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가면 빨강머리 앤에서 만났던 녹색문을 가진 건물에 자리 잡고 있는 인디고 서원을 만날 수 있다. 2004년 문을 연 문제집을 팔지 않는 인문학 서점이다. 인디고서점에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문학 수업도 운영하고 있다. 자녀가 인디고 서원에서 운영하는 인문학 수업을 들으려면 먼저 부모수업을 들어야 한다. 주변 환경이 자녀들에게 큰 영향을 주는 것을 생각한다면 제대로 된 교육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달 첫 교사 독서토론 모임에서는 인디고 서원에서 펴낸 책 <인디고 바칼로레아 1>을 읽고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책에는 문학, 역사사회, 철학, 예술, 교육, 생태환경의 6가지 주제로 당면한 문제점과 그에 대한 해결책, 그리고 수업하는 동안 학생들이 써낸 글쓰기 예시가 실려있다. 비전문가가 쓴 피상적이고 식상한 대처가 아니라 책이나 영향력 있는 인물들의 통찰을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해결법을 제시하고 있어 읽는 내내 새롭고 후련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기억하고 싶은 여러 내용들이 있어서 다 빈치식 독서노트에 정리해 보았다. 다빈치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굉장한 독서광이었다. 그 많은 책들을 읽을 때마다 세 가지 분야로 추려서 기록을 했다. 그럼 <인디고 바칼로레아 1>을 읽고 기록해 둔 첫 번째 분야인 새롭게 알게 된 내용 중 하나를 소개해 보겠다.
늘 주머니 속에 손을 넣고 다니는 청년은 어느 날 도움을 주기 위해 손을 꺼냈다. 그 이후 청년은 주변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바람직한 시민이 되었다. 단순히 손을 꺼낸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배운 지식을 삶에 활용하려고 노력하면서 우리는 배움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되고 삶의 문제도 협력해서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 삶에서 어떤 문제가 시급한지 생각해 보다가 교사인만큼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힘들어하는 학생들, 학부모들, 교사들이 떠올랐다. 일본 경제학자 고진은 자본주의를 하나의 교환양식으로 보고 소비자 관점에서 개선운동을 하자고 주장했다. 소비자들은 불매운동과 같은 소비자 대항으로 더 나은 상품과 서비스를 요구할 수 있게 된다. 2021년 성차별적 면접발언으로 시작되었던 동아제약 불매운동을 떠올려보면 그 파급력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제도 역시 교육을 받는 학생들과 학부모가 주체가 되어 교육제도의 불합리한 점을 분명하게 살펴보고 문제점을 진단하여 타당하지 않은 교육제도는 개선하도록 사회적인 운동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기득권 세력이 변화하지 않을 거라고 짐작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의 현대철학자 들뢰즈는 우리의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초월의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신분제도 폐지, 정치 참여권, 교육의 권리는 공짜로 얻은 게 아니다. 치열한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우리는 투쟁으로 사회발전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대한민국의 번영과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불합리한 일에 대해서는 분명히 표현하고 옳은 길을 향해 나아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