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를 살아가는 영광을 누리다
한강 작가가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읽으면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 전개에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그 내용을 깊이 이해하기보다 서둘러 책장을 덮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작가만의 고유한 어조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한강의 소설은 세계적인 공감을 얻어 노벨 문학상 수상을 안겨 준 영광스러운 업적이다. 시적으로 문장을 표현하고 한 문장 한 문장 정성 들여 쓰는 한강 작가의 소설은 술술 읽히는 글은 아니다. 하지만 노벨상 심사위원들이 표현한 것처럼 탄압의 역사에서 억울하게 죽음을 맞게 되고 다음 세대까지 연결되는 그 아픔을 시적으로 표현하는 문학적 감수성이 뛰어난 작품이다.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며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력한 시적 산문
작가 아버지를 비롯해 소설가 형제들과 문학 평론가 남편을 둔 한강 작가는 그야말로 문학가 가족의 일원이다. 아버지를 뛰어넘는 작가라며 딸을 응원하는 한승원 작가는 환상적 기법을 활용한 소설 속 문장의 아름다움을 소개했다. 딸 대신 인터뷰를 자처한 아버지의 배려 깊은 모습과 건강을 염려하는 진심 어린 발언에서 따뜻한 아버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버지의 변함없는 지지와 공감도 한강 작가의 감수성을 키우는 데 한몫했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독서를 즐기고 글쓰기를 즐기는 습관을 갖고 있었고 작가 아버지와 소통하며 지낸 한강 작가를 보면서 교육에서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시적인 감수성을 가진 좋은 소설가
수상소식이 전해지자 <채식주의자>를 비롯한 여러 소설들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작가가 운영하는 책방에도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온 나라가 한강의 기적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축제 분위기에 떠들썩하다. 하지만 한강 작가는 역사의 아픔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쓴 작가로서 전쟁이 일어나는 현실을 외면하지 못했다. 세계시민의 관점에서 현실의 전쟁상황에 가슴 아파했고 수상 인터뷰까지 마다하며 자신의 신념을 보여주었다. 실천하는 지성인으로 살아가는 한강 작가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하다. 작가는 현재 100년 후에 출판될 책을 쓰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우리 이웃의 아픈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공감할 수 있는 종이책이 인류가 살아가는 한 계속 출판되었으면 한다. 작가님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주검이 실려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겠느냐. 이 비극적인 일들을 보면서 즐기지 말아 달라. 스웨덴 한림원에서 이 상을 준 것은 즐기라는 게 아니라 더 냉철해지라는 것이다.
한강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한림원 관계자 인터뷰
https://www.youtube.com/watch?v=su89FbEOkiQ&t=147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