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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May 02. 2024

지하철 사람들의 표정들

가방 속에 있는 삼국지를 꺼내 펼쳐 들었다

오늘도 버스를 타고 지하철로 향한다. 지하철로 가는 버스 안에 낯익은 얼굴들이 하나둘 늘어난다. 그들도 나처럼 매일 출근시간이 일정한 거겠지.


지하철 맨 앞칸으로 이동했다. 지하철이 온다. 꽉 찬 지하철 안에서는 주변을 볼 여유조차 없다. 그러다 태릉입구에서 하자, 건대입구역에서 하자... 이제 좀 여유가 생긴다.


보통 운이 좋으면 여기서부터는 앉아서 간다. 오늘도 운이 좋았다.


가방 속에 있는 삼국지를 꺼내 펼쳐 들었다.




서른여섯의 나이로 주유가 하늘 속 별이 되었다. 숨 가쁘게 흘러가던 삼국지 속 영웅들의 이야기들이 이제는 내게 슬픔으로 다가온다. 꿈과 야망으로 가득했던 유비, 조조 등 영웅들의 나이가 이제 50대가 되어간다.


주유의 죽음이 내 마음을 얼얼하게 만들었다. 삼국지 책을 잠시 접고 슬픔을 이겨내려 큰 숨을 들이쉬었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봤다.


내 눈 안으로 사람들의 표정이 들어온다.


가방에서 이어폰을 꺼냈다. 마음을 위로하려는 듯 유튜브 뮤직비디어를 검색해서 재생했다. 내가 요즘 빠져있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오늘도 아침엔 입에 빵을 물고
똑같이 하룰 시작하고


온종일 한 손엔 아이스아메리카노

피곤해죽겠네


지하철 속 이 장면 어제 꿈에서 봤나

아참 매일이지 지나치고....



노래를 들으니 어릴 적 풋풋했던 마음이 내 마음을 위로해 주는 느낌이다. 어쩌다 보니 벌써 40대 중반이 된 나를 20대 내가 위로해 주는 느낌이다.


눈을 감고 음악에 집중했다. 머릿속으로 삼국지를 읽으며 상상했던 삼국지 영웅들의 모습들이 빠르게 흘러가는 느낌이다.


어느덧 나의 삼국지는 6권을 넘어 7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 세상을 호령하려 꿈꾸던 수많은 장수와 삼국지 영웅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인생이 뭘까'... 허망함이 밀려왔다.


그제 마셨던 술이 아직도 내 몸을 지배하고 있다. 속이 아파 쓰라림이 나를 지배하는 아침이다.


주변 사람들의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다들 무거운 아침의 시작이겠구나. 피곤이 몸을 지배하고 있는 듯보였다.


입꼬리를 올리고 미소를 지었다. 모두가 무거운 표정이니 나라도 미소를 지어보고 싶어졌다. 누군가 내 어색한 미소를 보며 미소가 머금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귓가에선 노랫말이 무한반복되어 흘러나온다.


오늘도 아침엔 입에 빵을 물고
똑같이 하룰 시작하고


온종일 한 손엔 아이스아메리카노

피곤해죽겠네


지하철 속 이 장면 어제 꿈에서 봤나

아참 매일이지 지나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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