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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NDWANA Aug 05. 2019

드로게다의 안토니아스라인

[가시나무새] 맥컬로우



가시나무새라는 신화속의 새는 가시를 찾아다니다 발견하면 자신의 심장을 찔리게해서 죽는데 그때 아름다운 소리로 운다고 한다. 켈트족의 이 신화는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는셈이다. 어떤 사랑은 매우 위험하고 자신을 망가뜨릴지도 모르지만 어느새 그 사랑이라는 가시에 다가가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주저없이 자신의 심장을 갖다대는 것이다. 사랑에 빠졌을때 느끼는 감정은 자신의 죽음이 가까이 다가와도 눈치를 못챌만큼 강렬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랄프와 매기의 사랑은 이 소설의 중심축이며 가시나무새의 역할을 맡은 것은 랄프이다. 전도유망한 신부, 주교, 추기경으로써의 그의 인생은 매기라는 소녀를 만나면서 흔들리고 결국 그 가시의 매력에 항복하게 되는 것이다.


 

메리카슨이 물려준 광활한 오스트레일리아의 드로게다 농장의 남자들은 대체로 불행하다. 패디는 불에 타죽고 스튜는 멧돼지에 깔려 죽고 해롤드도 어릴때 죽는다. 프랭크는 30년동안 감옥에 다녀와야했고 매기의 나머지 남자형제들도 농장에서 일만 하게 되며 결혼조차 하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데인의 죽음은 드로게다에 드리운 가장 큰 그림자였다. 그 바람에 드로게다는 모성이 지배하는 가계가 되고 만다. 하긴 드로게다 자체가 메리카슨의 유산으로 부터 시작된 것이다. 휘이와 그의 딸 매기의 일생은 평행이론을 따른다. 똑같이 아버지를 숨겨야 하는 자식을 낳았고 그 자식 둘 다 비극적인 사건에 연루된다. 결국 드로게다의 운명은 매기의 딸 저스틴에게 짐지워진다.


 

모두에게 쌀쌀 맞았던 소녀이자 런던의 여배우인 저스틴과, 먼지와 파리떼가 들끓는 드로게다는 전혀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데인의 죽음에 대한 책임감은 저스틴 스스로 드로게다를 선택하게 하고만다. 하지만 휘이가 뒤늦게 패디와 프랭크외의 자식들에 대한 감사와 사랑에 눈뜬것 처럼 매기도 뒤늦게 저스틴에 대한 애정에 눈을 뜨고 저스틴이 올바른 사랑을 찾을 수 있도록 한다. 저스틴을 그녀들의 안토니아스라인에서 벗어나게 한것이다.  


이처럼 이 소설은 드로게다의 구성원과 주변인물들과의 관계가 매우 치밀하게 짜여져있다. 평행이론을 보는 듯한 치밀한 관계는 제목으로 인용된 가시나무새의 전설보다 이 소설을 더 훌륭하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패디와 루크, 휘이와 매기, 프랭크와 데인, 매기와 저스틴, 휘이의 정부와 랄프, 가계내의 유사한 위치에 있지만 서로 대비되는 성격을 지닌 등장인물들의 운명적인 결말은 소설적 긴장감을 높이고 구성을 매우 탄탄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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