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감정의 단계
분명, 내가 화낼 상황이 아니었다.
그냥, 같은 일을 처리했고 오늘의 일을 모두 마쳤다. 육체노동 강도가 많았던 하루였다.
새벽 일찍 일어난 것도. 전날 밤 잠을 늦게 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좋지 않은 하루의 시작. 일요일의 시작.
신이 천지창조를 하시고 심히 만족해하신 일요일 아침.
이상하게 난 만족이란 단어와 결부시킬 수 있는 기분 상태가 아니었다.
내가 내 기분을 조절하지 못한다는 건.
어쩌면 인간으로서 내가 해내야 하는 일들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21세기 명상과 뇌에 대한 인류의 새로운 시선과 연구들이 진행되는 상황.
인류의 탄생 이후, 인간이라는 생명체의 감정에 이토록 많은 연구 결과가 나오는 시대도 없었을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똥 밟았다고 생각해.'라는 말로 하루를 보낼 수도 있지만.
오늘 이상하게 내 기분과 감정에 많은 생각을 할애한다.
시간을 할애할수록 자꾸만 더 좋지 않은 감정으로 빠져드는 상황.
이토록 좋은 하루가 이토록 복잡할 수 있다니. 휴일의 명분과 일요일이라는 대명사가.
나에게만큼은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수많은 일요일 중 하루.
오늘 하루의 전개는 어떻게 흘러갈까? 기분이 태도가 되는 순간.
태도를 보고 피하는 상황을 만들고 싶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