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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RNEST RABBIT Oct 2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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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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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대한 불확실성이 내 인생에 자양분이 되어 살아갈 이유를 찾게 되는 시기가 있다. 


무엇을 이뤄보려 붙들고, 무엇인가 이뤄보려 아등바등할 때는 세상 모든의 모든 불행한 일들이 나에게 쏟아지는 것 같더니. 삶에 대한 회의와 이제는 무엇을 하는 것조차도 무례함으로 보일 까 봐 모든 것 놓아놓고, 되는대로 살아가니 조금씩 일이 풀려간다. 


거대한 무엇인가를 이뤄 보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남들 다 해내는 일들 평범하고 소소하게 주변인들과 성공해서 행복을 나누고 싶었는데. 그게 그렇게 마음대로 안되더라. 초조함과 불안의 시간들이 자꾸만 길어지고, 그 길어짐 속에 나에 대한 믿음과 확신까지 사라져 가는 시간.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가족들의 사건사고들이 연달아 터졌다. 차라리,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도를 드렸다. '신이시여, 어찌 저는 다들 서있는 출발선에도 못 서보고, 출발선까지 다시 내달려야 합니까?'




'출발선에 도착해 뛰어보려 해 보니 체력은 바닥 낫고, 이미 저보다 먼저 결승선을 향해 내달리는 사람들이 이리도 많군요.'


'도대체 어찌해야 저는 남들이 원하고 바라는 결승선에 도착해 보나요?'하소연이 길어지자. 


신도 이런 내가 불쌍했는지. 마음의 소리로 내게 속삭이셨다. 


'얘야, 너는 달려 나갈 튼튼한 두 다리가 있지 않니?''너의 뒤를 보렴, 기어서라도 자신의 레이스를 완주하려는 저 사람을.'


그렇게 나의 기도는 원망과 탄식의 기도가 아닌 감사의 기도로 바뀌었다. 현재 내 삶에 살아있음에. 


앞으로 뛰어나갈 수 있는 두 다리가 있음에. 걷고, 뛰고, 구르다 보면. 


어느 순간 가닿아 있겠지. 그토록 원하고 바라던 그 결승선에. 하지만 이젠 괜찮다. 그곳에 굳이 억지로 당도하지 않아도 가는 길이 행복하고 감사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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