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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 Mar 28. 2024

아몬드

중학생 아이가 추천한 책

   "엄마! 이 책 정말 재밌어. 요즘 베스트셀러인데 읽다가 나 울었어. 엄마도 읽어봐요"


   그렇게 아몬드 소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무표정한 남자아이의 모습에 호기심이 생겼고 평소 즐겨 먹는 아몬드가 책제목인 데다가 두껍지도 않아서 책장을 펼쳤어요. 아이와 함께 서로 책을 추천해 주고 이야기를 나누는 활동을 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읽던 책을 잠시 덮어두고 아몬드를 읽어나갔습니다. 


   이 책은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어요. 2017년 출간 당시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습니다. 2020년 일본에서는 번역소설 부문에서 <일본 서점대상>을 수상했고요. 이 상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틀어 신간을 판매하는 일본 서점직원들의 직접 투표로 선정되는 것인데 아시아권 소설로는 최초로 선정된 것입니다. 


   자세한 책내용은 직접 읽어보시는 게 좋겠죠? 간략하게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어렸을 때부터  윤재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였어요. 그래서 할머니가 죽고 엄마가 중상을 입는 사건을 겪으면서도 크게 동요하지 않아요. 하지만 그 사건을 계기로 윤재의 주변환경이 바뀌었고 윤재도 하나씩 감정을 느끼는 법을 알게 돼요. 촉망받는 손원평 작가가 쓴 소설이라 이야기 구성이 재미있어 하루 만에 다 읽었어요. 그중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여러분과 함께 생각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적어봅니다. 


그 남자는 왜 그랬을까.

텔레비전을 부수거나 거울을 깨뜨리지 않고 

왜 사람을 죽인 걸까. 

왜 더 늦기 전에 누군가 나서서 도와주지 않았을까.

왜. 

- 윤재의 질문


  <묻지 마 살인>으로 윤재는 할머니를 잃고 엄마 역시 중상을 입게 됩니다. 그래서 윤재는 엄마가 알려 준 공감하는 말을 기억해서 사용하며 혼자서 갑자기 다가온 낯선 상황을 헤쳐나갑니다. 다행히 윤재 곁에는 다정한 이웃이 있어서 외롭지만은 않았어요. 하지만 내면의 성장과 학교공부, 친구관계로 힘겨운 사춘기에 따스하게 맞아주는 가족이 없다는 건 큰 아픔으로 다가왔을 거예요. 가끔씩 뉴스나 영화에서 접하던 <묻지 마 살인>이 더 이상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워킹맘의 입장에서 읽다 보니 소설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이 사건 부분을 읽으며 가슴이 답답해지고 삶이 막막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묻지 마 살인>을 완전히 없애기는 아직은 어렵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거든요.


얘깃거리를 연습할 땐 기왕이면 즐겁고 예쁜 걸로 연습하렴. 넌 백지나 다름없으니 좋은 걸 많이 채워 넣는 게 좋겠다.

- 심박사님과의 얘기 중에서


   스마트폰의 보급과 사회의 발달로 사람들은 점점 할 일이 많아져서 현대인은 아기 때부터 혼자 영상을 보고 시간을 보내는 것에 익숙한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출산율 저하로 아이에 대한 사랑은 어느 때보다 집중되고 아이는 가끔은 부모로부터 지나친 관심을 받기도 합니다. 소중하게 자라난 아이들은 이전 세대보다 여러 사람들과 어울릴 기회가 적다 보니 자연스레 혼자가 편하고 소통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은 갈등에도 무기력함을 느끼며 좌절하는 아이들이 안타깝지만 청소년들 사이의 범죄 수준도 날로 극악해지고 있어서 용기를 내서 이겨내라는 응원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좀 더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모두가 정당하게 제 몫을 받을 수 있는 공정하고 청렴한 대한민국이라면 이웃에게 관심이 생기지 않을까요? 나처럼 내 이웃도 믿을만한 사람이고 함께해도 괜찮은 사람일 테니까요. 코로나를 겪은 뒤에 소통하기는 더 어려워졌지만 우리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며 더 단단하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SNS친구처럼 가족과 지인들, 주변 이웃에게도 관심을 가져봅시다.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사람이 많아져서 훈훈한 이야기들이 뉴스에도 자주 소개되길 바랍니다.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도, 괴물로 만드는 것도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이야기를 해 보고 싶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아몬드>에서 윤재는 아몬드를 자주 먹습니다. 주치의 선생님이 편도체를 키우는 데 아몬드가 도움이 된다고 말씀하셨거든요.  엄마는 윤재가 학교에 들어가서 친구나 선생님의 말을 듣고 감정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니 적절하게 대답할 수 있는 말들을 알려줍니다. 윤재는 고맙게도 그 표현들을 성실하게 연습해서 사용하고 유년 시절을 무사히 보냅니다. 고마워. 멋지다. 잘했어. 이런 짧은 표현이지만 친구들은 윤재와 소통하는 느낌을 갖고 윤재와 잘 어울려 지냅니다. 


   어른이 되면 여러 가지 복잡한 일을 처리하느라 맘의 여유가 없을 때가 많습니다. 가끔은 저 사람이 나를 속이는 것은 아닐까, 나만 모르는 일이 있는 건 아닐까 의심하며 여러 공동체에서 인간관계와 관련하여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많이 받죠. 이럴 때 윤재처럼 하루에 한 번씩은 상대의 감정에 공감하는 말을 먼저 건네보면 어떨까요. 진심이 담겨있지 않은데 상대가 알아채지 않을까.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이런 의심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받은 만큼 되돌려 줘야 한다는 생각이 무의식에 자리 잡고 있어서 내가 먼저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 고마운 선행은 결국 나에게 돌아옵니다. 그러면 우리는 워킹맘으로 살아갈 힘을 얻고 그 선한 영향력이 소중한 우리 아이들에게도 전달될 거예요.  그러니 오늘부터 실천해 보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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