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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나에게 22화

#27.새벽에 문득

세상은 참 아이러니 해

by 광화문덕

머리가 맑아졌어

눈을 뜨고 싶지 않아

시계를 보지 않아도 느낌이 와

지금은 아마 새벽일 거야


실눈을 뜨 어둠이 기다리고 있어

머리맡 휴대전화 속 디지털시계는

새벽 3시 57분

거봐 안 봐도 안다고 했잖아


잠을 청해야 해

아직 일어나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야

생각이 머릿속을 다 채우기 전에

다시 잠들어야 해


눈을 감고 숫자를 세

양이든 고양이든 강아지든 셀 수 있다면

뭐든 떠올려

다시 잠들어야 해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궁금증이 일어

그냥 일어날까

갈등이 일어


글렀어

머릿속에 생각들로 가득 찼어

의식은 더 또렸해졌어


몸이 마음을 원망해

또 하루를 이겨내려면 푹 쉬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게 하


휴대전화 속 디지털시계는

5시 57분을 가리키고 있어

일어날 시간이


이상하지

이제 좀 졸려

1분이 1년이었으면 좋겠어

이대로 영영 깨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야


몸과 마음이 한마음이 됐어

하지만 일어나야 할 시간이야

세상은 참 아이러니 해

서로를 원망하다가도 마음이 맞는 때가 오면

늘 이렇게 돌아서야 하니 말야


세상살이가 어렵다는 건 이래서겠지

내 몸과 마음도 제대로 가누기 힘든데

사람들 사이에서 오늘 하루를 어떻게 버틸지 걱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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