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기간 아들과 함께한 시간은 헛되지 않았다
주말 육아
주말이나 휴일에는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최대한 그러려고 노력한다.
주중 육아에 지친 아내를 쉬게 하기 위해서다.
3일간의 연휴
지난 3일 동안 아들과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이곳저곳 부지런히 달렸다.
첫날은 파주로 떠났다. 헤이리 마을. 그곳엔 아들이 사랑하는 '딸기가 좋아' 키즈카페가 있다. 5시간 넘게 신나게 놀았다. 12시쯤 도착해서 저녁 시간이 다 돼서 나왔다. 나도 몸으로 열심히 놀아줬다. 아들과 숨바꼭질을 하기도 하고 공기 매트에서 함께 뛰기도 하면서 말이다. 물론 책도 읽었다.
이날은 제대로 기분을 내고 싶어 옷도 맞춰 입었다. 온 가족이 예전에 사놓은 체크무늬 셔츠를 입었다. 진하기에 차이는 있었지만, 바지는 청바지로 입었다. 이렇게 입고 나가니 우리는 누가 봐도 가족이었다. 뿌듯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아들은 주스도 마음껏 마셨다. 평상시였다면 하루 주스 1개가 원칙인데, 이날은 통제하지 않았다. 나 역시 카페인이 필요해 커피를 석 잔이나 마셨다.
저녁엔 한식당에 가서 간장게장을 먹었다. 꽤 괜찮은 집이었다. 시골밥상이란 단어가 들어간 곳은 반찬이 참 많이 나온다. 아들도 입맛에 맞았나 보다. 내장에 날달걀을 넣고 비빈 밥을 뚝딱 먹어치웠다. '안 먹어도 배부르다'는 말은 아마 이런 상황에 적절한 것 같다.
둘째 날에는 주일이어서 교회에 갔다. 예배를 마치고 교회 건물 지하에 있는 찜질방으로 향했다. 아들은 커다란 물통 안에 가득 담긴 매실차를 마셨다. 그리고 양파링도 한 봉지 다 먹었다.
찜질방 안에는 아이들을 위한 '키즈 카페'가 마련돼 있었다. 아들은 열심히 놀았다. 키즈 카페 옆에는 오락실도 있었는데 자동차 게임은 무료였다. 운전도 마음껏 했다.
열심히 논 뒤에 씻으러 목욕탕에 갔다. 아들과 난 반신욕을 즐겼다. 아들은 나를 닮아서 반신욕을 좋아한다. 특히 아들은 내가 탕 속으로 잠수하는 것을 좋아한다. 난 아들이 많이 웃게 하려고 열심히 잠수했다.
셋째 날에는 시내 구경을 나왔다. 전쟁기념관에 가서 전투기와 탱크, 천안함 등을 체험했다. 아들은 전쟁기념관에서 노는 것을 좋아한다. 아들은 체다치즈맛나초 과자와 레몬에이드도 먹었다. 키즈카페에서도 뛰어놀았다.
실컷 놀았으니 배를 채우러 이동했다. 아내와 연애할 때 갔던 광화문에 있는 종로 빈대떡 집으로 갔다. 아직 본격적인 저녁 시간이 아니어서 바로 앉아 먹을 수 있었다. 아들은 잔치국수가 입맛에 맞았는지 국물까지 들이켜며 먹었다.
아내와 난 '테라로사 커피숍'에서 커피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마침 광화문에 있었다. 아내는 신맛이 강한 '오늘의 커피'를 난 탄 맛이 나는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테라로사에서는 커피와 함께 티라미수를 꼭 시켜 먹어야 한다. 그게 우리의 불문율이다. 아들은 주스를 사줬다. 달지 않아서인지 아들은 단번에 마시진 않았다. 하지만 내가 먹는 것은 용납하지 않았다.
곯아떨어진 아들
연휴 3일간 공통점이 있다. 아들은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녹다운이 됐다. 곯아떨어졌다. 차 안에서 자기 시작한 아들은 다음 날이 되어서야 일어났다.
평소
아들은 내가 다가가면 "아빠 저리 가", "엄마가 좋아"를 외치곤 했다. 서운하기도 했지만 그게 현실이라 받아들였다.
아들의 관심을 얻으려 노력했지만, 나 역시 피곤하다 보니 주 중에는 아들이 원하는 만큼 놀아주지 못한다. 그래서 주말이나 휴일에는 최대한 아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 이는 1석2조의 효과다. 아내의 육아 스트레스를 덜어주고, 아들의 관심도 받고 말이다.
그런 아들이 연휴 마지막 날 내게 안겨 속삭였다. "아빠가 좋아"라고. 굉장히 뿌듯했다. 아들에게 인정받는 느낌이었다. 날아갈 듯 기뻤다.
출근 준비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찌뿌둥하다. 새벽에 아들이 나를 깨워 옆에서 잘 것을 권했고, 난 자다 일어나 아들 옆으로 가서 누웠다. 아들은 돌아다니면서 잔다. 아들 옆에서 자면 발로 차이기 일쑤다. 밀기도 한다. 아마 발을 뻗는데 물건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 오늘도 칼잠을 잤다. 그렇지 않으면 아들이 깬다. 차라리 내가 불편하게 자는 게 낫다. 새벽에 깨서 울면 아내도 나도 모두 피곤해진다.
하지만 아들을 원망하지 않는다. 아들의 자는 모습이 워낙 귀여워서다. 잠을 설쳤다고 아들을 원망하지 않는다. 대자로 누워 자는 모습을 보면 마냥 사랑스러울 뿐이다.
아빠! 아빠!!!
무거운 몸을 이끌고 출근하려는 찰나, 방안에서 아들의 외침이 들렸다. 잠에서 깬 아들이 날 애타게 찾고 있었다.
방안으로 달려갔다. 아들이 내게 안겼다. 떨어질 기세가 보이지 않았다. 난 아들을 달래야 했다. 지각하지 않기 위해서다.
"아빠 회사 갔다가 올게. 올 때 아들이 좋아하는 과자 사올게. 뭐 사올까?"
아들은 대답이 없다. 울먹이는 모습에 마음이 시려왔다. 그래도 기특하다고 생각했다. 울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이 보여서다.
"아빠 일하고 저녁에 올게. 좀 이따봐. 빠빠이"
아들이 손을 흔든다. 그렇게 잘 헤어졌다고 생각했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와 아파트 경비실을 지나려는데 어디선가 아이의 서러운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아빠. 엉엉엉. 아빠. 엉엉엉"
고개를 들어 아파트쪽을 봤다. 혹시나했는데 역시나였다. 아내는 아들을 안고 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들이 매우 서럽게 울고 있었다.
멈춰섰다. 아들과 아내를 향해 크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출근해야 했다.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지난 연휴 동안 내가 열심히 살았구나. 피곤하지만 아들 마음 속에 내 자리가 생겼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