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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 Mar 22. 2024

가재가 노래하는 곳

60대 작가가 쓴 베스트셀러 소설

   소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동물행동학 박사인 델리아 오언스가 60대에 쓴 첫 장편 소설입니다. 아마존에서 30주 동안이나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지켰던 책이라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저도 주변의 추천을 여러 번 듣고 읽어보았는데요. 신비스러운 표지처럼 내용도 아주 흥미로웠어요. 자세한 내용은 책을 읽어보면 아실 거예요. 소설내용을 바탕으로 한 영화도 개봉했었죠. 영화소개가 짧으면 영화내용이 더 궁금해지듯이 저도 간략하게 인상적이었던 장면 위주로 소개해 보겠습니다.


  여섯 살밖에 안 된 카야는 차양문이 철썩 닫히는 소리를 듣고는 의자에 올라서서 냄비를 박박 닦던 손길을 멈추고 거품 자작한 개수대에 내려놓았다. 누가 판잣집을 나갔지? 엄마는 아닐 거야.


소설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1950년대에는 미국에서도 성차별 인식이 강했던 시기라 여자아이라면 6살부터도 집안일을 했습니다. 카야는 의자에 올라가 설거지를 하다가 엄마의 가출을 목격하게 되네요. 여섯 살 아이가 엄마가 집을 나서는 모습을 보고 어떤 마음이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어요.


야생의 존재 없이 살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까막눈이던 시절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거야.

단어가 이렇게 많은 의미를 품을 수 있는지 몰랐어. 문장이 이렇게 충만한 건지 몰랐어.

아주 좋은 문장이라서 그래. 모든 단어가 그렇게 많은 의미를 품고 있는 건 아니거든.

   ----14살이 되어 카야는 테이트에게 글자 읽는 법과 숫자를 배운다.


또래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은 카야는 상처를 받았어요. 그래서 학교에 가지 않고 가족이 모두 떠난 집에서 혼자 지냅니다. 그러다가 테이트에게 글자를 배우게 돼요. 카야는 혼자 지냈지만 습지 동물들을 관찰하며 삶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깨우칩니다. 이제 글자로 표현하면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인간 세상에 한 발을 들여놓습니다.


그저 피크닉을 가서 마시 걸과 교미를 하겠다는 속셈. 조류의 수컷이라도 먼저 한참 구애를 하는 법이다. 화려한 깃털을 과시하고 정자를 짓고 근사한 춤과 사랑 노래를 부르고. 체이스도 만찬을 차려오긴 했지만 카야는 식은 프라이드치킨보다는 값진 여자였다. 포유류 수컷은 발정이 났을 때만 암컷 근처에 얼씬거리는 법이지.

    ----19살에 체이스와 첫 데이트를 나간 카야


체이스는 테이트와는 다른 남자였네요. 첫 만남에서 음흉한 속셈을 드러낸 체이스.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체이스지만 사람이 그리웠던 카야는 그를 받아들이려고 노력합니다. 부모님과 친구를 소개해주지 않아도 그저 기다립니다.


카야는 출판사와 계약을 하고 선인세로 5천 달러를 받았다. 인세는 6개월마다 수표로 받을 것이며 회당 수천 달러가 될 거라고 출판사가 전해줬다.

(중략)

테이트의 친절 덕분에, 습지에 대한 카야의 사랑이 일생의 작품으로 승화되었다. 카야의 일생, 채집한 낱낱의 깃털, 조개껍데기, 곤충 표본을 빠짐없이 공유할 수 있게 되었고, 저녁 끼니를 때우기 위해 더는 진흙을 파헤칠 필요도 없어졌다. 날마다 그리츠만 먹고살지 않아도 된다.

   ------22살 카야의 첫 번째 책 <동부 연안의 바닷조개>을 출판하게 되었다.


  카야는 드디어 습지 생물을 관찰했던 기록을 책으로 펴냅니다. 6살에 엄마를 잃고 혼자 외롭게 지내는 마시걸에서 이제 어엿한 작가가 되었습니다. 학교를 다니지 않았지만 습지 생물의 생태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상세하게 소개하는 책을 쓴 카야가 대견합니다. 앞으로는 카야도 사람들 에서 따스하게 살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카야의 삶은 소설이지만 이야기 구성이 체계적이고 잘 짜여 있어서 실제 경험담처럼 생생하게 느껴졌어요. 여섯살부터 엄마 없이, 가족 없이 생활해 온 카야를 보면서 가족과 주변환경이 한 사람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느끼는 가족, 친구, 주변이웃과 맘을 나누지 못하는 삶은 명절에 혼자 밥 먹는 것처럼 외롭고 쓸쓸해서 가끔은 포기하고 싶은 맘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잘 알고 편안한 대상을 찾아 기대어 잠시 쉬어가면서 살아갈 힘을 얻게 됩니다. 카야에게 늪지는 가족, 친구, 주변이웃이었습니다.


가족이 모두 떠났을 때도, 믿었던 남자친구의 소식을 들을 수 없을 때도 카야는 습지로 달려가 동물들에게 자신의 맘을 털어놓고 변함없는 자연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그러던 카야는 감사하게도 테이트를 만나 글을 배워 세상을 이해하는 시각을 넓히기 시작합니다.


   30주 동안 베스트셀러였던 소설을 읽어보니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카야는 습지에서 외롭게 생활했지만 그 모습에서 현대인의 모습과 겹치는 모습을 찾을 수 있었어요. 함께 어울려 살아가지만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서 가까운 사람끼리 상처를 주고받는 일이 생깁니다.


  삶은 평탄하다가도 갑자기 소중한 것들을 가져가서 우리는 삶의 의욕을 잃고 자존감까지 떨어지기도 합니다. 누구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닙니다. 여러 사람이 살아가다 보니 생기는 갈등이라 함께 풀어가야 하는데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생기는 것이죠. 그래도 우리는 오늘 하루를 살아가야 합니다. 같이하면서 삶의 활력을 갖게 되니까요.


  인생길에서 경험을 쌓는 것은 요리사가 요리하기 전에 좋은 칼을 미리 준비해  두는 것처럼 중요합니다. 역경을 만나게 되면 미리 준비해 둔 경험이 우리에게 큰 힘이 되어 줄 것입니다. 독서와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생각하며 의견을 나눠보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많이 성장하리라 생각이 드는데요.


 교보문고에 걸려있던 구절이 생각납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다음엔 어떤 이야기를 바탕으로 함께 성장할 지 궁금하고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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