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산(+a)을 가지고 노름하고 있는 기분
오랜만에 쓰는 이사이야기. 지금은 이사갈 집 인테리어를 한참 진행중이다. 이것저것 고르고 결정할 게 어찌나 많은지 턴키 아니고 반셀프로 했으면 스트레스로 유산했겠다 싶은 날들... 인테리어 미팅 가서는 앉아서 떠들기만 하면 되는데 끝나고 나면 꼭 몸살이 난다. 인테리어 이야기도 할 말이 많아서 조만간 시리즈로 쓰고 싶은데 일단 공사가 마무리돼야 쓰든지 말든지. 처음에 5,500으로 시작한 견적이 7,000까지 늘어나는 매직! 흐흐. 이럴 거면 7,000만원 비싼 집을 샀지. 신축은 인테리어할 필요도 없었는데. 뭐, 지난 일을 후회해봤자 소용 없으니까. 사실 우리는 현금영수증 다~하고 부가세까지 다 내면서 인테리어 진행중이긴 하다. 부가세 안 내고 현금빵하면 금액도 많이 떨어지겠지만...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함. 아무튼.
오랜만에 이사이야기를 쓰기로 결정한 이유는 오늘 아침에 발표된 부동산 대출 규제 때문. 회사 사람들이 모두 축하(?)를 건네는데 이게 정말 축하받을 일이 맞는 건지 ??? 싶다. 소득 상관없이 무조건 주담대 6억 제한이라니 빡세긴 하다. 7월에 스트레스 DSR 시행할 줄은 알았지만 소득 기준을 없애버릴 줄이야. 그럼 우리는 마포구는 아예 불가고 서대문구나 영등포구 구축 아파트를 가야 하는 상황. 은평구에서 갈아타기하는데 조금 아쉬운 그런 상황이다. 이번에 갈아타기하면서 느낀 건데 취득세며 부동산중개수수료, 인테리어비용 및 기타 잡비를 생각하면 한번 갈아타는데 1~2억은 너끈히 든다. 그러니까 원하는 동네로 한번에 옮기는 게 무조건 이득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나는 마포 신축보다는 엄마아빠 옆동..목동 n단지..가 너무 아쉽지만 거긴 돈이 너무 모자랐다. 뽀꼬 초등학교 갈 때 과연 목동 입성할 수 있을까? 안 될 것 같은데...
부동산 대출 규제에 유의미한 효과(집값 상승 억제?)가 있을까? <돈의 심리학>의 한 문장을 인용해보면,
"현대 자본주의는 두 가지를 좋아한다. 부를 만들어내는 것과 부러움을 만들어내는 것."
내가 대출을 어마어마하게 일으키면서까지 이사를 고집한 이유는 명확하다. 그 동네에 살면서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행복해 보였다. 부러웠다. 원래 살던 동네에서는 아이를 낳아서 키워도 그만큼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았다. 별로 부러워 보이지도 않았다. (사실 <돈의 심리학>은 저 문장 하나로 요약할 수 없다. 이 책이 진짜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당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돈이 가져다주지 않는다."이며 좀더 길게 말하면 "진정한 성공이란 극심한 경쟁의 쳇바퀴에서 빠져나와 내 활동을 마음의 평화에 맞추는 것이다.(나심 탈레브)"이다. 정말 좋은 책이다.)
더해서, '살기 좋은 집'의 가치는 생각보다 크다. 당장 나만 봐도 아무도 없는 금요일 회사에 혼자 남아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다. 왜? 단기임대로 살고 있는 오피스텔이 너무 좁고 숨막혀서 집에 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평소 '땡'하면 바로 노트북 접고 퇴근하는 칼퇴러였다. 초과근무나 연장근무도 절대 하지 않았고 회사에 1분이라도 더 남아있는 걸 끔찍하게 싫어했다. 이런 내가 집에 가기 싫어서 혼자 회사에 남아있다니. '살기 좋은 집'의 가치가 이렇게 크다. TMI지만 덧붙이자면, 주말에 (집에 있기 싫어서) 카페를 전전하면서 그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카페 장시간 이용자들의 입장을 완벽히 이해할 수 있었다...
만약 내가 당장 내일 시행되는 대출규제에 해당된다면? 주담대 6억으로 갈 수 있는 집과 원래 살던 은평구 집을 비교해볼 것이다. 사실 은평구 그 집은 우리 부부가 살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둘다 도어투도어 30분 이내로 회사도 가깝고, 코앞에 전국 매출 1위라는 이마트도 있고, 매일 산책하고 운동하던 불광천도 있고, 내 취향대로 인테리어해둔 집도 살기에 괜찮았다. 대출도 거의 없어서 주거비용이 아주 낮았다. 주담대 6억이면 금리 4%로 잡아도 매달 287만원을 원리금+이자로 지출해야 한다. 이자만 따지면 한달 180만원이다. 은평구를 팔고 서대문구나 영등포구 구축 아파트로 이사 가면서 그만한 고정지출을 감내할 이유가...없다. 결국엔 그냥 이사를 가지 않고 은평구 집에 살면서 남는 돈으로 부동산이 아닌 다른 곳에 투자를 할 것 같다. 그러니까 결국 이사를 못 갔겠지. 안 가는 거라고 자위했겠지만 사실은 못 가는...그런 느낌적인 느낌.
사람마다 상황이 다를 수 있겠지만, 지금 정부가 타겟하고 있는 '급등지역 신고가 잡은 영끌족'으로서 내 생각을 두서없이 써보았다. 셀털이 너무 많아서 언제 비공개될지 모르겠지만... 반박시 님 말이 다 맞음. 아, 근데 그런 생각은 든다. 지난번 토허제 사건도 그렇고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정책과 규제를 보고 있자면 내 전재산에 대출까지 일으켜서 노름판에 뛰어든 기분이 든다. 내가 뭐 많은 거 바란 것도 아니고 그냥 이만큼 대출해준다길래 받아서 살고 싶은 동네에 실거주 1채 산 것밖에 없는데. 이게 정말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