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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Sep 14. 2016

KB시세 믿어도 될까?

'KB시세'라 쓰고 '허술한 시세'라 읽는다

정부가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는 가운데, KB국민은행이 내놓고 있는 'KB시세'가 또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실상 거의 모든 시중은행에서는 편리함 등을 이유로 주택담보대출 시 KB시세를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적용해 대출을 해주고 있는데, KB시세가 허술한 관리 속에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가계가 은행에서 빌린 돈은 682조40000억 원인데, 이 중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512조7000억 원에 달했다. 지난 한달 사이 주담대 규모는 6조2000억 원이나 급증했다. 주담대 증가액은 전월 5조7000억 원보다 5000억원 늘면서 지난해 12월(6조2000억 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KB시세의 허술한 관리 시스템

8일 KB국민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KB시세는 지역 아파트 단지 등에 2개의 부동산이 시세를 책정하는 데 관여한다. 한 곳은 시세를 입력하는 곳이고 한 곳은 이를 검증하는 곳이다. KB시세는 이들이 올려주는 시세를 기반으로 국토교통부에서 제공하는 실거래가 등을 참고해 정해진다.


만약 두 곳의 공인중개사가 입력한 시세 차가 클 경우에는 시세분석팀에서 이들 부동산에 연락해 재입력을 요구한다. 사실상 중개사가 입력한 정보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 KB국민은행 본사에 KB시세를 관리하는 인원은 38명이다. 이들이 전국에서 올라오는 시세에 대한 검증을 하고 있다. 국토부에서 제공하는 실거래가 등을 반영해서 시세의 객관성을 검증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관리 인원이 38명"이라는 소식을 전해들은 타금융권에서는 경악했다.


A은행 관계자는 "38명으로 전국 시세를 다 관리한다는 것이 말이 안되는 수준으로 이는 공인중개사가 올려주는 시세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공인중개사에 의해 조작되기도

실제로 이같은 허술함을 이용해 사익을 챙기는 공인중개사가 있었음도 확인됐다. 


최근 A은행에는 공인중개사 사장 B씨가 대출을 받으러 왔다. 대출 금액이 본인이 원하는 수준에서 밑돌자 B씨는 A은행 직원에 다음 주에 다시 오겠다고 했다. A은행 직원은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B씨는 그 지역 KB시세 부동산 사장이었다. 공교롭게도 다음주 해당 담보물건에 대한 시세는 상향 조정됐고, B씨는 원하는 금액대로 대출을 받아갔다.


A은행 관계자는 "중개업소 사장이 은행에 와서 자신이 KB시세를 알려주는데 자기가 얘기하면 시세가 올라가고 대출한도가 올라갈 거라고 했고, 다음주에 시세가 올라갔다"며 "KB시세가 편리해서 사용하곤 있지만 객관적인가에 대해서는 고민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KB시세가 공인중개사에 의해 얼마든지 오르락내리락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다.


매수자의 중요한 참고 지표 'KB시세'

이런 허술한 KB시세의 관리는 결국, 빚내서 집을 구매하는 이들과, KB시세를 기준으로 대출을 내준 은행권에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나 지금처럼 비정상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증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현재 일부 지역의 경우 매도인이 부른 호가가 시세가 되어 버리고, 거기에 다시 호가가 붙어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이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다. 매수자는 많고 매도자는 적으니 매도자가 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결국 호가가 시세가 되는 것이다.

실제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14단지(전용면적 55㎡)의 경우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동산 관련 금융규제인 규제(LTV·DTI)를 완화하기 직전인 2014년 7월 거래 호가는 당시 3억5000만 원정도로 형성했는데, 2년이 지난 지금 호가는 6억 원까지 치솟았다.

당연히 KB시세도 함께 뛰었다. 2014년 7월 평균가 3억5000만~3억8500만 원에서 5억500만~5억5000만 원까지 올랐다.


만약 KB시세가 보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세를 반영했다면, 부동산 가격 거품에 대한 견제장치가 될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지적이다. 기준이 되는 KB시세와 매도자가 부르는 호가의 차이가 크면 매수자는 가격 거품에 대해 고민하게 돼 호가가 시세가 되고 여기에 호가가 더해지는 비정상적인 거래를 견제할 수 있을 것이란 논리다.

뿐만 아니라 가계부채 총량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편리성을 이유로 주택담보대출 시 KB시세를 근거로 LTV를 산출하는데 KB시세가 낮게 형성되면 대출 한도가 낮아져서다.

결국, 지금처럼 KB시세가 호가에 널뛰기하듯 출렁이게 되면 결국 빚내서 집을 사는 이들이나, 거품 낀 담보를 근거로 빚을 내준 은행이나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특히나 지금처럼 내년 말, 내후년 초 쏟아지는 주택 물량 공급에 따른 집값 폭락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KB시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리의 사각지대서 방치된 'KB시세'

고무줄 처럼 늘어났다 줄었다 하는 KB시세의 현주소에 대해 정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결국 '방치'였다.


금융당국은 "KB시세가 국민은행이 관리하고 있지만, 부동산 관련 이슈다 보니 금융당국의 권한 밖의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고, 국토교통부 측은 "주택은행 시절에는 관리를 했지만 KB국민은행으로 합병되면서 민영화가 돼 민간영역에 대한 통제를 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부동산 주택 매매의 중요한 기준점 역할을 하는 KB시세가 민간 은행이 관리한다는 이유로 정부의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사이 서민들은 이를 근거로 대출을 받고 있었던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KB시세가 제대로 된 시세를 반영했더라면 가계부채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폭증에 대한 부담이 줄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방치해서는 안되고 공신력있는 정보를 제공할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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