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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뭇별중한별 Jan 12. 2022

완전을 향해 나아가는 10

‘9’는 중국에서 황제를 의미하는 숫자였으며, 바둑에서 최고 단수를 뜻하는  등 동양권에서는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경지를 의미했다. 그렇다면 ‘10’은 무얼 의미하는가? 신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도달하기 어려운 완전한 영역.


왜 구구절절 10에 대한 의미부여를 하느냐면 이 글이 브런치에 발행하는 10번째 글이기 때문이다. 찾는 이도 거의 없는 초라한 시작이고 나조차 다시 읽어보기 싫을 정도로 조악한 글이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10번째의 글을 발행하고 있는 나를 조금은 칭찬하고 싶었다.

또한 이러한 칭찬이 (비록 셀프라도!) 더 나아갈 힘을 주는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글쓰기를 소망했다. 종이와 연필만 있으면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었고, 내가 애정을 가지고 만들어낸 인물들이 상상의 세계에서 신나게 활약하는 것이 좋았다. 소심하기 이를 데 없고 비판에 쉬이 상처받는 성격을 타고났기에 누군가에게 내 글을 보여주는 일은 없었으나 무언가 쓰기 위해 공상하는 시간이, 쓰고 있는 순간이 좋았다.

하지만 나이가 먹어가고 환경도 달라지면서 내게 글쓰기란 금연과 비슷한 것이 되어버렸다.

 ‘언젠간 글 좀 써봐야지, 언젠간 담배 끊어야지’


왜 그렇게 담배 좀 끊으려면 속상한 일들이 많이 생기는지…

왜 그렇게 글 좀 써볼까 하면 시간을 잡아먹는 일들이 생기는지…





그런데 핑계를 솔직하게 걷어내면, 글을 쓰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왜 써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스스로에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막연하게 내가 좋아하니까?


WHY? 에 대한 답이 없는 것‘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과 정확히 같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저런 막연한 동기가 내 삶을 망쳤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떻게 써야 좋은 글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는지  방법은 아예 모른다. 십여 년간 집에 쌓아놓은 작법서들을 다 읽으면 방법을 알게 될까? 부지런히 세미나를 쫓아다니면 배울 수 있게 될까? 사실 알 수 없다. 배운 걸 체득하고 깨우치는 것은 스스로의 몫이니까.


사실 무엇을 쓰고 싶은지도 알지 못한다. 일상을 쓸 것인가? 가족 이야기를 쓸 것인가? 공감되는 이야기를 쓸 것인가? 트렌드에 민감한 이야기를 쓸 것인가? 생각을 할수록 혼란스러워질뿐이고 글을 쓰고 발행을 할 자신이 점점 없어질 뿐이다. 다만 일기장에 쓰는 낙서보다는 낫기를 기대할 뿐이다.


하지만, 왜 쓰는지는 이제 분명하다. 1천 개의 글이 쌓여있게 될 때쯤엔  분명히 지금보다는 나은 삶을 살고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지기 때문이다. 쓰고 싶은 이야기가 넘쳐날 것이고, 어떻게 써야 독자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지를 너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글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고, 아주 운이 좋으면 다른 사람에게 깊은 공감과 감동을 주어 그 사람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렇게 확신하는 이유는 실천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실천하지 않는 지식이나 짧고 어설픈 실천 경험은 모르느니만 못한 것이라 하였다. 나 같은 범인의 시답지 않은 믿음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서점에 가보라. 건물이 무너질 수 있을 만큼의 무게로 쌓여있는 책들이 그것을 증명할 것이다. (서점이 1층이나 지하에 주로 있는 이유가 있다!)




수십수백 개의 작품들을 써오신 브런치 작가님들 모두에게 존경을 표한다. 모두 나처럼 10번째의 글을 올리던 순간이 있으셨겠으나, 나처럼 10개 가지고 자축하신 분은 없으시리라. (대충 지금 현자 타임이 오고 있다.) 

그리고 다들 아실 것이리라.

실천의 힘 어쩌고 잘난 듯이 떠들었지만, 10개 가지고 호들갑 떠는 것을 보니 금방 지쳐서 혹은 흥미를 잃어서 그만둘까 봐 쫄아서 이러는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감히 말씀드리건대 버텨 보겠다. 10번의 자축을 10번 하여 100개의 글이 되고, 그것이 또 반복되어 1,000개의 글이 될 때까지 버텨보겠다.


 오래가는 놈이 강한 놈이라고 하지 않던가?!


덧말.
어떻게 아셨는지 발행할 때마다 글을 읽으러 와 주시고 라이킷도 해주시는 여러 작가님들. 매우 감사합니다. 어디 내놓기 창피한 글솜씨인데 눈이나 버리시는 게 아닌가 걱정됩니다. 앞으로 성실히 버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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