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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Jun 14. 2024

내가 초라하다 느껴질 때

조바심 버리고 삶의 리빌딩과 실행전략이 필요한때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하고 앉았다. 그런데 자꾸 내 안의 내가 허세를 부리려 안달이다.


입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는 소위 '내가 말이야 왕년에...' 이런 소음들이다.


그 자리에 전혀 맞지 않고 없어도 되는 이야기들.


입 안으로 독한 술이 들어간다. 목구멍에서 술을 거부한다.


'그만 마셔'


마음이 내게 말을 건다.


오늘은 술 마실 날이 아닌 듯해 술잔에 입만 가져다 대며 소극적 자세로 임했다.


"넌 왜 술 안 마셔?"


아차. 너무 티가 났나 보다. 마셨다. 쓰다. 독한 술이 나를 집어삼켰다.

 



최근 저녁 자리를 하며 내가 그들에 비해 초라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이미 많은 것을 이룬 그들. 그들과 내 삶의 간격은 대학교부터 차이가 나긴 했다....


하지만 그분들은 늘 자신을 낮추고 오히려 나를 높여주시려 했던 분들이라 그동안 뵈면서 늘 감사하다는 생각이 다 많이 들었다.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만난다기 보다 함께 한 날들이 오래됐다 보니 인생을 같이 늙어간다는 인생의 동반자 같은 느낌이다. 그날도 그런 취지로 마련된 리였다.


사실 난 나대로 열심히 살아왔기에 어딜 가도 내가 초라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나는 나대로 남은 남대로 그렇게 각자 자기가 맡은 자리에서 열심히 사는 것이라 생각.


그런데 요즘 내가 남과 나를 비교하고 있다.


'조바심일까...'


스스로가 초라하다 느껴지니 그 자리에 집중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난 그 자리의 대화를 해치고 있었다.


말은 점점 거세지고 별거 없으면서 있어 보이려 허풍이 더해진다. 말로 강해 보이려 애쓴다. 이미 입과 내 정신은 대동단결했다. 초라해 주눅이 들어가는 나를 더 못난 나로 만들어버렸다.


눈을 떴다


아침이다. 블랙아웃. 시간이 삭제됐다.


내가 나를 집어삼켰다. 그리고 다시 마음속 깊이 꽁꽁 숨겨뒀던 어두운 마음이 나를 지배했다.


아침에 사과문자를 보냈다.


형님 어제 기억이 안 나네요 혹여나 제가 언행에 실수가 있었다면 죄송해요.

어제 기억나는 제 마음은 제 자신이 초라해져 보인다는 느낌이어서 오버하며 강하게 보이려고 했을 것 같아서요

다들 많은 걸 이루셨는데 전 나이는 드는데 아직도 별게 없네요 ㅜㅜ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내 삶에 대한 검토


올해 상반기 술자리가 많았다. 내부든 외부든. 마시지 않아도 되는데 객기로 참석했던 자리도 많았다. 마치 내가 뭔가 되는 양. 다 허세였다.


난 아직 이룬 게 많지 않다. 나이가 50대가 되어 이런 마음이 들지 않으려면 오늘을 더 애쓰며 살아야 한다.


술에 취해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된다. 필요한 자리와 필요하지 않은 자리를 구별해야 한다.


내 간은 무적이 아니다.


초라하다 느껴질 땐 내 현재를 점검하고 내 삶의 리빌딩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따른 비전을 수립하고 실행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내 삶을 차지하고 있는 비효율성을 제거해야 한다.


나는 지금을 나태하게 살고 있거나, 지금에 안주하며 시간을 죽이며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근본 없는 자신감, 근자감의 나를 찾아야 한다. 말은 겸손하게 하지만 행동은 자신감 있게 거침없이... 그런 내가 되어야 한다...


술 마신 다음날엔 죄송합니다 광화문덕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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