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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Oct 31. 2024

"선배님이라 부르지 마세요"

인생의 선배님께서 조언 해준 따끔한 충고 한 마디

나는 보통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께 "선배님"이라는 호칭을 쓰곤 한다.


이기적이고 야비한 이들에게는 절대로 쓰지 않는 단어지만, 마음적으로 챙기고 싶은 분들께는 회사의 직급보다는 '인생의 선배님'이라는 의미로 "선배님"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선배님이라는 단어가 불편해요
직급을 불러주세요


사실 내가 주변분들께 "선배님"이라고 부를 때마다 주변분들은 내게 '선배님'보다는 직급을, 대학원에서는 '선배님'보다는 '원우님'으로 불러달라는 분들이 계셨다. 그런데도 난 상대의 요청을 듣기보다 내가 부르고 싶은 대로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걸 고집부렸다. 그게 그분들에게 내 마음을 전하는 길이라 믿어서였다.


그런데 그것 역시 나의 아집이었다. 교만이었다. 경솔했다.


"팀장님이 다른 분들한테 선배님이라고 부르면 그분들이 팀장님께 말을 놓거나 하대하면 어떻게 할 거예요?"


"팀장님이 업무를 해야 하는데 그분들이 소위 '형, 동생'이라고 우기면서 일은 안 하고 팀장님께 모든 업무를 전가하시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회사는 업무를 하는 공간이잖아요. 내가 왜 팀장님한테 선배님이에요? 저는 직급을 불러주세요"


나는 순간 뒤통수를 세게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저는 성악설을 믿어요. 팀장님이 자꾸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게 불편해요. 저는 팀장님께 말을 놓지 않잖아요. 저도 30~40대에는 그런 적이 있었는데 결국 결말이 좋지 않았어요. 업무를 봐야 하잖아요. 그러니 정말 팀장님을 위해 말씀드리는 거에요. 선배님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그랬다. 선배님 아니 그분의 말씀이 옳았다. 


나를 되돌아봤다


'내가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경계를 넘나드는 그런 식으로 직장생활을 해왔던 것은 아닐까?'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한다. 


조직 내에서 '형, 동생' 문화가 주는 이점도 있지만, 이 문화는 운영하기에 따라서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아 인사팀 입장에서는 '직함' 제도를 도입했을 것이다. 난 오히려 내 마음대로 편의주의적인 사고로 조직에서 공식적으로 마련해 준 제도를 본의 아니게 그동안 '기만'해 왔던 것은 아닌가 반성했다.


그래서 선배님이라는 호칭을 고쳐 불러드렸다. 그리고 내 마인드셋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친해지면 '형님', '선배님'이라고 부르던 내 버릇을 고쳐야겠다고 다짐했다.


고쳐야 산다


공과 사를 분리할 줄 알아야 업무가 제대로 돌아간다. 내가 고쳐야 할 점이다. 


악하고 이기적이고 야비한 이들은 늘 '정'이란 무기로, 생물학적 나이란 기준으로 어떻게든 편하게 살기 위해 틈새만 보이면 자신보다 직급이 높은 사람을 기만하려고 한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약해빠진(?) 직책자는 그런 이들에게 휘둘리고 결국 마음고생만 죽어라 하다가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안고 터벅터벅 회사를 떠난다.


나도 성악설을 믿는다


사람은 본디 악하고 이기적인 존재여서 늘 스스로 경계하고 기도하고 살아가야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믿어서다.


세상에 법과 규칙이 존재하는 것이 그 이유라 믿는다. 모두가 선했다면 법과 규칙이 존재하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본능에 충실하면 결국 인간이길 포기한 것이고, 본능과 본능이 부딪히면 사고가 벌어진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 산다.

공과사를 구분해야 한다.

그래야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다.

더 나이 들기 전에 고쳐야 한다.

그래야 내가 바로 선다.


- 2024.10.31 광화문덕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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