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결정을 쉽사리 못내리는 이유
인생을 살다 보면
늘 선택에 순간에 직면하게 된다. 하나의 선택을 강요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결국 선택할 것인지 포기할 것인가에 대한 책임은 모두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하는 셈이다.
잔인하게도 쉬운 선택이란 없다. 더 잔인한 것은 정보를 취합하면 할수록 선택에 따른 리스크가 더 크게 부각된다는 점이다. 물론 이는 선택 후 닥쳐올 모든 가능성에 대해 대비하고자 하는 나의 욕심 때문일 수도 있다.
현재 난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려고 애쓰고 있는데 그럴수록 늪에 빠진 듯한 기분이다. 빠져나오려고 하면 할수록 더 고민의 늪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적어도 현재 내 인생에서는 말이다.
아내를 만났을 때였다.
아내와 소개팅하고 얼마 뒤에 새로운 소개팅 제안이 들어왔다.
아내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을 때였고, 아내도 내게 호감을 보인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주선자는 해당 여성의 사진과 프로필을 내게 제시했다. 인상도 좋았고 조건만으로 본다면 흠잡을 곳이 없었다.
하지만 난 당시 별다른 고민 없이 소개팅을 정중하게 거절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내가 만약 그 자리에 나갔다면 지금의 아내(당시 연애를 막 시작할 무렵)에게 소홀하게 됐을 것이란 염려에서다. 어렵게 인연이라고 믿는 사람을 만났는데 나의 욕심 때문에 인연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만약 내가 그 소개팅을 응했다고 하자. 그런데 솔직히 말해 그 소개팅이 잘 됐을 가능성은 미지수다. 여러 변수가 존재해서다.
일단 내 경험상 소개팅에서 만나 커플이 확률은 지극히 낮다. 모두가 나와 대화가 잘 통하라는 법은 없다. 그녀가 내가 마음에 안 들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막상 만났을 때 할 말이 없는 그런 인연일 수도 있다. 같이 있는 시간 자체가 곤혹스러운 경우 말이다. 그런 경험이 꽤 있다.
지금도 난 그때 그 소개팅에 응하지 않았던 것이 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지금의 아내를 만나서 내 단점들이 많이 보완됐다. 지금의 아내를 만났음에 늘 감사하고 있다.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음에 늘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
지금 난 또 다른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지난달에는 어둡고 긴 터널 속에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어디로 가야 하나 불안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생각들로 밤잠을 설쳤다.
지금은 저 멀리 희미한 빛이 보이는 상황까지는 왔다. 이번 길은 들어서면 돌아올 수 없는 길이다. 그렇기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
내 마음속에는 12명으로 이뤄진 결정위원회가 있다. 이 위원회에서는 하루에도 수십번 긴급위원회를 소집한 뒤 나를 증인석에 세워 심문한다.
난 성실히 그날그날 수집한 정보를 업데이트해 보고한다.
위원회는 나를 질책한다. 선택에 따른 위험요소와 이를 잘 극복해낼 수 있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만장일치는 쉽사리 일어나지 않는다. 오늘도 위원회는 분 단위로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있다.
이런 날들이 한 달 보름 정도가 지났다. 혼란스럽고 또 혼란스러웠다. 피가 말리는 시간의 연속이다...
난 안다
결국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것을. 그럼에도 막상 선택의 순간에 내몰리게 되면 늘 밤잠을 설치게 된다.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면 된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난 그게 안 된다. 그게 나다.
노력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나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들이 다 이유가 있을 거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한다. 믿으려고 애쓴다. 하지만 그것도 그때뿐이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난 늘 고민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어떤 선택이 옳은 선택일지...
어떤 선택이 내게 어떤 미래를 가져오게 될지...
예상할 수 없는 모든 경우에 대해서 예측, 분석하려고 애쓰며...
저 자신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도움을 주신 이수진 대표(얼이별이마음꼴)님께 감사말씀 올립니다. '마음 속 위원회'라고 말씀해주신 단어가 너무 와 닿았습니다. 상담을 받으면서도 많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거듭 감사말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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