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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이 Jul 03. 2024

당신들의 천국

20세기 최고의 한국소설

  소설가 이청준이 쓴 뛰어난 소설인 <당신들의 천국>을 선정하여 5월 독서토론클럽에서 회원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40년 경력의 인문계 고등학교 독서 및 논술지도 전문가 선생님께서 이 책이 '20세기 최고의 한국소설'이라고 추천해 주시고 사회 현상에 대한 토론거리가 풍부할 것 같아서 읽었다. 과연 명성에 걸맞게 내용 구성이 탄탄하고 16년 전에 출판한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현대 사회에서 고민하는 문제들이 담겨있어 회원들끼리 책 선정 잘했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찬찬히 읽어보았다.


   먼저 제목이 담고 있는 의미가 궁금했다.

 당신들의 천국.  이 책은 일제강점기부터 1988년까지 소록도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1대 원장은 한센병 환자들을 배려하며 잘 보살폈지만 2대 원장인 마사스에(1933-1942)는 원생들의 노동력을 착취해 토끼가죽과 숯을 제조할 것을 강요했다. 1940년에는 원생들의 임금을 갈취하여 동상을 세우고 참배를 강요하다 어느 원생으로부터 죽임을 당했다. 원생들은 다음 원장들에게 마음의 문을 닫고 시키는 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는 처지임을 내세워 새로운 사업들에 대해서도 냉소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후 여러 원장들이 스쳐 지나가고 조원장(1961-1988)이 부임하여 간척사업을 시작한다. 환자들에게 좁은 땅이라도 주려고 했지만 결국 원생들은 간척사업 중 극심한 육체노동에 시달린 대가는 얻지 못하게 된다. 간척사업을 시작하는 무렵부터 이상옥이라는 인물은 조원장의 결정이 바람직한 것인지 여러 시각에서 바라보며 냉철한 비판을 쏟아낸다. 처음에는 말로만 일을 처리하려는 무책임한 인물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작가가 이상옥이라는 인물을 내세워 환자들의 주체적인 사고를 강조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작 간척사업의 수혜자로 설정한 한센인들의 의사는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간척사업을 무작정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 역시 원하는 대로 펼쳐지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우리들의 천국이 아닌 <당신들의 천국>이라는 제목이 탄생했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실화를 모티브로 해서 창의적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할 때는 이야기의 극적인 장면을 추가하거나 사랑이야기를 넣는 방식으로 구성하여 원래 구성과 멀어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당신들의 천국>에서는 사건을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게 해 주는 일종의 간사 역할을 하는 인물을 설정하였다. 그래서 실화에서 사람들이 공감하고 가치판단을 고민했던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준다.

 

      6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삶과 연계하는 독서 수업>을 실시하여 <당신들의 천국>에 나오는 인물들의 행동과 가치관을 비교해 보고 사회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다문화가정이 많은 학군에 위치한 학교인 점을 고려할 때 사고력을 키우는 독서 수업은 꼭 필요한 것 같다. 다수의 학생들이 한센병에 대해 처음 들어보았고 두꺼운 책을 읽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고 했다. 하지만 독서에 관심이 있고 독서습관을 갖춘 학생들은 <당신들의 천국>이라는 제목의 의미에 대해 깊이 공감하는 눈치였고 다음번 <삶 독서> 수업이 기다려진다고 입을 모았다.  학생들의 성장을 보는 것이 교사의 가장 큰 기쁨이 아닐까. 다음 책은 어떻게 풀어놓으면 좋을까 생각하다 보니 가슴이 두근거리고 다음번 독서 수업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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