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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NDWANA Aug 12. 2019

존재의 불안감

[바람의 넋] 오정희



중편 바람의 넋을 비롯해 9편의 단편이 실려있는 오정희의 소설집이다. 10편의 소설이 따로되어 있지만 결국 같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열편의 여자주인공들은 결혼을 한 30대 여성들이 대부분이며 인생의 목표가 흐릿해진 일상을 살아가면서 그들은 어디로부터 왔으며, 무엇을 위해 구차한 삶을 살아가야하고, 나중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하는 것이 오정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것이다. 그것은 삶의 문제이고 실존의 문제이다.   



거창한 철학사조의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실존은 바로 지금 우리 곁에 있는 문제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그것을 탐구하고 싶지만 30대 가정주부의 일상은 그것을 쉽사리 용납하지 않는다. 남편의 뒷바라지와 육아문제, 가정의 대소사문제에 치이면서 어느덧 자신의 존재를 잊기를 강요당한다. 여성들은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그리고 지금도 자신의 존재를 대면하는데 서투르다. 그것은 사회의 구조자체가 남성중심적이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그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존재자체를 회피하거나 남성에게 의탁한다. 그러다 문득 물이 빨려들어가는 수채구멍 옆에서, 휑뎅그레한 주황색 공중전화 박스 옆에서, 오랫만에 마신 술의 취기를 감당치 못하고 뱉어 낸 토사물 옆에서 크게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존재의 심연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것은 사르트르가 이야기한 낯설음이며, 지금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냐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의 다그침이며, 이대로 세상과 절연될 것만 같은 불안감이다.



하지만 여성으로써 자신의 존재의 근원을 찾아나서는 것은 무모하다. 세상은 남편 뒷바라지와 육아에 소홀한 여성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설 전반에 흐르고 있는 불안감의 정체는 가정을 벗어나 있는 여성들 그 자체로 부터 기인한다. 또한 자신의 존재를 잊고 살아가기를 강요받고 자신의 욕망은 항상 누그러뜨려하는 일상의 반복은 여성들 스스로를 불안감에 휩싸이게 한다.
즉 자신의 존재를 정면에서 응시하려는 여성의 시도 자체가 불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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