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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Dec 28. 2021

커피숍에 홀로 앉아 맞는 아침

꽁꽁 얼어붙은 도시 속 슬러시가 된 마음을 쏟아내고 싶은 날

커피숍이야

난 커피숍을 좋아해. 따뜻한 아메리카노 향이 내 맘을 치유한다고 할까. 늘 바삐 살아가느라 퍽퍽한 나의 삶에 커피 향은 꽁꽁 얼어버린 마음을 녹여줘.


여유로움으로 마음속 행복함이 찾아들면, 카페의 은은한 불빛이 나를 감싸는 느낌이 들어. 따스함이랄까.


슬러시처럼 거친 알갱이가 되어버린 마음들이 서로 부딪히는 느낌... 그럴 때면 그 마음들을 쏟아내고 싶어져... 로 말이야,,

연말이야
며칠 후면 새해가 돼

연말이 되면 늘 한해를 반성하게 돼. 어릴 땐 거창한 새해 계획을 세우기도 했는데 그런 건 안 할래. 내가 꿈꾸는 목표는 명확하지만 한 해 한 해 계획을 세운다는 것이 나를 조바심 나게 만들더라고. 큰 계획 안에 한해라는 것은 과정일 테니 그냥 하나님의 계획대로 흘러가도록 난 매 순간순간 기도하며 나아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


내 앞에 군인 커플이 앉아있어. 그들의 이야기를 일부러 들으려 들은 건 아니지만 들리는 이야기를 안들을 순 없네...


그들의 이야기 속에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돼.


난 어릴 적 누나와 나이 차이가 많았던 터라 누나한테 아들 같은 존재였던 것 같아. 실제로 누나가 일찍 일터로 나가서 벌어온 돈으로 내가 공부하고 하긴 했으니 말야.


내가 군대 갔을 때 누나가 남사친이랑 술 마시는 자리에서 나를 불렀던 적이 있어. 불렀다기보다 자꾸 늦게 들어와서 내가 합류해서 누나 데리고 들어가려고 했던 것 같기도 해.


그때 남사친이 자꾸 술 마시게 해서 내가 누나 술잔을 뒤집어엎어놨던 기억이 있어. 난 술을 마시지 않았지. 그냥 그 누나의 남사친이라는 사람 이미지나 느낌이 별로였어. 나라면 절대 친구 하지 않을 그런 부류라고 할까.


물론 나의 그런 행동에 누나는 무척 난감해하긴 했지. 그 이후로 누난 나를 누나의 친구들 자리에 부르지 않았어.


누나랑 어릴적 더 많이 살갑게 지내지 못한 게 나이가 드니 많이 후회가 되네.


지금은 내가 꾸린 가정을 지켜야 하여 누나랑 교류를 사실상 끊은 상황이라... 엄마 아빠를 통해 안부를 듣는 정도야... 매형한테는 얼마 전 생신이셔서 카톡으로 안부를 전하긴 했어. 매형이 정말 대단한 분 같어. 오히려 나를 위로해주시더라고. 나도 그런 매형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


누나를 생각하면 늘 애틋하지만, 미안하기도 하고 정말 많은 마음들이 교차해. 그래서 더 슬프기도 해... 하지만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없어...


나의 20대에 더 많이 다녀보지 못한 것에 후회돼. 내 기억 속에 유일한 여행은 2008년 8월 4일 보길도로 갔었던... 이전에 적었던 여행이 전부지....


그리고 소중한 대학 동기들이 날 챙겨줘서 무작정 친구 차에 남자 5명이 구겨타서 새벽에 출발해서 당일치기하고 올라왔던 강릉여행이랄까. 우리의 목적은 아무것도 없었어. 그냥 우리 바다 보러 가자 해서 친구의 오래된 자동차 자줏빛 세피아에 친구들이 올라타고 달려갔던 기억. 그리고 새벽에 바닷가에 도착해 다들 피곤해서 해변가 차 옆에 드러누어 잠들었던 기억... 그 기억이 너무도 소중해서 간직하고 있어...


요즘은 새로운 것에 고민이 많아

친구들과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만나서 아이디어 회의도 하고 그동안 나와 신뢰관계가 쌓여서 내가 쌀로 메주를 만들어보겠다고 해도 믿어줄 그런 사람들과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곤 해.


근데 결국 돈이더라고. 새로운 가치를 내놓는다는 것, 회사 내에서 신사업을 한다는 것은 모험이고 모험은 알잖아. 내가 누리고 있는 안정적 버리고 파도치는 바닷가로 뛰어드는 것과 같아. 용기가 없는 건 아닌데 내가 지켜야 할 가정은 죄가 없잖아. 나 때문에 아내와 아들이 또다시 위태로워지길 원하진 않아. CBS 기자직을 내 멋대로 내려놓고 나왔을 때 아내와 아들이 많이 힘들었어. 그때 난 너무 어렸지. 그게 가정을 둔 아빠로서는 최악의 선택이었으니까. 무책임했던 나였음을 고백해.


어쩌면 아이디어 회의에서 끝날지 몰라. 하지만 아이디어에서 끝내긴 너무 아깝긴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일지도 몰라. 하나님께서 내게 응답해주실 거라 믿어. 그게 어떤 답이라도 난 순응하고 복종하면 되니까.


연말이야
곧 있으면 새해가 돼

오늘은 그냥 마음속 거친 마음들을 쏟아내고 싶었어. 모처럼 아침에 이렇게 커피숍에 와 있으니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야. 감사해.


새해에는 새해라고 큰 의미를 두기보다 하루하루를 소중히 더 열심히 더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게 기도해. 더 좋은 생각 많이 하고 더 좋은 거 많이 먹고 더 좋은 거 많이 보면서 말야.


40대 중반으로 향하는 지금 내가 깨닫는 건 나중에 하자는 말보다 지금 해보자가 맞는 것 같아. 그게 무엇이든. 나중이란 기약 없고 내가 그걸 할 수 있는 상황이 될지 안 될지 모르잖아. 지금은 바로 판단할 수 있고 말야.


기도할게

너와 내가 올 한 해를 잘 살았음을 감사할 수 있게. 후회가 있더라도 잘 살았다고 스스로를 다독여줄 수 있는 연말이 되길 바라.


기도할게

너와 내가 내년 한 해를 잘 살았음을 감사하는 날들로 가득 채워지길. 매 순간순간의 선택이 현재의 나를 미래의 나를 만든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매 순간마다 내가 목표로 하는 꿈 꾸는 나를 만들 수 있도록 행동하고 말할 수 있길.


내년에 내게 어떤 일이 펼쳐질지 기대할 거야. 걱정하지 않을 거야.


세상에 착한 거짓말은 없어. 나와 가까운 이들에게는 그 어떤 거짓말도 하지 않을 거야. 거짓말을 해야 하는 상황에 응하지도 않을 거야. 그런 내가 되게 기도할 거야.


오늘도 고생했어

이 글을 읽고 있는 너에게도 그런 한 해가 되길 기도할게. 올 한 해 고생 많았어. 난 '오늘도 고생했어'란 말을 들으면 너무도 행복하더라. 내년엔 더 많이 얘기할 거야. 더 많은 이들에게 말야.


우리 내년에도 건강하자. 몸도 마음도 말야.


- 꽁꽁 얼어붙은 도시 속 슬러시가 된 마음들을 쏟아내며 2021년 12월 28일 광화문덕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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