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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Nov 23. 2024

초겨울 아침, 글이 피어나는 시간

내 마음속 이야기들이 하나둘 피어나기 시작했다

출근길 아파트 현관문이 열린다. 차가운 공기가 밀려든다. 초겨울의 아침이다. 바람이 불고, 코끝이 시려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걸었다.


사람들은 무채색 코트를 걸치고, 아무 말 없이 스마트폰 화면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 풍경 속에서 나도 자연스레 사람들 틈 속으로 몸을 숨겼다.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 탄 사람들의 표정을 살폈다. 누가 오늘 유난히 피곤한 모습일지 누가 오늘 가장 큰 기대를 품고 아침 버스에 올랐는지 알 수 없다. 그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무표정 상태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우리는 모두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버스를 탔다는 것.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김이 서린 창문 너머로 흐릿하게 보이는 거리 풍경. 


"나는 얼마나 감사하며 살고 있을까?"


마음이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아무런 맥락 없이...


예전의 나는 회사에 다니며 불평불만을 일삼곤 했다.


"이 회사는 이런 걸까?"

하지만 지금 난 이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 회사는 내게 매월 안정적인 급여를 주는 고마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매달 들어오는 월급이 없었다면, 이 지하철의 창밖 풍경도, 아침의 따뜻한 커피 한 잔도 내겐 사치였을 테니 말이다.


나이가 들면서 또 하나 바뀐 것이 있다면 누군가에 대한 험담을 아예 안 한다면 거짓말이고, 최대한 하지 않으려 애쓴다. 부정적인 말과 생각은 내 마음에 독을 심어 나를 병들게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말과 생각은 상대로 향하지 않고 내 마음을 파고든다'


사실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 나와 대화하는 사람은 내게 소중한 사람일 것이다. 그러니 내가 바쁜 일상 속에서 시간을 내서 그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일 테니. 수다시간도 내겐 돈 주고 살 수 없는 '시간'이다. 내 삶의 일부분이고 내겐 매우 소중한 순간의 이어짐이다.


그런데 그 순간을, 그 소중한 시간에 다른 이의 험담으로 허비한다면 얼마나 속상한 일인가. 나의 부정적인 말과 행동이 독이 되어 내 마음에 독을 심는 것도 모자라, 나와 대화를 해주는 소중한 이의 마음을 향해 독사처럼 달려드는 모습이니.


'깊고 어두운 동굴을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다'


버스가 멈췄고, 난 환승을 위해 지하철 승강장으로 향하는 중이다. 그리고 곧 지하철이 들어왔다. 이른 새벽임에도 지하철에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이토록 이른 시간부터 하루를 시작하고 있구나'


매일 놀라는 풍경이다. 지하철에 타서 사람들 사이에 낑겼다. 그리고 난 옴짝달싹할 수 없는 신세가 됐다. 그리고 난 글이 쓰고 싶어졌다.


오늘 내게 걸어온 마음들의 속삭임, 이 생각, 이 깨달음, 이 마음들을 글로 적어두고 싶었다. 그저 흘려보내기에는 너무 아까운 순간들이었다. 휴대폰을 꺼내 들고 타이핑을 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솟구쳐 오르자, 내 마음속 이야기들이 하나둘 피어나기 시작했다. 곧 서로의 색과 향을 품은 이야기들이 어우러져 내 마음 안을 가득 채웠고, 머릿속에는 하나의 정원이 펼쳐졌다.


'12월 첫째 주 화요일이 글쓰기 모임의 시작이구나'


글쓰기 모임을 열었다. 모임명을 놓고 한 달 넘게 고민했는데, 그냥 내 방식대로, 내 감성대로 모임명을 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가장 나다운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최종 확정한 모임명이 바로


'나의 마음이 글로 피어나는 시간'


오늘처럼 내게 매 순간 말을 걸어오는 마음의 이야기를 글로 꽃피게 하자는 의미다. 나쁜 이야기는 내 마음에 독을 풀지만, 내 마음과 고마웠던 일, 즐거웠던 일, 속상해서 상처받았던 일, 기뻤던 일, 위로가 필요한 날의 마음과 독백 등에 대한 이야기는 나를 치유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 믿는다.


글이 대단하고 거창한 작품이 될 필요는 없다. 그저 일주일에 한 시간만큼은 내 마음과 오롯이 둘만의 대화를 나누고, 그날의 기록을 담아내는 것이다. 어쩌면 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오늘의 타임머신일 수도 있다. 


오늘 아침의 초겨울 바람은 차가웠지만, 내 마음은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으로 따뜻해졌다. 누군가는 지하철에 낑겨있는 자신의 삶에 대해 불평할 수 있다. 하지만 난 이런 순간에도 이렇게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오늘도 감사하다. 


평소 사소한 것이라 치부하고 있는 것, 당연하다 생각되는 것들이 있을 수 있지만, 잘 생각해 보면 세상에 사소한 것, 당연한 것은 없다. 그것들이 사소하고 당연하다 느껴지는 것은 내가 잘 살고 있다는 것이다. 감사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마음이 글로 피어나는 시간'을 통해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는 이들이 이 시간을 통해 그러한 날들을 맞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매주 감사한 일을 발견해 나가는 시간, 또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 찾아나가는 시간.


나는 믿는다. 한 주에 한 편씩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삶은 달라질 수 있다고.


'나의 마음이 글로 피어나는 시간'

12월 첫째 주 모임이 기다려지는 아침이다.


매주 한 편씩 글을 쓰며, 삶을 돌아보고, 글을 통해 마음을 나눈 시간이다. 가슴속에 있는 무언가를 꺼내어 정리하고, 또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시간. 이 시간은 나의 삶을 치유하고, 이 시간을 통해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나는 더욱 빛날 것이다.
- 2024.11.22 광화문덕 -


▼ '나의 마음이 글로 피어나는 시간' 신청은 아래 링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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