 트레이닝을 통해 산지로 가서 커핑을 통해 좋은 생두를 찾아서 그것을 선물거래로 받기로 했다고 치자. 


하지만 선물을 걸어놓은 날짜에 갑자기 자연재해가 일어났거나, 더 큰 손(자본이 많아서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나타나 함께 평가했던 생두를 싹쓸이해가면. 


그 농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테루아는 같지만 그 생두가 아닌 다른 생두를 보낼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은 그러한 경우가 거의 없지만, 18세기 - 19세기만 해도 옥수수 알맹이를 껴서 보내거나 일부로 생두에 물을 먹여 적은 양의 생두로 무게만 채워 보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생두를 수출 금지 품목으로 정했던 시기도 있었으니. 말 다했다. 


하지만 21세기 현재. 그렇게 했다가는 아주 그냥 철컹철컹 된다. 정보 홍수의 시대에 맞게 예전 같았으면, 커피 전문가들만 알고 있던 정보들이 현재는 검색 한 번으로 일반 소비자도 맘만 먹으면 모두 알 수 있는 시대다! 


괜히 젊은 청년들이 ESG 경영을 주장하며, 자신들이 앞으로 살아갈 지구를 위해 두 팔, 두 발 벗고 외치는 것이 아니다! 


`Environment` `Social` `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단어 조합으로 기업 활동에서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 등 정직하고 투명한 경영을 고려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기업 철학을 담고 있다.


7. 커피 한 잔으로 모든 사람을 충족시킬 수 없다. 자신의 커피를 좋아해 주는 사람에게 충실하자! 


한 사람이 커피 한 잔으로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수는 있지만, 한 잔의 커피로 모든 사람을 충족시켜줄 수는 없다. 개인 취향의 존중을 위해! 우리는 보다 열린 생각과 행동으로 많은 이들의 취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8. 커피는 다 감각적 요소가 충족되어야 비로소 완벽한 커피 한 잔이 된다. 


1) 매장의 인테리어 시각적 요소 

2) 매장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 청각적 요소 

3) 커피의 맛에서 느껴지는 미각적 요소 

4) 커피의 향에서 느껴지는 후각적 요소 

5) 입안의 농도에서 느껴지는 촉감적 요소


완벽한 커피를 내리기 위해서는 정말 여러 가지 변수와 생각할 것들이 많다. 

어느 하나만 내세워선, 특별한 커피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여러 가지 요소가 조금 떨어지지만 진심이 담긴 친절과 상대방을 향한 정성이 깃든 커피는 반대로 부족한 것을 채워준다. 단, 맛있는 커피를 잘 내리고자 하는 열정과 공부가 선행되어야 한다.  


9. 로스터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내린 커피와 원두에 대해서는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무조건 생두 바이어와 로스터만이 생두와 커피를 이해하고, 그것을 표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원두를 구매했다면, 커피의 캐릭터를 숙지하고 그 원두에 맞는 추출과 추출이 된 커피를 설명할 수 있는 원두 구매자가 되어야 한다. "커피가 다 똑같지.", "커피가 다 거기서 거기지."라는 획일적인 시각을 다각화하는 것이 커피를 즐기는 커피인으로 필요한 덕목이다!  


10. 위의 요소가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커피에 대해 주장할 때는 객관적 요소와 설명을 확실히 할 수 있어야 한다. 


"이거 파나마 게이샤!"라는 단어로 고급진 생두와 원두를 설명하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 


정보가 흘러넘치는 커피 시장에서 자신의 커피를 인정받기 위해선, 자신의 커피에 대해 조금 더 솔직해지고, 투명해져야 한다. 


자신의 커피에 대해 잘 설명할 수 있는 설명충이 되어야 한다. 


물론 TMI는 듣는 이로 하여금 청각의 피로도를 높이지만, 그래도 "이건 비싸게 주고 샀으니 맛있어!"라는 책임감 없는 설명보다는 차라리 매장의 색깔과 바리스타의 경험에서 우러나는 설명이 있는 커피 한 잔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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