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26 여름처럼 뜨거웠던 오후
숙퇴
밤샘을 하고 퇴근했다. 그냥 집에 가려니 너무 아쉬웠다. 날씨가 굉장히 좋아서 이대로 집에가서 자기엔 내 시간이 아까웠다.
이주명 작가에게 무작정 전화를 걸었다.
"오늘 점심 약속 있어?"
"아니오"
"오우케이. 나 간다~!!!"
그렇게 점심 벙개는 성사됐다.
그런데...
이주명 작가가 있는 대학로에 너무 일찍 도착했다. 시간이 2시간 여가 붕 떴다. 혼자서 여기저기 돌아다녔는데, 너무 생소하기만 했다.
내 추억이 담겼던 공간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된 듯했다.
낯선 곳에 혼자 있는다는 것이 참 외로웠다. 그래서 떠오른 것이 브런치 벙개. 혹시나 이 근처에 있는 분이 있다면 커피 마시면서 함께 대화나누면 또하나의 이벤트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시작한 대학로 벙개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벙개를 쳤는데, 다행히 브런치 친구분들께서 호응해 주셨다. 진심으로 감사했다. 무관심이 가장 무섭다고 했는데, 그래도 많은 분들이 댓글로 아쉬움을 표현해 주셨다.
사실 난 브런치라는 공간에서도 소통을 할 수 있다고 아직 믿고 있다. 댓글을 통해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발행을 하면 푸쉬로 구독해주신 분들에게 들어가니 이보다 빠른 메신저가 어디 있을까.
오늘은 처음이라서 그런지 아쉽게도 구독자분과의 만남은 성사되지 못했다. 하지만 벙개에 대한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브런치를 통해서도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늘은 비록 벙개에 실패했지만, 그럼에도 정보를 담은 하나의 의미있는 이야기를 다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 점심 때 찾은 식당과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추가로 써보려고 한다.
정오가 되니 대학로에 사람들이 갑자기 많아졌다. 아마도 인근에서 근무하다가 점심을 먹으러 나온 직장인들 같았다. 드문드문 대학생으로 추정되는 연인들도 보였다. 이들과 함께 난 대학로 메인 거리로 걸어갔다.
이주명 작가를 만났다. 이 작가와 난 뭘 먹으러갈까 고민했다. 내가 예전에 알던 대학로가 아니어서 뭘 먹으러 가면 좋을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무작정 걸었다.
"뭐 드실래요?"
"냉면 먹을까?"
날씨가 화창하고 여름같이 햇볕이 쨍쨍해서 냉면이 먹고 싶긴 했다. 이 작가와 걷다가 우연히 파란색 파스텔톤으로 입혀진 아담한 식당을 발견했다.
가게 이름이 '카.모.메'
내가 좋아하는 영화 이름이었다. 게다가 입구 쪽에 딱 붙어있는 '냉모밀!!!'이란 글씨가 우리를 식당 안으로 이끌었다.
테이블은 아담했다. 4인석은 거의 없었고 2인석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식당 안의 풍경이 굉장히 좋았다. 뭔가 모르게 깔끔한 음식이 정갈하게 나올 것 같은 기대감을 심어주는 느낌이었다.
"냉모밀 2개 주세요"
망설임없이 주문했다. 그리고 잠시 후...
두둥!!!
기대 이상의 냉모밀이 나왔다. 큼직한 얼음 덕택에 참 시원한 냉모밀이었다. 유부의 식감도 좋았다. 간도 딱 맞았다. 다른 고명도 훌륭했다. 가격은 7000원. 전혀 아깝지 않았다. 요즘 식단 조절을 하고 있는 내게는 많지도 적지도 않은 양이었다.
다음에 또
이제 자주 벙개를 해보려고 한다. 그래봤자 한달에 한 두번이 되지 않을까 싶지만... 밤샘하고 오전에 퇴근하면 기분이 묘하다. 아들을 데리러 오후 3시반까지 어린이집에 가야하니, 그 사이에 시간은 내게 주어진 자유시간이다.
이 시간이 내겐 너무 소중하고, 그 시간에 누군가와 함께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
그 시간들을 브런치에서 나를 좋아해주는 분들과 함께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브런치란 글쓰기 도구를 통해 하루하루의 삶이 담기는 것도 좋고, 이를 통해 누군가와 교류하며 성장해 나간다는 것도 참 의미있는 것 같다.
다시 한 번 댓글로 참여해주시고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말씀 올립니다. ^^ 또 봬요~!!!
오늘도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