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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Sep 24. 2015

#19. 이 책 달달 외워! '재벌가 혼맥'

산업부 신입 기자의 필독서??? 응?잉? @_@

이 책 읽어

어느 날 부장은 나를 불러 책을 한 권 던져줬다. 책표지에는 () 이라는 한자가 큼지막하게 적혀있었다.


맥???빅맥??? 수맥???

책을 펼쳤다. 백과사전에 나올법한 가계도(家系圖) 가 그려져 있었다. 굉장히 복잡했다. 읽기 싫었다.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겠고 내용도 굉장히 딱딱했다. 재미없는 논문 같았다.


다 외워!

부장은 단호했다. 일주일 동안 정독하고 반납하라는 지시도 이어졌다. 주어진 임무니 열심히 읽긴 했다. 사실 지금도 난 책 내용을 외우지 못한다. 그냥 시간 날 때 찾아보면 되는 거 아닌가란 생각에서다.


책 속에는 삼성, 현대, 한화, SK 등 국내 재벌가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1세대부터 얽히고설킨 혼맥 등 가정사에 대한 이야기다. 백과사전처럼 도표와 사진으로 잘 정리돼 있었다. 마치 재벌 백과사전처럼...


나 같은 초보가 하루아침에 이해하기란 어려운 내용들이었지만 정말 갖고 싶은 책이었다. 소장용으로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절판?

일주일 내에 외울 자신이 없어 서점에 갔다. 해당 책은 판매하지 않았다. 조바심이 났다. 재계 저격수로 통하는 마음통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배 혹시 '맥' 책 파는 곳 아세요?"

"몰라". 관심 없다는 말투였다. 이어지는 다음 말이 나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했다.


"모 그룹 회장이 쓴 자서전 필사본이 나한테 있는데. 그거라도 빌려줄까? 레어 아이템이야!"


"악!!! 선배!!! 그런 귀한 책을!!!"


그 책은 지금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책이다. 책이 나오자마자 해당 그룹에서 전량 사들여 시중에 배포조차 되지 않은 책이라고 알고 있다. 난 마치 보물섬이라도 찾은 듯 심장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몇몇 기자들이 보관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긴 했다. 그걸 가지고 있는 선배가 마음통 선배라니!!!


예상밖 득템!

선배는 2주일 동안 책을 빌려줬다. 제본해도 된다고 했다. 소장용으로 가치가 있으리라 생각해서 물어봤는데 흔쾌히 그러라고 했다. 그 책의 내용은 아주 흥미로웠다.


'마치 야사를 읽는 느낌이랄까.'


일반인은 모르는 재벌 1세대의 비화 그리고 2세대 아들이 본 아버지. 동생과의 갈등의 시작 등등...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들이었다. 기자들이 악의적으로 임용하면 다소 위험해 보이는 이야기도 있었다.


복사본을 만들지는 않았다. 내가 복사하게 되면 분명 난 그걸 누군가에게 자랑하게 될 것이고 그건 돌고 돌아 누군가에 의해 악의적으로 이용될 수 있우리라 생각했다. 아니면 내 의도와는 다르게 누군가에게 피해가 될 지도 모른다고 것 생각했다. 그냥 읽어본 것만으로, 그것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본 것만으로, 난 만족하기로 했다. 필요하면 선배한테 또 빌려달라고 하면 되니 말이다.


맥 봤다!!!

맥 책을 부장께 반납한 뒤 후회가 밀려왔다. '좀 더 외워둘 걸'이란 후회...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났다. 그러다 우연히 홍보실에 놀러 갔다가 책장을 둘러보는데 10권 남짓한 맥이 보였다. 난 홍보실에 한 권만 줄 수 있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가져가라고 승락했다. 정말 기뻤다. 뜻밖의 행운이었다.


'마치 산에 놀러갔다가 도라지를 캐 온 느낌이랄까!!!'


그래서 난 맥 한권은 가지고 있다.


에필로그

맥은 여러권으로 나뉘어져있는 책입니다. 제가 가진 책은 그중 한 권이고요.

지난해인가 개정보증판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사지는 않았습니다. 지금은 그 책에 관심이 없거든요.

재벌가의 사생활을 깊이 알아서 뭐하나 싶기도 하고요. 과거에는 정치권 유력 인사와의 혼맥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않은 것 같고요. 세상이 그만큼 변한 거겠죠. 그리고 재벌가 혼인 관계까지 뒤지면서 기사를 쓸 이유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안그래도 요즘 이슈가 많은데 그런거 없어도 충분히 비판할 소재가 많으니까요...

요즘 개인적으로 산업부 기자에 대한 회의가 있기도 해서... 여러 가지로 복잡합니다... 암튼 그렇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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