씽씽카 도난 사건

아들의 서럽게 울자 아내는 전단지를 만들었다

by 광화문덕
사건 경위

아내가 다급한 목소리로 불렀다. 직감적으로 범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음을 알았다.


"씽씽카 못 봤어? 아무리 찾아봐도 없네"


순간 머리를 스치는 건 놀이터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여 있던 모습이었다.


"아 맞다. 놀이터에 놔두고 왔다"


부리나케 놀이터에 가봤지만,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이날은 저녁 약속이 취소돼 모처럼 집에 일찍 도착했다.


아내와 아들가 있는 놀이터로 갔다. 아들은 씽씽카를 타고 있었다. 그러더니 조금 시간이 지나자 동네 친구들과 뛰어놀기 시작했다.


하나 둘 씩 놀이터를 떠났고, 우리도 집으로 들어왔다. 놀이터에 씽씽카는 남겨졌다. 우리는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씽씽카 찾아줘!
씽씽카 찾아줘!

아들은 울었다. 세상이 무너지기라도 한 듯 서러움을 쏟아냈다. 자신이 1년가량 애지중지하며 가지고 놀던 씽씽카를 잃어버렸다는 슬픔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듯했다.


"아빠가 새 걸로 다시 사줄게"


"시러시러. 으아아앙"


아내는 아들의 서러운 울음에 마음이 아픈 듯했다.


다음 날 저녁

아내로부터 전화 한 통이 왔다. 저녁 6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관리사무소라고 했다.


"CCTV 확인했는데, 어떤 사람이 가져가는 게 찍혀있네. 112에 신고하면 돼?"


"어디로 가져가는지도 나와?"


"아니. 아파트 밖으로 가져가는 것까지는 나오는데..."


"경...찰....? 응... 알았어... 집에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사실 난 경찰에 신고까지 하기에는 좀 오버라고 생각했다. 경찰 인력이 민생 치안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아이들 장난감을 찾아주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게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해서다.


'안 그래도 해결해야 할 사건들이 많은데...'

집 도착

아내는 한숨을 내쉬었다. 누군가 가져가는 것을 CCTV로 확인했음에도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다는 것에 속상한 듯 보였다.


"전단이라도 만들어야겠어"


"으응..."


다음 날 저녁

저녁 약속이 취소됐다. 서별관 회의 청문회를 하루 앞둔 상황이어서 저녁 먹기가 부담스러웠던 탓도 있었다. 집에 도착하니 8시쯤 됐다. 아내 손에는 A4가 한 움큼 들려있었다. 전단지였다.


아내는 아들을 위해 씽씽카를 반드시 찾아야 내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전단에는 가져간 이의 초상권과 명예를 위해 촘촘하게 모자이크 처리했다.


나도 이게 맞다고 봤다. 아무리 물건을 가져갔지만, 지역 주민일 테니 그의 얼굴 등을 적나라하게 공개하는 것은 적절한 방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한 손엔 전단을, 다른 한 손에는 아들의 손을 잡고 서 있는 아내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전단을 건네받았다. 차라리 내가 붙이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경비실의 허락을 구하고 전단을 아파트 단지 내에 붙이기 시작했다. 내용은 돌려달라는 하소연에 가까운 글이었다.

며칠 뒤

오후 마감을 하고 있는데 전화가 울렸다. 아내였다.


"놀이터에 CCTV 속에서 봤던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해?"


"정중히 가서 상황을 설명하고 조심스럽게 씽씽카 보신 적 없냐고 물어보면 좋을 것 같아. 무조건 침착하게.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게. 조심해서."


"응... 한번 말 해볼게"


잠시 후

아내와 전화를 끊고 걱정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1분이 1시간 같았다. 10여 분 후 전화가 울렸다.


"씽씽카 안 가져갔대. 놀이터 앞까지 가지고 나오긴 했는데 놀이터 앞에 두고 갔대. 그래서 자기도 모르겠대. 같이 있었던 다른 일행한테 전화를 걸어줬는데 그 분은 기억 안 난다고 하셔..."


"응... 그럼 미련 버리자. 그래도 CCTV 확인했는데 당사자가 아니라고 하니 어쩔 수 없잖어"


뭔가 석연치 않았지만, 동네 이웃을 증거 없이 의심할 수 없었다.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했다. 아내가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다른 일행분이 내 전화 받더니 펄펄 뛰시면서 지금 밖에 있으니 내일 같이 CCTV 확인하러 가자고 하시더라고. 그래서 알겠다고 했어"


"그 분 사는 곳 들었어?"


"응. 말씀해주셨어."


"그럼 내일까지 기다릴 필요 있나? 관리실가서 놀이터 나와서 그분이 아파트로 가는 동안 씽씽카를 가지고 가셨는지만 확인하면 되겠네. 놀이터 나간 시간은 확인했잖아."


"아 그렇네. 알았어. 다시 전화할게"

5분 후

"찾았어!"


아내의 목소리가 상기돼 있었다. 오랜만에 듣는 밝은 목소리여서 난 덩달아 기뻤다.


"응???"


"CCTV를 확인하려는 순간, 관리실 전화벨이 울리더라고. 경비실에서 어제 누가 씽씽카를 두고 갔다고 찾으러 오라는 거야"


"잉??? 그런데 경비실에서는 당신이 관리실로 간 걸 어떻게 알았대?"


"그.... 러.... 게....."


"우와! 기막힌 타이밍이네. 암튼 잘됐다. 고생했어. 저녁에 봐"

퇴근

기사 마감하고, 컴컴한 골목길을 걸었다. 씽씽카를 찾기 위해 붙여놨던 전단은 대부분 뜯기고 없었다.


현관에 들어서자 아들의 웃음소리가 온 집안을 채우고 있었다. 아들은 잃어버렸던 가족을 찾은 것처럼 굉장히 기뻐하고 있었다. 일주일 동안 마음 졸이며 씽씽카를 찾기 위해 사방으로 뛰었던 아내도 미소를 되찾았다.


나도 기뻤다. 그리고 생각했다.


"CCTV 속 인물 중에 누가 가져갔는지는 관심 없습니다. 그저 다시 돌려주셨음에 감사합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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