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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mbti는 enf/tp다. 특히 나는 조직생활을 너무 좋아하는데 학교도 그랬고 회사생활도 나에겐 즐거움의 원천 그 자체였다.
내가 일했던 광고회사는 대표님이 그 당시 30살이었고 평균 연령이 25-27세 정도 되는 아주아주 젊은 집단이었다. 밤새워 일하고 잠시 눈을 붙이는 사람과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는 사람이 너무나 다른 공기를 느끼며 아침 인사를 나누고 누가 누구와 싸우거나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 것이 아주 흔하디 흔한 생기 있는 곳이었다. 나는 광고 AE(광고기획자) 인턴이었는데, 그 당시 나의 직속 사수는 나보다 1살 어렸고 다른 사수 2명을 포함해 나까지 여자 4명이 기획팀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너무나 잘 적응하며 지냈다. 팀원분들도 좋았고 다른 부서 동료들도 모두 좋기만 했다. (인턴이었기에 더욱 껄끄러울 일이 없었을 거다.) 가끔 사수 분들이 클라이언트(광고주)와 통화할 때면,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나에 대한 의심도 거두지 않으면서 늘 새롭고 신기한 것들과 새롭고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 즐겁게 지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나보다 어린 그 사수를 되게 좋아했던 것 같다. 나이를 떠나서 강단 있고 뭐라고 할 땐 딱 잘라 말하고 칭찬을 할 때엔 깔끔하게 칭찬하는 모습이, 어렵긴 했지만, 좋게 느껴졌던 것 같다. 배울 것도 많다고 생각했다. (훗날 엠비티아이가 유행처럼 돌 때 그때의 사수를 회상하며, 그분은 분명 T일거라고 확신했는데 오랜만에 만난 사수에게 F라는 대답을 듣고는... 인간에겐 여러 가지 모습이 있구나 하고 놀랬던 기억.)
어느 날 나는 사수 한 분과 밥을 먹었다. 그러면서 업무는 어떤지 생활은 어떤지, 그런 회사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그때 나는 무슨 생각으로 사수에게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사회적 기업에 대한 미련을 놓지 못했다고 했다. 지금 함께 일하는 분들이 너무 좋지만 업무는 상업적 광고를 만드는 일이었기 때문에, 열심히 일하면 일할수록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직업을 갖는 게 꿈이었던 나에게는, 더 열심히 할 동기부여가 잘 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사수는 내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주며 공감한다고도 했다. 그리고 사촌 동생이 사회적 기업에 다녔는데, 사람들의 사회적 기업에 대한 인식이 돈도 많이 못 벌고 희생이 당연시되는 곳이라 일하기 힘든 곳인 것 같다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사실 어릴 때 패기 같은 거긴 하지만 이때 내 마음은 정말 불같이 뜨거워졌고, 사회를 위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박봉인 게 내 직업도 아니면서 화가 났다. 언젠가는 복지도 좋고 특히 여성들이 경력단절이 되지 않도록 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어릴 때의 패기 같은 거다. 복지 좋은 회사가 아니라 그냥 회사를 잘 운영하는 것도 어려움... 이제 기성세대가 다 돼서 사측의 입장에 공감이 많이 간다. 흑)
이 회사는 재밌고 나와 잘 맞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방향성이 맞지 않아 고민이 깊던 찰나, 얼스어스 피드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것이다. 인턴 생활 반년 동안 매일 아침 커피를 내려 마셨는데 나의 뜻에 공감해 줄 그리고 내 커피를 좋아해 줄 사람들에게 매일 커피를 내려줄 수 있겠냐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리고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직속 사수분께 퇴사신청을 하고 둘이 펑펑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