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무엇일까요
7월은 승진과 근무지 이동, 헤어짐과 낯선 만남이 이어지는 시간들입니다. 이 직장에서 28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승진을 기뻐하고, 승진하지 못한 동료를 위로하며, 다른 근무지로 이동하는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떠난 자리를 메우며 다가오는 또 다른 누군가를 맞이하는 일은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날것의 무엇으로 남아 있습니다. 사무실은 기대와 기쁨, 실망과 탄식의 공기로 가득하고 축하인사와 위로의 말이 공존하게 됩니다.
내가 ‘사는 게 참 쉽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거나 ‘무엇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읽어보는 시가 있는데 최영미 시인의 ‘밥을 지으며’라는 시입니다. 그 시의 마지막 부분이 이렇습니다.
“서른다섯이 지나 제 계산이 맞은 적이 한 번도 없답니다”
시인에게 ‘밥’은 무엇일까요. 밥에 대한 여러 시가 있습니다. 시인들이 보는 밥은 숭고하고 노동이며 어쩌면 궁핍하며 비굴합니다. 하지만 ‘밥’이라는 이 단어 앞에서 고개를 세울 수 있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요.
나에게서 ‘밥’은 무엇일까요. 나 자신입니다. 내가 나를 인식하게 만드는, 나를 존재하게 하는 그 무엇입니다. 한 끼의 밥에 눈물을 흘리며 사는 것이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사람 사는 세상입니다. 밥을 짓기 위하여 물을 붓습니다. 눈물을 붓습니다. 눈물 속에서 밥이 지어지는 것입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에서, 대충 살고자 하여도 대충 살아지지 않는 그 길에서, 우리는 눈물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지 모릅니다.
사회와 직장과 사람 사이에서 그 한 끼의 밥을 위하여 우리는 지금도 일하고 있지 않는가요. 밥은 숭고합니다. 하지만 그 바탕에는 땀과 눈물이 배어 있다는 것은 그 밥을 위하여 경작하는 농부가 아니어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누구이든 차이가 없습니다.
우리는 밥을 짓는데 정말 열심입니다. 직장이 밥이 되고 사람관계가 밥이 되니 밥이 설익지 않도록, 타지 않도록 열심히 밥을 지으며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살아보면 알게 됩니다. 대강 대충 살아도 힘든 우리입니다. 노동이 밥이 되는 세상에서 정말 열심히 살았지만 때로는 눈물을 지으며 밥을 짓고 밥을 먹습니다.
밥이 나를 집어삼키며, 생존을 위해 입 안으로 밥을 욱여넣으며, 또 어떤 때는 쓰디쓴 짠 밥맛을 느끼며 사는 우리 인생입니다. 그럼에도, 그렇지만 때로는 달고 맛있게 밥맛을 느끼며 행복한 미소로 밥을 먹고 싶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눈물로 버티고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내가 밥을 먹을 자격이 있으며, 그 누구도 나의 밥을 빼앗을 수도, 곁눈질하여서도 아니 된다는 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7월의 하늘이 모두에게 같이 열려 있습니다. 짙은 먹구름 사이로 지루한 장마가 오기도 하고 맑은 하늘 아래 한여름이 시작됩니다. 더위와 힘들어 지친 일상으로 밥맛을 잃어버리는 때이기도 합니다. 나의 노동이 내가 먹는 ‘밥’이라는 것과 ‘밥’이 나에게 오기까지 수고하신 그 많은 손길에 감사하면서 더위에 지치지 말고 맛있게 ‘밥’을 먹으세요. 그 ‘밥’의 힘으로 또 하루를 버티고 이겨내며, 여름 사이로 스쳐가는 바람 한 점에 기뻐하는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 쉼과 휴식이 행복과 함께하는 7월이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