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또 몬텔레나 까베르네 쇼비뇽 2013
따자마자 마시니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다. 신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아직은 너무 젊다. 하지만 기분 좋은 신맛이다. 30분 뒤가 기대되는 그런 맛!
빛깔은 짙은 자주빛이다. 가장자리로 갈수록 보라빛에 가꺼워진다.
한 모금. 한 모금 더. 천천히 그리고 정성스레...
몬텔레나가 이 입안에 부드럽게 흘러들어간다. 아니 미끄러진다. 모든 감각을 입안으로 집중시킨다. 더 섬세하게 느끼고 싶어서다. 고가의 와인, 쉽게 맛볼 수 없는 만큼 충분히 맛보고 표현해내야 한다.
혀에 닿았을 때의 달콤함 그리고 이내 톡하고 터지는 신맛. 입안 가득 머금은 부드러움.
이미지로 표현하자면 솜사탕을 들고 있는 해맑은 아이의 모습.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솜사탕 안에는 침이 닿으면 톡쏘는 신맛을 내는 알갱이들이 송송송 박혀있다.
향긋한 과실향을 머금고 입안에 혀를 굴려본다. 매끈거림이 매혹적이다. 구름 위를 걷는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와인이 입안에서 둥둥 떠다니며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다.
1시간 정도가 지났다. 달콤한 향이 더 풍부해졌다. 신맛은 거의 사라지고 달콤함으로 가득찼다.
솜사탕을 든 아이의 입가에 달달한 솜사탕이 녹아 붙어있다. 달콤함을 만끽하고 있는 아이 얼굴에 뭍어나는 만족감과 행복함. 아이의 손에 쥐고 있는 솜사탕에는 아이의 침이 여기저기 묻어있다.
아이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작고 귀여운 손을 살랑살랑 흔든다. 바람에 살랑이는 풀잎처럼 유연하고 부드러운 손짓이다. 보기만해도 미소가 지어진다.
'파리의 심판'
1976년 5월 24일 파리의 와인 바이어였던 영국인 스티븐 스퍼리어(Steven Spurrier)와 그의 미국인 직원 패트리샤 갤러허(Patricia Gallagher)는 자신들의 와인숍과 와인 아카데미(아카데미 뒤 뱅)를 홍보하기 위해 하나의 이벤트를 기획하게 된다.
1976년이 미국이 독립 200주년을 맞이한 해이기도 하여 이들은 캘리포니아의 소규모 신생 와이너리들을 프랑스인에게 선보이겠다는 취지의 이벤트를 하게 된다.
방식은 바로 블라인드 테이스팅. 그들은 캘리포니아 와인 6종과 프랑스 와인 4종을 와인을 레드와 화이트 각각 10종씩 선별해 순위를 매기기로 했다.
심사위원으로는 프랑스에서 권위있는 최고 전문가 9명으로 구성했다. 도멘 드 라 로마네 꽁띠와 샤또 지스쿠르의 소유주를 비롯해 미슐랭 쓰리 스타 레스토랑의 오너 셰프와 수석 소믈리에, 프랑스 최고 와인 전문지의 편집장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 입장
캘리포니아 와인은 스티븐 스퍼리어와 패트리샤 갤러허가 직접 미국의 와이너리 여러 곳을 방문하여 선별하였고, 잘 알려지지 않은 '부띠끄 와인'으로 선택했다고 한다. 당시 프랑스에서 미국 와인에 대한 인식은 테이블 와인 정도의 저질(Low quality)로 인식됐다고 한다.
부띠끄 와인이란 1990년대 초·중반부터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의 일부 와이너리에서 소규모로 생산해내고 있는 최상급 명품 와인들을 일컷는 말이다. 와이너리의 가장 질 좋은 포도와 새 프렌치 오크통을 사용해서 한정된 양(300~600케이스)만을 생산한다.
다들 이미 결과는 뻔할 것이라고 예상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들과 함께 블라인드 테이스팅에 선보일 프랑스 와인들은 프랑스에서도 내로라하는 것들이었다. 화이트는 부르고뉴 생산자의 그랑 크뤼와 1등급이었고, 레드 와인도 보르도 그랑 크뤼 1, 2등급의 최고급 와인이었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은 오전(화이트 와인)과 오후(레드 와인)로 나누어 진행됐다고 한다. 오전 화이트와인 시음장의 분위기는 여유로우면서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시음 결과가 나오자 9명의 심사위원들은 모두 표정이 굳어졌다고 한다.
충격적인 시음 결과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미국 와인이 132점으로 2등 프랑스 와인(126.5점)을 압도적인 점수로 제치고 1위를 한 것이다. 그 영예의 1위가 바로 '샤또 몬텔레나 샤도네이 1973'였다. 2위는 프랑스 와인 '도멘 룰로 뫼르소 1등급 샴 1973'가 차지했다. 상위 5개 와인 중 3개가 캘리포니아 와인으로 선정됐다.
이 때문에 오후 레드와인 블라인드 테이스팅 분위기는 오전과 달랐을 것이다. 심사위원들은 자신의 모든 신경을 집중해서 블라인드 테이스팅에 임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말이다. 하지만 레드 와인 역시 1위는 미국 와인 '스택스 립 와인 셀라(Stag's Leap Wine Cellars) 카버네 소비뇽 1973'였다. 프랑스 와인 샤또 무똥 로칠드, 샤또 몽로즈, 샤또 오브리옹이 2위~4위를 차지했다.
이 사건은 자칫 묻힐 수도 있었다. 프랑스 와인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기도 해서다. 하지만 블라인드 테이스팅 장소에는 미국 '타임(Time)'지의 파리 특파원 조지 테이버(George Taber)가 참석해 이 모든 광경을 지켜봤다. 그로부터 약 2주 후 타임지 58쪽에는 '파리의 심판(Judgment of Paris)'이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실렸고, 시음회 결과는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은 전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참고로 이 대회를 소재로 한 영화도 있다. 2008년에 개봉한 '와인 미라클'이란 영화다.
미국 와이너리의 끈기 덕택
사실 1920년부터 13년간 이어진 금주령으로 미국 와인 산업이 몰락했다고 한다. 당시 색깔만 붉으면 와인 대접을 받았을 정도라고 하니 품질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금주령 탓에 미국의 많은 포도밭이 과수원이나 목장으로 변했고, 시장에서는 저질의 와인이 유통되고 있었다고 한다.
다만, 이 와중에도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Napa Valley)의 몇몇 와이너리는 고급 포도품종을 심고 최신 양조시설을 도입하는 등의 과감한 투자를 했던 곳이 있었다고 한다.
파리의 심판은 이들이 일궈낸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포기하지 않고 오랜 기간을 버텨낸 이들이 파리의 심판이란 사건을 통해 전세계에 이름을 떨친 것이다.
화이트 와인 부문 1위
샤또 몬텔레나(Chateau Montelena)는 화이트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주인공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샤또 몬텔레나 샤도네이(Chateau Montelena Napa Valley Chardonnay).
이 와인은 미국을 만든 101 가지 물건으로 미국 독립 선언문, 링컨 대통령 모자, 닐 암스트롱 우주복 등과 레드 부문 1위 스택스 립 와인 셀라 카버네 소비뇽과 함께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샤또 몬텔레나 나파 밸리 까베르네 쇼비뇽 2013
세계적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샤또 몬텔레나의 레드 와인에 대해서 “지난 25년간 품질의 균일성을 유지하여 끊임없이 훌륭한 점수를 얻은 캘리포니아 와이너리는 샤또 몬텔레나 뿐”이라고 평했다.
샤또 몬텔레나 나파밸리 까베르네 쇼비뇽은 2013은 나파 밸리의 최북단의 칼리스토가(Calistoga)에 있는 샤또 몬텔레나의 소유의 포도밭 및 칼리스토가 인근의 밭들에서 재배된 포도로 만들어진 와인이다. 까베르네 소비뇽 86%, 메를로 14% 비율로 블랜딩 됐다.
<수입사의 테이스팅 노트>
풍부한 향기를 지니고 있는 와인으로서 특히 체리와 커런트, 블랙 베리 잼, 커피, 건포도 향기를 주로 느낄 수 있으며 담배, 화산재 토양에서 얻어진 양념류의 스파이시한 향도 찾을 수 있다. 둥글고 꽉 찬 첫 인상을 보이며 중간 맛에서는 우아한 무게감과 균형미, 매끄러운 탄닌을 보여준다.
▼ 와이너리에 대한 상세 내용은 아래 링크 참조
까베르네 쇼비뇽(Cabernet Sauvignon)
와인 가운데 가장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 바로 까베르네 소비뇽이다. 와인병에 붙어있는 라벨을 통해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실제로 전세계 와인 시장에서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와인의 주 재료이기도 하다.
까베르네 쇼비뇽의 고향은 프랑스 보르도 지방, 그중에서도 메독(Medoc)이다. 아래 좌측 지도에서는 Medoc, 우측 지도에서는 1번에서 8번으로 보이는 지역이다.
원산지인 프랑스 보르도 지방(특히 메독 지역)에서는 까베르네 쇼비뇽 품종을 사용하여 최고급 와인들을 생산하고 있다. 메독 지역의 '샤또 마고(Château Margaux), 샤또 무똥 로췰드(Château Mouton-Rothschild), 샤또 라피뜨 로췰드(Château Lafite-Rothschild), 샤또 라뚜르(Château Latour) 등의 세계적인 명품 와인들이 까베르네 쇼비뇽을 주 품종으로 블랜딩한 와인들이다.
까베르네 쇼비뇽품종은 더운 지역에서 잘 자라지만, 다양한 기후와 토양에 대한 적응력이 좋고, 질병이나 냉해에도 강해 세계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재배된다. 까베르네 쇼비뇽은 현재 본 고장인 프랑스를 비롯해 미국, 남아프리카, 동유럽, 오스트레일리아 심지어는 중앙아시아까지 퍼져 널리 재배되고 있다.
특히, 1960년대 이후 캘리포니아, 칠레, 호주,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세계 와인 생산국에서도 보편적으로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다.
까베르네 쇼비뇽은 레드 와인 품종 중에서 가장 묵직하고 진한 맛을 낸다. 이것은 포도가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는 탄닌(tannin) 성분 때문이다. 이를 남성적, 야성적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와인을 생산하는 양조장에서는 부드러운 맛의 다른 포도와 혼합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가리켜 브랜딩(blending)이라고 한다. 까베르네 소비뇽과의 브랜딩에는 쉬라즈(Shiraz), 메를로(Merlot) 등이 흔히 쓰인다.
타닌이 많은 까베르네 쇼비뇽은 오크통에서 오래 숙성할 수 있고, 병입한 후에도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까베르네 쇼비뇽 와인은 기본적으로 진한 까시스 향과 타닌의 묵직함, 후추, 민트향이 나며, 산도가 꽤 느껴진다고 한다. 오크통 숙성을 통해 바닐라, 초콜릿, 담배향 등도 곁들여진다고 평가한다.
Cabernet Sauvignon에 대한 8 가지 사실
(출처 : 와인 폴리)
Cabernet Sauvignon은 1600 년대에 Cabernet Franc와 Sauvignon Blanc을 교배했고, 그 이후로, 진화하면서 오늘날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레드품종 중에서 아주 무겁고 진한 맛을 내는 Cabernet Sauvignon(까베르네 쏘비뇽) 품종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레드 품종인 Cabernet Franc(까베르네 프랑)과 화이트 품종인 Sauvignon Blanc(쏘비뇽 블랑)의 교배로 만들어진 품종이라는 얘기다.
Carole Meredith 박사와 UC Davis의 연구 그룹은 DNA 종류를 사용하여 다양한 와인 품종의 모종을 확인한 최초의 사람이었는데, 1996 년에 이 관계를 발견했다.
참고로 이는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17세기경 보르도 어느 지역에선가 두 품종 사이의 우연한 교차수분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도 있다.
미국에서는 "Cabernet Sauvignon"이라는 라벨이 붙은 와인에 다른 포도의 25 %를 혼합하는 것이 합법적이다.
미국, 칠레, 호주 등에 100% Cabernet Sauvignon 와인이 있는 반면, 에티켓(라벨)에 ‘Cabernet Sauvignon’이라고 표기되어 있어도 실제로는 75~85%(나라별로 기준이 다름)정도의 주품종으로 사용된 경우도 있다는 얘기다.
2008 년 나파 밸리 (Napa Valley) 포도 재배자 피냐 (Piña)는 " Cabernet Sauvignon은 톤당 6,000 달러에 거래되고 있지만, 메를로(Merlot) 포도는 톤당 1,300 달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Cabernet Day가 있다. 매년 8 월 말 노동절 이전인 목요일에 열린다. #CabernetDay는 다양성을 축하하기 위한 소셜 미디어 활동으로 2010 년에 시작됐다고 한다. 그 이후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시드니까지 주요 도시에 그랜드 테이스팅이 포함되었다.
Cabernet Sauvignon의 후추 향은 피라진 (pyrazines)이라고 불리는 유기 화합물 그룹으로 거슬러 올러간다. 피라진은 설 익은 Cabernet Sauvignon 포도에서 더 높다.
샤토 라투르 (Chateau Latour)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카베르네 쇼비뇽 (Cabernet Sauvignon) 생산국으로, 1 에이커 당 3.5 톤을 수확한다. 비교해 보면, 세계에서 가장 비싼 피노 누아는 DRC에서 1 에이커 당 1 톤 이상의 포도를 수확한다.
1 년에 6-8 인치의 비가 내리는 동부 워싱턴 주 (Eastern Washington State)의 샴푸이 빈야드(Champoux Vineyards)에서 만든 Cabernet Sauvignon 와인은 100 점을 여러 점 받았다. 중국의 고비사막(Gobi Desert)에는 샤또 핸슨(Chateau Hanson)을 포함한 까베르네 쇼비뇽(Cabernet Sauvignon)이 자라고 있는 포도주 양조장이 몇 군데 있다.
캐나다의 카베르네 쇼비뇽 (Cabernet Sauvignon)을 연구 한 연구원은 아시아 무당 벌레에 감염된 포도원으로 만든 와인이 와인의 맛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무당 벌레는 원래 북 아프리카에서 진딧물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도입했다.
메를로(Merlot)
원산지는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쌩 떼밀리옹 지역으로, 잎이 크고 색이 진할 뿐 아니라, 포도알이 큰 편이다. 조생종(같은 종류의 농작물 중에서, 다른 품종보다 일찍 성숙하는 품종)이며 소출(논밭에서 생산되는 곡식의 양)이 많다.
형태적으로만 보면 까베르네 쇼비뇽(Cabernet Sauvignon)과 대비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메를로 품종은 오랜 기간 동안 보르도 지방에서 까베르네 쏘비뇽과 상호보완적 블렌딩 파트너였다고 한다. 까베르네 소비뇽이 남성적이라면 메를로는 여러모로 여성적이다. 까베르네의 야생적인 향 대신 메를로는 향에서 훨씬 과일 향과 같은 느낌이 나며 타닌 역시 매끄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터프한 까베르네 쇼비뇽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최적의 블렌딩 파트너로 인정받아 왔다.
석회 점토질이나 점토질 토양에서 잘 자라는 편이어서 메독 지역보다는 강 건너편(Right Bank)인 쌩 떼밀리옹이나 포므롤(Pomerol) 지역에서 더 많이 재배되며 메독과 그라브 지역에서는 까베르네 쇼비농의 보조 품종으로 활약하고 있다. 보르도 지방 전체적으로도 까베르네 쇼비뇽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양이 재배된다.
이탈리아에서는 토스카나와 시칠리아 지방에서, 스페인의 까딸루나 지방에서도 재배 면적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신세계의 경우 전역에서 생산한다.
유럽에서는 몇몇 지역을 제외하고는 80%이상을 메를로를 사용하는 곳은 드물다. 신세계 생산지역에서는 메를로만의 단일 품종도 생산하고 있다.
레이블에 ‘Bordeaux AOP(AOC)’라고 표시된 일반급 보르도 와인은 대부분 Merlot(메를로)를 주품종으로 까베르네 쇼비뇽과 까베르네 프랑을 블랜딩한 와인이다.
오크통에서 비교적 잘 숙성되며 병입 후에는 진화가 빠른 편이다. 까베르네에 비교한다면 대체로 중,단기 보관용으로 분류된다. 물론 세계 최정상급의 메를로 와인은 장기보관도 가능하다.
▼ 메를로 품종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내용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