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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RNEST RABBIT Feb 20. 2022

커피를 접한 클레멘트 교황 8세

5. 그의 커피는 특별한가?

5. 커피를 접한 클레멘트 교황 8세


커피 경제학이라는 용어가 통용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우리의 삶 깊숙이 들어와 우리의 감각을 모두 장악한 커피. 


향기로움과 상큼한 커피의 맛 그리고 피곤한 삶에 지쳐, 잠들어 있는 신체의 뇌리를 깨우는 카페인. 


커피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산업혁명을 이끈 물질 중 당당히 전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커피의 위상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보기에 사뭇 남다르게 느껴진다. 


산업 혁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전구가 어둠을 밝혀 주어 노동시간을 늘려주었다면, 커피는 피곤한 육체의 피로와 정신의 기민함을 밝혀주었다. 500세기경 에티오피아 부족에 의해 식량 및 약용으로 시작되었던 커피. 


이제는 여러 가지 추출법을 통해 하나의 커피를 다양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시대적 관점으로 해석하면, 인간 욕구의 표출 및 억제를 위해 커피를 사용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시대는 커피를 악마의 음료로 어떤 시대는 커피를 신성한 음료로 이렇듯 인간의 욕구와 이성에 따라 커피는 양날의 검이었다.


커피는 꽃 향기를 담고 있는 듯한 뉘앙스를 표출하기도 한다. 


교황 클레멘트 8세 시절, 이슬람의 음료인 커피가 자꾸 여러 지역으로 퍼져나가자 커피를 금지해 달라는 일부 성직자들의 청원이 교황에게 접수되었다. 교황과 고위 성직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커피 시음회가 벌어졌다. 교황 앞에 커피 한 잔이 놓였다. 


커피를 마신 교황은 이렇게 말했다. “술탄 음료이기는 하나 참으로 맛이 좋구나, 악마의 음료로 불리는 커피에 세례를 베풀어 사탄을 바보로 만들고, 이것을 기독교의 음료로 만드는 것이 어떻겠는가!” 그리고, 교황은 커피에 세례를 베풀었다. 하지만 여기에 더 높은 물질이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바로 포도주와 맥주였다. 포도주는 이미 기독교에서 신성한 물질로 여겨지며 공식적인 위치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커피와 맥주의 경쟁을 시작으로 1618년부터 1648년까지 독일에서 유럽인들은 이른바 ‘30년 전쟁’이라고 불리는 종교전쟁을 치렀다. 30년 동안 지속된 가톡릭과 프로테스탄트 사이의 전쟁으로 피폐해진 사람들은 고통과 슬픔을 술로 달래려 했다. 포도 경작은 손이 많이 가고, 예민하기 때문에 재배도 쉽고 주조도 간단한 곡물 숙성주인 맥주를 택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맥주의 소비는 자연스레 늘어나게 되었다. 포도 재배 라인과 마인주 그리고 도나우 계곡 남부로 밀려났고, 북유럽에서는 맥주 소비가 크게 늘어났다. 오스트리아 빈 사람들은 포도주를 즐겼지만, 17세기 후반 오스만튀르크의 공격으로 포도밭이 폐허로 변해버렸다. 


그 후 오스만튀르크 군대가 남기고 간 커피가 포도주를 대신하는 마실 거리로 등장하는 웃지 못하는 상황도 연출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폐허가 된 포도 경작지가 커피 경작지로 바뀌는 일도 생겨났다. 


인간의 욕구와 경쟁에서 빗어진 자본주의의 토대 위에 새워진 커피 경작. 그 재배물을 통해 나라의 권익을 위한 영토 싸움. 지리적 영통 분쟁이 빗발치는 요즘. 이 시점에서 커피라는 매개체의 이동경로와 각 나라의 커피와 얽힌 이야기를 풀어가도 재미있을 것 같다. 


커피라는 매개체의 넓은 역사적 사건의 이야기 속에서 새로운 사실과 인간의 시대적 사상을 연계한 커피 역사 이야기도 준비하고 있으니. 커피 인문학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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