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광화문 인근 무작정 걷기 도전
힘들었던 여름, 그리고 악순환
매년 여름이면 체력이 무너진다. 지난해에는 냉방병의 기습으로, 올해는 발등에 땀띠가 나기 시작하면서 운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내가 겪은 냉방병은 어마무시했다. 지난해 매주 3회 이상 아침마다 3~5km를 런닝머신 위에서 뛰면서 만들어놓았던 내 체력을 한순간에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올해에 겪은 발등의 땀띠도 만만치 않은 놈이었다. 걷는 것 자체를 못하게 만들었다. 누굴 탓하랴 이 또한 내가 나를 관리하지 못해서 일텐데 말이다.
문제는 체력이 무너지면 게으름도 함께 온다는 사실이다.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지고 운동은 점점 멀어지고, 먹는 양은 줄지 않으니 자연히 뱃살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사실 이런 악순환을 끊으려면 무엇보다 정신무장이 필요하다. 나태해진 육체를 멱살잡고 갈 수 있는 것은 정신력밖에 없어서다.
다행히 요즘 좀 푹 쉰 덕택에 체력이 올라옴을 느낀다. 아침 마다 나의 게으름과 씨름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정신력만 더 끌어올리면 아침 운동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직감이 왔다.
다시 시작
오늘 모처럼 일찍 일어났다. 게으름이 나를 이불 사이로 밀어넣었지만 뿌리치고 나왔다.
40분 일찍 나왔더니 아침 내가 접한 풍경은 너무 달랐다. 매번 만원 버스에 낑겨서 오다가 체결 고갈이 나기 일쑤였는데 앉아서 왔다. 버스든 지하철이든 말이다. 덕택에 아침 컨디션도 좋음을 느낀다. 정말 쾌적한 출근길이다.
오늘은 왠지 운동화를 신고 출근하고 싶었다. 정장에 안 맞을 것 같지만 그렇다고 보기에 이상해보이는 것도 아니다. 정장엔 구두라고 어릴적부터 들었던 선입견이 내 무의식을 장악하고 있어서일 것이다.
운동화도 신었겠다. 아침 공기도 상쾌하겠다. 무엇보다 아침 운동을 할 기력이 충만한 상황이다.
아침 운동이 하고 싶어졌다
이런 여세를 몰아 광화문 인근을 걷기 시작했다. 정처없이 말이다. 시계를 보니 7시40분쯤 됐다. 걷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광화문 교보빌딩을 지나 광화문 사거리로 걸었다. 때마침 서대문쪽으로 가는 쪽 신호등이 터졌다. 발길이 닿는 곳으로 내 몸을 이끌고 걸었다.
그리고 골목골목 평소에 가보지 못했던 곳을 둘러보며 걷기 시작했다. 어디로 갈지는 내 발이 결정한다. 놀랐다. 광화문 일대 이렇게 많은 가게들이 있었다니. 작고 아담한 가게들이 참 많았다. 경치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사진을 찍지는 않았다. 그냥 걸으며 눈으로 바라보고 싶었다. 점심에 하나하나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오늘 50분 정도를 걸었다.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비싼 만보기로 사용하는 기어스포츠로 약 5천보가 조금 넘게 나왔다.
통상 런닝머신에서 20~30분을 6km/s로 걸으면 3천보 정도 나오니 그정도 속도였던 것 같다.
런닝머신 보다 좋다
런닝머신 위에서 달릴 때에는 그게 제일 좋은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밖으로 나와 걸으니 주변을 보면서 걷는 게 더 좋단 사실을 알았다.
오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모두 좋음이었다. 공기도 상쾌하니 좋았다.
이제는 매일 아침 경치를 보며 걸어야겠다. 갇힌 공간이 아닌 내 주변의 모습을 보면서 걸어야겠다.
이런 생각도 해봤다. 걸으며 작은 골목길에 가게를 찍어서 홍보를 대신 해주는 것은 어떨까라고 말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미 광화문 인근 가게들은 아무리 구석에 있더라도 유명한 집들이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다.
일단 지금은 걷기 에 집중해보고자 한다. 무엇이든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니 나의 게으름을 이겨낼 정신력을 만드는 게 우선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