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줄 알라고
요즘 내게 관심이 너무 없는 것 아냐?
"응???"
아내에게 내가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아들과 너무 가까워진 나머지 난 늘 찬밥신세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외롭다고 느낄 때가 요즘 종종 있다.
"애한테 관심과 사랑을 쏟듯 나에게도 좀 관심을 둬 줘. 관심받고 싶다고"
아내는 내 이야기를 뒷등으로 듣는 듯했다.
토라짐
아내는 아들과 절친이다. 난 집에 들어가면 설거지하고 밥하고를 한다. 저녁 약속도 확 줄였다. 김영란법 여파도 있기도 하지만, 아내가 육아에 버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주 중에 일찍 들어가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나는 삐쳤다. 칭찬을 받기 위해 주 중에 바로 집에 들어가 요리하고 설거지했다. 주말엔 아이를 데리고 돌아다니며 아내를 쉬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노력에도 아내는 내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칭찬에도 인색했다.
너무 한 거 아냐
이런 나의 노고에도 아내는 내게 따뜻한 미소 한 번을 보여주지 않았다. 마침내 난 심통이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그리고 따져 물었다.
"요즘 나란 존재가 없어도 될 것 같다고 느껴"
"나보고 도대체 어떻게 하라고"
아내의 반응은 의외였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나를 달래줄 거라는 기대는 산산이 무너졌다. 아내가 운다.
"난 당신이 이럴 때마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
아내는 흐느끼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다 곧 서럽게 울었다. 그렇게 아내는 한참을 울었다. 그러다 진정이 됐는지 내게 다가왔다.
시체가 아니라
살아서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냐
뒤통수를 세게 맞은 듯 멍해졌다.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난 그저 아내의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랬다. 아내는 종일 쉬지 못하고 육아를 했다. 퇴근해서 쉴 틈 없이 아이를 본다. 내가 퇴근하면 그나마 아이를 내게 맡기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게 전부다. 그러다 아이가 엄마를 찾으면 난 요리를 하고 설거지를 한다. 아이는 끊임없이 엄마를 찾는다. 책 읽어달라고 하고 옆에 있어 달라고 하고 아내에게 쉴 틈을 주지 않는다.
주말에도 내가 늦잠이라도 자는 날이면 아들은 아내를 깨워서 놀자고 한다. 나를 깨우진 않는다. 지난 4년여 동안 아들과 동고동락한 아내였다. 난 그런 아내에게 내게도 관심을 쏟아달라고 채근한 것이다.
결혼 전 취미생활이 네일아트라던 아내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다. 투명 매니큐어도 바를 시간이 없다. 내게는 흔한 점심 후 커피 한 잔의 여유도 아내의 삶에서는 사라졌다. 아내의 삶 속에는 그저 육아로만 가득 차 있을 뿐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미안해졌다. 그리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난 기자로 살아가면서 사실 내 시간을 내가 조절하면서 살고 있다. 머리가 너무 답답할 때면 커피를 마시러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마감만 제대로 마치면 되기 때문이다. 저녁에 동료 및 취재원들과 저녁 술자리도 마음대로 가졌다. 업무의 연장선이라는 핑계로 말이다.
반성하게 됐다. 그리고 아내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됐다. 아내의 말은 언제나 옳다.
'조금 외로우면 어떻냐. 아이를 키우며 함께 웃고, 같이 슬퍼하고, 우리의 미래를 위해 도란도란 대화하며 하루하루 살 수 있음에 감사한 것이지. 서로 건강하게 옆에서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