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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Sep 11. 2017

퇴사 준비생의 고민

한 통의 메시지가 왔다.

과장님 안녕하세요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다. 페이스북 지인이었다. 갑작스러운 메시지에 좀 당황하긴 했으나, 무슨 일인지 궁금해졌다.


"안녕하세요 ㅇㅇㅇ님"


인사를 하자 그는 자신에 대해 소개를 했다. 그는 언론준비생이었고, 최근 한 경제지에 입사했다고 했다. 그리고 어제는 내가 발행한 브런치 글을 새벽까지 읽다가 잠이 들었다고 했다.


'아..............'


난 순간 예전 내 모습이 떠올랐다. 아마도 내가 겪었던 일들을 겪고 있는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 하지만 자세히 물어보진 못했다. 해당 매체가 어떤 곳인지, 어떤 고충을 겪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지금 내 입장이 그런 걸 물어보는 것이 외람됐다고 생각이 들어서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은 "근처 오시면 한번 봬요"였다. 내가 현직 기자님께 감히 조언을 할 수 없는 입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줄 수는 있지만, 그에 대한 답을 내어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이런 나의 태도에 그는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위안을 삼은 듯했다. 나중에 사적인 친분이 쌓이게 된다면 그땐 내가 인생 선배로서 조언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나 스스로를 방어했다.


그리고 며칠 뒤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글이 하나 눈에 띄었다. '퇴사 준비생의 고민'이란 제목이었다. 난 글을 다 읽고나서 눈을 감았다. 예전 고군분투하던 내 모습이 떠올라서다. 힘들었던 그 시절, 하지만 그만큼 꿈과 열정을 품고 있던 그 시절...


'예전에도 그랬고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이들이 이런 현실을 겪고 있구나'


언론인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생각해볼만한 시사점을 주는 글인 것 같아 브런치에 담고자 한다. 원문 작성자 분께는 취지를 말씀드렸고 해당 내용 전문을 인용해도 좋다고 동의를 구했다.  


<퇴사 준비생의 고민>

나는 퇴사 준비생이다. 짧지만 길었던 언론고시를 마치고 경제지에 입성했다. 합격 전화를 받았을 땐 꿈만 같았다. 사실 고민은 있었다. 매체에 대한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러 선배들에게 카톡, 전화,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물어봤던 것도 사실이다. 뭐.. 무슨 대답을 들었어도 가긴 갔을 것이다. 회사 내부 사정은 밖에서는 잘 알 수 없으니까 말이다.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나는 한 자리에 서 있는다. 그럼 컨베이어 벨트에 실린 부품이 온다. 나는 그 자리에서 부품을 조립한다. 그리고 컨베이어 벨트는 완성품을 실어 나른다. 조립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도 없이 컨베이어 벨트는 계속 돌아간다. 이후 잘 못 만들어진 제품은 조용히 버려진다. 내가 일하던 공장은 이렇게 돌아갔다. 트래픽에 미친 언론사도 마찬가지다. 네이버란 컨베이어 벨트에 실시간 검색어가 실려 온다. 기자는 검색어를 파악해 재빠르게 기사를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사는 일체의 데스킹 없이 포털로 송고된다. 여기저기서 짜깁기 한 기사는 알맹이가 없다. 심지어 잘 못 베낀 기사도 나간다. 오보이다. 그럼 조용히 삭제된다. ‘뉴스 없는 뉴스’가 생산된다. 오보는 조용히 처리된다.
      
결국 난 퇴사를 준비한다. 수습 2일차에게도 교육 없이 기사를 쓰게 하는 곳을 나간다. 국회에 출입한 기자에게도 네이버 ‘뉴스 토픽’을 보며 검색어 기사를 처리하게 하는 곳을 나간다. ‘주말 인턴’이란 기괴한 직무로 간절한 언론고시생을 꾀어 검색어 기사를 쓰도록 하는 언론사에 깊은 허무함을 느낀다. ‘디지털 뉴스부’란 바이라인으로 언론이기를 포기한 언론사에 절망한다.  

난 이전부터 미디어의 방향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이번 회사의 부장에게 내가 왜 뽑혔는지를 물었다. 부장은 다른 지원자는 미디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오프라인에 충실해야 온라인이 탄탄해진다”는 내 말에 깊은 공감을 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에 충실한 결과가 블로그 베끼고, 다른 기사 베끼는 행동인지 난 전혀 몰랐다.  

4개월 먼저 들어온 기자에게 물어봤다. “지금까지 이런 기사만 쓰는데 만족하세요?” 답변이 돌아왔다. “어딜 가도 똑같아요” 충격이다. 페친인 아웃스탠딩의 모 기자는 기사 하나를 작성하기 위해 관련 논문 3편을 찾아본다고 했다. 일요신문의 모 기자는 쉴 틈도 없이 지방을 왕복하면서 기사 하나를 완성한다. 어딜 봐서 똑같다는 건지.. 머리가 흐려진다.

이제야 깊은 고민을 하게 됐다. 다급하다고 막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 사전에 찾아볼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알아내야 한다는 것. 현업에서 뛰고 있는 선배들과의 친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가장 중요한건 언론사가 생각을 좀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시끄러운 카페에서 여자친구를 기다리며 글을 좀 썼다. “조금만 버티면 될 거야”라는 생각으로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기사를 쓰기엔 내가 성격이 너무 고약한가보다. 지금 이 선택이 후회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난 한다. 후회하면 어떤가, 이것도 내 경험인걸.

* 지망생 시절 도움을 주신 이완 기자님, 장영성 기자님, 김혜리 기자님
언제나 고민 카톡을 보내면 커피 한잔 사주신다는 신동진 과장님, 이윤찬 팀장님
감사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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