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의 성공과 함께 촉발된 기후 변화 대응 운동은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이어갔다. 사람들은 계속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높였고, 기업과 정부가 기후 변화에 대응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희망적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반발하며 그 목소리가 잦아들고 동력이 상실되기를 조용히 기다리는 세력도 있었다. 기후 변화 대응이 기존의 산업 구조와 에너지 구조, 이를 둘러싼 그들의 경제적 이익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여타 운동과 유행처럼 이번 움직임도 찻잔 속 태풍일 거라 여겼다. 대중이란 쉽게 달아오르고 쉽게 식는 그런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고 있었다. 그들은 조용히 기다리며 생각했다. “우리가 악으로 규정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돌아오는 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니까.”
이들 반대 세력은 오랜 기간 기득권을 유지해 온 거대 기업들과 정치인, 보수적 단체들이었다. 대부분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아주 일부는 자신들이 믿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다큐멘터리의 메시지를 왜곡하고, 그룹의 의도를 공격하는 치밀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들에게는 익숙한 작업이다.
변화의 물결이 거세지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성장해 온 에너지와 제조업 대기업들이었다. 석유, 석탄,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 산업의 주요 인사들이 모인 비밀 회의실에서, 그들은 다큐멘터리가 만들어낸 운동에 대한 해결 방법을 논의했다. 한 임원이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다큐멘터리와 그 뒤의 운동이 우리가 쌓아온 모든 것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성장과 지금의 안락한 삶에 기여해 온 우리를 이제 와 적으로 규정하는 그들의 기만과 선동을 더 이상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계속되었다. 곧이어 그들은 금세 합의하고 협력하기 시작했다. 영화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여론을 형성하고, 다큐멘터리의 신뢰성을 깎아내릴 구체적 방법을 즉시 찾기로 했다.
미디어를 장악한 그들은 뉴스와 토크쇼,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다큐멘터리가 과장되었고, 사실이 왜곡되었다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조금씩 흘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일부 과학자들의 발언을 왜곡하고, 그들이 극단적인 환경운동가들이라고 비난했다. 몇몇 매체는 리사의 이야기를 가짜로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있다고 떠벌렸다. ‘그렇다면 리사는 어디에 있는가, 왜 대중 앞에 나서지 않는가, 나서지 못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을 지속해서 던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다큐멘터리가 미래에 대해 잘못된 공포를 조성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대중의 신뢰와 관심을 떨어뜨리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기득권 세력은 정치인들을 포섭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들은 이미 포섭되어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견고한 정책적 방어선을 구축하려고 했다. 화석연료 산업에서 막대한 정치 자금을 받아온 정치인들은 이를 또 다른 기회로 삼아, 시민의 열망과 기후 변화 대응 정책을 무력화하는 데 앞장섰다.
워싱턴 D.C.의 한 정치 모임에서는 거대 화학 기업의 후원을 받는 의원들이 모여 '에너지 전환’ 포럼을 진행했다. 한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우리는 이 다큐멘터리가 과도하게 편향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고 주장해야 합니다. 지구 생태계의 자연스러운 순환 과정을 무시하고 합리성을 상실한 채, 감정적으로 접근하는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은 국가 경제 전체에 너무 큰 부담이 될 것이며, 이에 따라 우리의 많은 유권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입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북유럽 국가들의 국제적 위상과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에 의해 오랜 시간에 거쳐 기획된 작품입니다.”라고 다른 의원이 말을 이었다.
그들은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경제적인 불안감을 조장했다. "허구의 기후 변화와의 전쟁은 우리의 경제를 파괴할 것이며, 이는 곧 우리 모두의 삶의 질 하락을 의미합니다." 그들은 각종 보고서와 데이터를 왜곡하며, 기후 변화 대응이 마치 국민들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처럼 여론을 조작했다. 이런 노력은 즉각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여러 보수 단체들도 다큐멘터리와 기후 변화 운동을 공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들은 기후 변화가 자연적인 현상일 뿐 인간의 활동과는 무관하다고 주로 주장하며, 다큐멘터리가 근거 없는 공포심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부 단체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다큐멘터리에 대한 가짜 뉴스를 퍼뜨렸고, 몇몇 유명 연예인들이 이에 동조했다. 이를 통해 영화의 신뢰성을 집요하게 깎아내렸다.
SNS상에서는 다큐멘터리의 일부 장면이 조작되었다는 음모론이 빠르게 퍼졌다. 이들은 특정 장면을 편집해 진실을 왜곡하며, 주인공들이 마치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영화를 만든 것처럼 꾸몄다. “그들이 원하는 건 그저 명성과 돈일 뿐이지, 기후 변화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지독하게 지구를 이용하고 있을 뿐이야,”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그렇게 간절했다면 지금까지 그들은 과연 무엇을 했는가? 그들은 과거에 도대체 무엇을 했다는 말인가? 리사는 대체 어디에 있는가? 이 모든 게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
이들은 경제적, 정치적 수단을 넘어, 다큐멘터리와 관련된 그룹의 사생활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물론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그들의 과거 행적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좋은 공격거리였다. 주인공들은 사실 허수아비이며 거대한 세력이 배후에 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승기를 잡은 반대 세력은 각국의 정부와 의회에 대한 로비에도 열을 올렸다. 그들은 다큐멘터리의 메시지가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과장하며, 기후 변화 대응 정책을 저지하거나 약화하려는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다. 일부 의원들은 에너지 기업과의 연계로 막대한 정치 자금을 계속 받고 있었고, 그들은 그 자금의 달콤함에 빠져 다큐멘터리와 그 운동을 무력화하는 정책의 설계에 앞장섰다. 몇몇 국가의 대통령과 수상들이 이에 호응하기 시작했다.
일부 정치인들은 지속적으로 기후 변화 대응에 대한 회의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기후 변화가 그렇게 심각한 문제라면, 왜 그동안 우리가 이대로 살아왔겠습니까? 기후 변화는 몇십 년 뒤의 일일 뿐입니다. 지금 당장 경제를 파괴하면서까지 무리한 정책을 시행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확실한 현재를 희생하는 것은 너무 모순적입니다.” 그들의 프로파간다는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기존의 체제 유지와 경제적 성장을 지지하는 대중들에게 큰 호응을 얻어갔다.
기득권은 또한 다큐멘터리를 상영하고 있던 극장에 경제적 압박을 가했고, 상당수의 극장에서 다큐멘터리를 상영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하야토가 그들을 설득하려 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이미 볼 사람은 다 봤어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라고 아스트리드가 그를 진정시켰다. 또한 대부분의 OTT 기업이 다큐멘터리의 방영 계획을 취소했다. 이 모든 일들이 산발적으로 이뤄지는 것처럼 보였으나 실은 무서우리만치 철저히 계획되고 빈틈없이 실행되었다.
그들의 공격은 끝날 줄 몰랐고 몹시 집요했다. 다큐멘터리에 대한 부정적인 댓글과 가짜 뉴스가 온라인 플랫폼을 뒤덮었다. 각종 음모론이 퍼지기 시작했고, 다큐멘터리가 사실이 아니라는 의견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이 모든 것은 창작된 허구이며, 그저 쇼에 불과합니다. 이들은 자신의 유명세와 돈을 위해 사람들을 속이고 있을 뿐입니다.”라는 주장이 곳곳에서 반복되었다.
이러한 반발과 공격에 그룹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진우는 기업들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점점 더 큰 압박을 느꼈다. 더 이상의 만남이 무의미할 지경이었다. 전세가 완전히 역전되었다.
알리아는 자신이 진행하던 교육 프로그램이 보수 단체들에 의해 공격받으며 큰 시련에 직면했다. 그녀가 아이들에게 전하려 했던 기후 변화의 경각심이 왜곡되었고, 그녀의 활동이 무모하고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알리아는 점점 지쳐갔다. 그녀의 순수한 의도는 점차 불신과 오해 속에 묻히고 있었다.
기후 변화 대응 운동은 서서히 그 힘을 잃어갔다. 사람들이 처음에 느꼈던 열정과 희망은 점차 사라지고, 그 자리를 불신과 냉소가 채우기 시작했다. 기득권의 방해는 치밀하고 조직적이었다. 그들은 단순히 다큐멘터리와 운동을 무력화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신념마저 흔들어버렸다.
미디어와 정치인들의 조작된 메시지에 속아 넘어간 많은 사람들이 다큐멘터리를 비난하며, 기후 변화 대응 운동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사이비 종교의 쓸쓸한 퇴장을 보는 것 같다.”는 논평도 있었다. 거리에 나왔던 사람들은 점차 줄어들었고, 운동은 힘을 잃어갔다. 그룹이 이룬 모든 것들이 이제 물거품이 되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그들은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이 싸움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려웠다. 그들이 맞서야 하는 상대는 단순히 날씨가 아니었다. 그것은 기득권의 뿌리 깊은 저항이었고, 그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변화를 막으려 하고 있었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진우가 혼잣말처럼 나지막이 물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피로가 역력했다. 그러나 그들은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그들은 여전히 이 싸움을 끝내지 않았다. 주인공들은 서로의 손을 맞잡으며, 다시 한번 결의를 다졌다. 그들이 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아 있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날 숙소로 돌아가던 길에 하야토가 신호를 위반하고 달려온 트럭에 치여 죽었다. 피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룹은 극한의 슬픔과 두려움을 느꼈다. 그토록 강했던 사나이는 그토록 허무하게 생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