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이 노력의 결과였다
아들 밥 먹어
아들이 식탁으로 달려왔다. 오늘은 배가 고픈 모양이다.
아들은 어느새 혼자 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이가 됐다. 이제 어엿한 세 살이다.
숟가락으로 밥을 떠먹는다. 흘리는 게 반이다.
조심해서 먹어야지
아들이 자꾸 흘리니 한 소리 했다. 아들은 의기소침해졌다.
그래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자꾸 흘린다. 아들을 한동안 쳐다봤다. 그리고 미안함을 느꼈다.
서투름
아들은 숟가락을 입으로 가져가며 흘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국에 밥 말아 먹는 것을 좋아하는 아들에게 숟가락으로 밥 먹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반복 숙달이 되지 않은 탓에 온 힘을 쏟아도 흘러내리기 일쑤였다.
도전! 아들의 밥먹기
식탁위에 앉아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밥을 노려본다. 1초.
손을 앞으로 뻗는다. 아주 조심스럽게. 마치 멈춰있던 에스컬레이터가 사람이 다가가자 시동이 걸리며 스르르륵 움직이듯이. 3초.
숟가락 끝을 잡는다. 단번에 잡기보다는 두어 번 잡은 자세를 교정한다. 최적의 그립감을 찾듯이. 3초.
이제 숟가락을 잡았으니 밥그릇 안으로 숟가락을 넣는다. 아주 조심조심. 원하는 만큼의 양을 뜨기 위해 여러 번 밥을 떴다 내려놨다 한다. 5초.
마지막으로 이제 남은 건 흘리지 않고 먹기다. 최고의 난도다.
숟가락 위에 올려져 있는 밥이 흐르지 않게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미세한 흔들림에도 숟가락 위의 밥은 거센 파도를 만난 듯 출렁거린다. 거친 파도를 진정시키며 숟가락을 입으로 가져가야 한다. 하지만 입 쪽으로 가져갈수록 숟가락의 흔들림은 더 거세진다. 숟가락을 있는 힘껏 꽉 쥐어보지만 흐르는 밥을 막을 수 없다. 속수무책이다.
고지가 눈앞이다. 입을 크게 벌린다. 하지만 경착륙하려면 숟가락의 방향을 재조정해야 한다. 또다시 흘린다. 10초.
짝짝짝!!!
나도 모르게 박수가 터져 나왔다. 단순하게 생각했던 숟가락질이 아들에게는 고행이었음을 목격하면서 어느새 아들의 수고로움을 응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깨달음
미안했다. 내가 내 기준에서 아들에게 서툴다고 잔소리를 한 셈이었다.
아들은 자신의 기준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돌이켜보니 내가 지금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내가 꾸준히 노력한 대가라는 것을 알게 됐다.
크게 한 숟가락 떠서 흘리지 않고 입에 넣는 능력, 넘어지지 않고 균형을 잡으며 걸을 수 있는 것, 콩도 잡을 수 있는 정교한 젓가락질, 글쓰기 등 사소해 보이는 모든 것들이 오랜 기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대가였다.
닷 커넥티드
과정은 늘 두렵고 막막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난 꿈을 닮아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당시에는 불필요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돌이켜보면 알게 된다. 내게 일어났던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었음을 말이다. 그 덕에 지금의 내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나 역시도 그런 과정을 겪었고 지금도 현재로써는 이해할 수 없는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의 의미를 아들을 키우며 조금씩 알아나가고 있다.
육아하면서 하루하루 깨달음을 얻고 있다. 남자에서 부모로 성장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수반되는 성장통을 감당하는 것은 내 몫이니 난 그저 세상의 순리에 나를 맞춰나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