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 돌아온 지 이제 몇 개월이 흘렀다. 주인공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공동의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고 2050년의 지구를 위해 여전히 이곳에 있었다. 동시에 각자에게 2025년의 삶은 마치 두 번째 기회처럼 느껴졌다. 엄밀히 말하자면, 2050년의 그들 모두는 실패자였고 더 이상의 희망을 찾기 어려웠었다. 그런 그들에게 2025년은 이제 새로운 삶의 일부로 조금씩 받아들여지게 된 것이다.
진우는 금융 업계를 중심으로 다시 자신의 입지를 빠르게 넓혀갔다. 진우는 현재의 긍정적인 변화 움직임을 뒷받침하고 앞으로 생길 위기의 순간을 버티게 해줄 탄탄한 경제적 토대를 그룹의 미래를 위해 갖추어 놓고자 했다. 환희와 다짐은 변덕이 심하고 지속성이 없다는 것을 무수한 역사가 증명하고 있었다. 금융 시장의 흐름을 잘 기억하고 있는 그는 과거보다 훨씬 더 빠르게 업계에서 이름을 알렸다. 많은 이들이 그를 주목하고 교류하려고 했다. 그러는 사이 진우는 점차 자신의 생활과 방향성이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과거에 집착했던 성공과 눈에 보이는 성과, 자본의 논리 속에 다시 스며들고 있었다. 물론 그는 지구를 위해, 인류를 위해 필요한 일을 하고 있는 거라고 자신을 달랬다.
어느 날 저녁, 진우는 과거의 자신을 연상케 하는 젊은 뱅커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그들은 진우의 갑작스러운 등장과 성공, 그 밑바닥에 있는 예리한 통찰력을 부러워하며, 그와 비슷해지고 싶다고 말했다. 그들에게 진우는 센세이션한 다큐멘터리를 들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늙은 달러 카우보이였다. 진우는 미소로 그들을 격려했지만, 마음속에서는 자신이 여전히 예전의 방식대로 움직이고 있음을 자각했다. 자신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이곳에 왔으며, 이제 충분히 나이를 먹은 성숙한 인간으로 대의만을 생각한다고 했으나, 그는 여전히 그였다. 미래에서 온 그도 결국 하루 24시간의 시간을 보내며 매일 매일의 생활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다름이 없었다. 매우 긴 여정이다. ‘이 여정의 끝에는 과연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진우의 얼굴에 다시 그늘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스트리드는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더욱 깊이 몰입했다. 리사의 다큐멘터리로 인해 이미 세계적인 감독이 된 그녀였다. 그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더 많은 영상을 촬영했고, 창의적인 편집을 통해 영화의 예술적 가치를 높였다. 그녀는 예술의 힘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인류의 역사와 지구의 운명을 바꾸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발표하는 짧은 영상들과 발언 하나하나에 세상이 주목했고, 이제는 반복적인 히트작을 통해 세상을 구하는 히로인이 되고 싶었다. 그녀의 실제 삶에서는 거의 느껴보지 못했던 성취감과 우쭐함을 느꼈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자신이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수록 그녀는 더욱더 작품 활동에 몰두했다. 동시에 2025년의 예술 세계에 매료되기 시작한 아스트리드는 이 시대의 예술적 자유와 새로운 시도들이 자신의 창작 욕구를 자극하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과거의 예술가들과 협업하고, 이 시절의 창의적인 분위기에 더 오래 머물고 싶다는 욕망을 느꼈다.
어느 날, 인간의 ‘짧은 생’에 관한 아스트리드의 새로운 영상이 한 영화제에 초청받았다. 그곳에서 만난 유명 감독들이 그녀의 작품을 칭찬하며 협업을 제안했다. 정말 유명한 사람들이었다. 그녀는 그들의 거의 모든 작품, 그것들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그들의 미래를 이미 알고 있었다. 매우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아스트리드는 그들과의 대화에서 자신의 예술적 가능성을 재발견하며, 이제 이곳에 남아 계속 창작하며 이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희열을 느꼈다. 답을 알고 만들어진 이번 한 번의 성공이 아닌, 온전히 자신의 노력과 창작을 통해 만들어진 반복적인 성공을 통해 기후 변화를 거스르는 그룹의 목표가 더 잘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레이첼은, 미스 노이만은 5명의 인간을 2050년에서 2025년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데 성공한 과학자이다. 5명 외에는 아무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하고 앞으로도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것에는 단 한 번도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타임머신 이론을 재정립하고 더욱더 정교하게 만드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에 그들의 시도가 혹시 실패하더라고, 그녀와 동료들의 생물학적 수명이 허용하는 한 계속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반복적인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몇 가지 기술적인 문제만 해결하면 될 터이다. 2025년의 안정된 연구 환경과 진우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풍부한 자금력과 인프라를 잘 활용하면, 비록 그녀는 진우의 그런 접근에 반대했었지만, 더 나은 결과를 빠르게 도출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연속적인 시간 여행에 따른 복잡성과 발생할 수 있는 모순, 타인들에 의한 오용 가능성 등 여러 가지 고민이 그녀의 머리를 떠나지 않았지만,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효율적인 기술을 확보해 놓는다면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그들의 싸움에 엄청난 유연성을 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과거의 보스턴에서 자신이 가졌던 어린 시절의 꿈과 이상을 다시 떠올렸다. 그녀는 과학의 힘으로 인류의 미래를 밝히고자 했던 그때의 자신을 되돌아보며,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한 모임에서 레이첼은 자신의 이론을 지지하는 과학자들을 만났다. 여전히 시간 여행에 대한 대부분 과학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였다. 또한 레이첼은 그녀가 가진 시간 여행에 대한 관심이 알려지고, 이것이 다큐멘터리와 기후 변화 대응 운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고려하며 매우 조심스럽게 처신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의 성공과 그 과정에서의 그녀의 역할과 유명세는 곳곳에 숨어 있던 외로운 타임머신 연구자들의 구심점이 되었다. 그들은 레이첼이 해놓은 연구의 진척 상황과 구체성, 엄청난 양의 데이터에 몹시 놀랐고 진심 어린 경의를 표했다. 그들 대부분은 그녀에게 배우고 싶어 했고 함께 연구할 것을 부탁했다. 레이첼은 웃으며 애매한 긍정을 표시했다. ‘이들과 함께 연구하고 내가 했던 연구 결과를 잘 전달한다면, 내가 없더라도...’ 그녀의 생각이 조금씩 실현되고 있었다.
동료들의 유명세와 이런 변화를 알리아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자연스러운 변화이며, 동시에 그들 공동의 목표에 더 가까워지는 길이라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불안한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누군가 실수하지 않을까, 그러다가 우리의 일을 그르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되었다. 그런 일이 생겼을 때, 그녀는 그것을 되돌림 힘도, 견뎌낼 자신도 없을 것 같았다. 그녀는 여전히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연이 아직 파괴되지 않은 이 시기에 머물며 일관되게 교육의 힘을 통해 서서히 변화를 일으키고자 했다.
알리아는 아이들에게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가르치며, 그들과 함께 미래를 위해 나아가고 있었다. 과거의 아이들은 그녀에게 무한한 희망을 주었고, 그녀를 신뢰했다. 알리아는 이곳에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미래에 두고 온 것들이 사무치도록 그립기도 했지만, 그런 것은 많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한 아이가 알리아에게 다가와 물었다. “선생님, 우리는 이 지구를 지킬 수 있을까요?” 그 단순한 질문은 알리아의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그녀는 그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동료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고, 충동적으로 그의 가까이 다가가기도 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가까스로 참아냈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 거지?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거지? 결국 어떤 결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위스키를 상당히 마신 진우가 갑자기 모두를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 그 질문은 모두를 깊은 생각에 잠기게 했다. 아스트리드는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지금처럼 여기에 남아 예술을 통해 계속 싸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가 꽤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알리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너무 좋아요. 하지만 늘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를 잊어서는 안 돼요. 그게 늘 첫 번째가 되어야 해요. 그것이 우리 남은 삶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만 변하지 않으면 될 것 같아요.” 하야토는 그저 그들의 대화를 묵묵히 듣고 있을 뿐이었다. 밤이 깊어 가고 있었다. 편안하고 조용한 밤이다. 고통받는 미래인들이 모두 한 번씩, 아니 수없이 꿈꾸었을 법한 그런 차분한 밤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지구의 기온은 미세하게 올라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