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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May 15. 2018

갈고 닦지 않으면 구형된다

김치찌개와 소주를 나누던 선배가 준 깨달음

선배 안녕하세요

참 오랜만에 만난 인연이다. 내가 주니어 기자였던 시절 그 선배는 잘 나가던 차장이었다. 사내 고급 정보는 대부분 그 선배의 키보드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선배는 이제 어엿한 부장이 되어 있었다. 기분이 묘했다. 사실 세월이 흘렀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는 때는 이런 때 아닐까 싶다.


부장이 되시니 어떠세요?

출입처가 자주 바뀌었던 탓에 선배와 전화통화는 종종 했지만 얼굴을 마주칠 기회는 없었다. 선배는 세종에 오래 내려가 계셨기도 했다.


이렇게 마주보며 식사를 나눈 것이 5년만 인 것 같아 조금 민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배는 식사를 하는 동안 싱글벙글 웃어주셨다.


보글보글

김치찌개가 끓기 시작했다. 김치찌개에 계란말이는 주니어 시절 선배와 나의 주된 저녁 식사겸 안주였다. 내가 힘들어 할 때면 선배는 늘 김치찌개에 소주를 사주시곤 했다. 서른살 초년병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선배는 변한게 하나도 없으시네요"


"에이 아냐 나도 이제 곧 50이야"


내 나이가 39이니 그럴만도 했다.


"선배는 그래도 늘 열정적이시잖아요"

"에이 어디가서 그런 소리 마라. 욕먹는다. 요즘 나도 고민이 많아"


"네???????"


선배는 물 한모금을 마신 뒤 낮고 무거운 톤으로 말을 이어갔다.


"사실 난 사내에서도 꽤 괜챃은 기자였어. 동기 중에서도 꽤 인정받았고. 그런데 그런 이미지를 지킨다는 게 쉽지가 않아.


음... 비유를 해보면... 최신 자동차가 있어 디자인도 멋지고 누구나 다 그 차를 타고 싶어해. 그 차만 보면 사람들은 부러워하고 열광하지. 근데 10년 후에도 사람들이 그 차를 보고 열광할까? 그건 차 소유주가 얼마나 잘 관리했느냐에 따라 고급 클래식카로 선망의 대상이 되거나, 똥차로 전락하거나 일거야.


사람도 마찬가지야. 잘 나가는 시기가 있을 수는 있어. 그런데 문제는 과거의 영광에 빠져서 더이상 자기계발을 하지 않으면 도태돼. 그런데 사실 이런 것을 자각하는 이는 많지 않아.


사람들이 '기자님 기자님' 그러면서 우러러보니 다들 스스로가 망각에 사로잡혀 자기 자신을 망쳐가고 있거든. 너가 홍보가 되었으니 더 잘 아는거 아냐?"


"아이쿠 선배님... 제가 감히 어떻게... 제게 기자님들은 너무 높으신 분들인걸요!!!"


"예이 이눔아. 너도 책임이 있는거야"


"아이쿠 부장님~ 여기 김치찌개 맛은 변함이 없네요. 얼큰함이 일품이에요"


"싱거운 놈!"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며 선배의 이야기가 묵직하게 가슴을 짓눌렀다. '사실 모든 조직에서나 마찬가지 아닐까'란 생각에서다. 젊은 시절 누구나 전성기는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40대 후반부터는 사람들은 분류가 되어진다. 누군가는 직원으로 남게 되고 누군가는 임원이 된다. 누군가는 조직을 떠나게 되고 누군가는 조직에 남게 된다. 누군가는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려 자기 앞을 가로막은 한계란 벽을 깨부시려고 발버둥을 치지만 누군가는 벽에 걸터 앉아 있다. 도전하는 이들을 한심하게 쳐다볼 수도 있고, 조롱할 수도 있다. 그건 그들이 선택결과물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말이다.


선배와의 대화 속에서 느낀 무언가가 가슴속 깊이 꿈틀거림을 느껴 기록으로 남겨본다.


에필로그
참 오랜만에 글입니다. 매일 매일 성숙해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지난 1년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새 인생을 살았던 느낌입니다. 새 인생을 살다보니 이전에 저를 지탱해주던 글을 거의 쓰지 못했네요. 앞으로 더 자주 찾아뵙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며 느끼는 깨달음을 하나하나 담아내며 살아가겠습니다. 잊지 않고 매번 제 글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신동진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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