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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도 기대하지 않은 포르투에서의 1박

여행 31일. 포르투갈 1일.

by 어린왕자

2014년 7월

바르셀로나에서 포르투로


어제 열심히 놀긴 했는지 피곤하더라. 다들 지쳐서 늦은 시간인데도 게하에 머물고 있었어. 오후 비행기라 오전에 게하 식구들과 인사를 하고 짐 정리를 마쳤어.


점심 전에 나와 공항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여유 있게 게이트로 나왔더니 작은 놀이터가 보였어. 게이트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도 신기하고 처음 보는 아이들끼리 잘 어울리는 것도 신기했어. 내가 여행할 때도 이런 아이들과 같은 표정일까? 정말 편안히 잘 지내고 가. 안녕~ 바르셀로나.




안녕! 포르투갈

비행시간은 2시간이지만 시차가 1시간 있었어. 멀긴 해도 이베리아 반도 안이라 차이가 없을 줄 알았는데 다소 의외였어. 서쪽으로 여행하면 시차 때문에 왠지 보너스 시간이 주어지는 느낌이야. 1시간 공짜가 생긴 거 같은.


창밖을 통해 포르투에 왔다는 걸 알 수 있었어. Proto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항구 도시이자, 포르투갈의 출발점이자 상징과도 같은 곳이야.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가 여행지로 정했을 때 다음 행선지를 정해야 했어. 스페인 남부와 포르투갈 둘을 놓고 고민 끝에 포르투갈로 선택했지. 그래서 리스본을 가기로 정하고, 교통수단을 알아봤어. 근데 리스본 가는 직항이 몇 없고 너무 비싸. 그럼 '포르투도 가보자'라고 된 거야. 포르투로는 싸고 직항도 있었거든. 결국 잠깐 들리는 여행지. 그러니 딱히 큰 기대도 없었고, 정말 동네 구경하러 온 거야. 그래서 다른 여행지와 달리 배경지식이 아주 적었어.


Liberdade square 시청사 앞 광장




포르투갈 메트로


공항부터 도심까지는 지하철을 이용했어. 유럽의 지하철 표시인 메트로 M 자를 따라가면 찾을 수 있어. 티켓을 사러 갔더니 자동판매기에 줄이 있었어. 공항에는 현지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이 많기에 티켓을 사는데 상당히 시간이 소요되니까 줄이 있다는 건 한참을 기다려야 해.


하지만 직원 한 분이 오셔서, 가르쳐준 대로 하면 되었기에 생각보다 빠르게 줄어들었어. 뭐 거의 창구에서 티켓을 사는 수준이었지. andante라 적힌 충전카드를 받았어. 실제로 충전해서 계속 사용하면 돼.


반지하였던 그곳에서 다시 올라가면 플랫폼이 있어. 노란색의 지하철이 오는데 지하철보다는 트램에 가까운 느낌이었지. 파리에서 베르사유 갈 때 탔던 트램이랑 거의 같아. 내부도 비슷했어.


아! 타기 전에 아까 샀던 카드를 대는 노란색 기계가 있어. 한국에서 버스 탈 때 찍는 기계랑 유사하니까 쉽게 알 수 있어. 그러니 탑승전에 반드시 카드 대고 탈 것. 아님 벌금 낸다.


공항에서 출발해 이내 승객으로 가득 찼어. 캐리어를 딱히 둘 곳이 없어서 사람들이 승하차하는데 불편할까 봐 신경 쓰이더라고.


밖 풍경은 산이 많아 건물 아래로 다니긴 하지만 한국처럼 컴컴한 지하는 없었어. 골짜기나 낮은 지대라고 해야 하나. 정말 트램 같았지. 시골 같은 한적한 곳을 지나 도심에 가까워졌어. 그럴수록 더 고도가 높아지는 느낌이었어. 꽤 오랜 시간 달려 한번 환승한 후, 상 벤투(São Bento) 역에 내렸어. 여기서부터는 진짜 지하로 다녔어.


코르도리아 정원




포르투 첫인상


역시 지하에서 나오니 '여긴 어디야?'. 너무 생소한 풍경에 신기함을 넘어 조금 당황스러웠어. 여행을 시작하면서 처음 여행지인 터키 이후에 오랜만에 느껴보는 생소함이었지.


분위기부터 달랐어. 건물뿐만 아니라 벽돌 도로, 가로등, 신호등까지 회색의 무채색이라 더욱 낯설었던 거 같아. 정말 하늘만 파란색이었어. 날씨도 바르셀로나와 얼마나 다른지 갑자기 한 여름이 된 거 같았지. 어서 이 쨍쨍한 햇볕을 피해 숙소로 들어가고 싶었어. 거기다 메트로부터 사람들이 쳐다본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거든. 그렇게 낯선 시선과 생소한 풍경, 배경지식 없는 곳을 오니 다른 여행지에 비해 조금 더 긴장됐어.


구글맵으로 확인하고 숙소로 향했어. 포르투는 오르막의 도시야. 그렇게 알고는 있었지만 널찍한 오르막이 아니라 울퉁불퉁한 언덕이었어. 이 더위에 캐리어를 끌고 이 오르막을 오른다는 건 정말 별로지. 뭔가 18~19세기 항구 도시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었어. 숙소가 생각보다 멀었어. 더욱이 길이 골목골목 구불구불. 형이 수시로 길을 확인하며 간 결과, 큰 언덕 하나를 넘어 사거리 끝에 작은 호텔에 도착했어.


상 벤투 역 주변에는 크고 작은 호텔이 아주 많아. 그리고 잘 찾으면 깔끔하고 가성비 좋은 호텔을 찾을 수 있어. 게하에 둘이 묵는 것보다 더 저렴하게 일행만 쓸 수 있어 좋았지.


형이 리모델링한 호텔을 잘 찾았어. 방을 안내받아 들어가니 방은 깔끔하고 평범하지만 창밖으로 경치가 와~ 좋더라. 건물은 회색이나 지붕은 전부 유럽 특유의 주홍색이었어. 부산역 앞에 보면 산에 집이 빼곡히 있어. 그런 곳에서 보는 풍경이랄까. 그래서 부산 느낌이 났어. 푸른 산의 타워까지.


호텔에서 본 풍경


이유모를 들뜬 마음으로 호텔을 나섰어. 이 호텔은 묵었던 곳과 달리 조금 어린 여자 직원들이 다수였어. 물론 엄청 친절해서 좋았지. 주의 사항 중에 다른 나라의 호텔과 다르게 정문을 잠그는 시간이 있어서 그 시간 내로 들어와야 한다고, 그렇지 않을 경우 키를 따로 받아가야 한다고 했어. 생각보다 이른 시간인 10시 반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시간에 맞춰 오려고 했지만 혹시나 해서 키를 받아갔어.


형이 나오면서 '유럽은 오히려 남자 둘이 한 방 쓰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던데?'라고 말해서 '별로긴 하지만 묻지도 않았는데 설명하는 게 더 이상하잖아. 그래서 여 직원들이 자꾸 웃는 건가?' 이런 말들을 하면서 긴장이 풀어졌어.


무채색 포르투 거리




프란세지냐 (francesinha)


형이 웹상에서 찾은 맛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어. 당연히 가는 길에 건물들과 골목을 구경하며 갔지. 50년 이상 된 건물들과 작고 오래된 트램이 21세기보다는 20세기의 예전 모습을 보는 느낌이라 재밌었어. 특히 건물 외벽에 타일로 장식된 곳이 많아 신기했어.


그런데 도착했더니 지도에 표시된 식당이 없는 거야. 짧은 포르투갈어로 된 안내문구가 적혀 있고 안을 보니 폐점 상태. 아~망한 건가? 이사 간 건가? 그 앞에서 허무한 표정으로 서 있으니 지나가던 현지인 아주머니께서 이 식당을 찾냐고 물어보셨어. 그래서 Yes! 했지. 그러고는 자신을 따라오라며 앞장서 성큼성큼 걸어갔어.


10M 정도 지나 이곳이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어. 바로 근처로 이사 간 거였지. 땡큐! 하며 인사드리니 이 집은 엄청 맛있다고 아주 좋은 선택이라고 엄지 척을 하시고는 쿨하게 가시더라고. 아~ 멋져! 현지인이 엄지 척하는 곳이라 기대감이 한껏 올랐어.


상벤투 역으로 가는 거리과 옛스러운 트램


이 집은 프란세지냐(francesinha) 식당이야. 당연히 프란세지냐를 주문했어. 우리가 첫 손님 같았는데 그 후 사람들이 줄지어 들어왔어. 1명씩 들어와 자연스럽게 주문하고 안부를 나누는 모습이 진정한 단골들이었지.


해외에 오래 있으면 외국어를 눈치껏 알아들을 수 있는 스킬이 생겨. '아마'이지만 자녀 이야기를 하면서 정말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대화를 나누더라고. 그런 이야기들을 듣다 보니 프란세지냐가 나왔어.


샌드위치처럼 빵을 놓고 그 사이에 다양한 고기, 그 위에 치즈를 올린 다음 소스를 뿌린 음식이야. 딱 봐도 느끼한데 막상 먹으면 느끼함보다 엄청 달아. 물론 짠맛, 느끼한 맛도 나. 그래도 단맛이 압도적. 엄청 맛있고, 작아서 하나 더 먹을까 싶었지만 강한 맛에 더 먹는 건 좀 무리겠더라. 형이 주문한 것에는 계란 프라이와 감튀까지 있어서 같이 나눠먹으니까 어느 정도 배는 차서 괜찮았어.


맛있게 먹고 계산할 때 소감을 물어보셔서 정말 맛있었다고 말씀드렸더니 엄청 좋아하셨어. 표정을 통해 포르투 전통 음식이라는 자부심이 느껴졌어.


프란세지냐




상 벤투(São Bento) 역


거리로 나와 상 벤투 역으로 향했어. 비어있던 식당을 봐서 그런지 보이지 않던 빈 가게들이 많이 보였어. 그리고 문 닫은 가게도 많았어. 저녁시간이면 닫는 건지 공휴일인 건지 모르겠지만 열려있는 가게보다는 닫혀있는 가게들이 많았어. 그래서 해 질 무렵이라 조금 쓸쓸하고 회색빛이 강하게 느껴졌던 거 같아.


하지만 상 벤투 역으로 오니 사람이 엄청 많았어. 그 이유는 해리포터에서나 나올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단체로 노래를 부르고 있어서야. 포르투의 대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다닌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어. 학생들의 말을 눈치껏 들으니 신입생 관례 행사 같았어. 노래 실력은 뭐 딱히. 관례라서 하는 걸로 하자. 하지만 흥은 엄청났어. 그런데 방학 아닌가? 9월에 학년 시작 아닌가?


포르투 대학생과 멀리 보이는 포르투 대성당


저 멀리 포르투갈 대성당이 성처럼 크게 보여서 가고 싶었지만, 인파를 뚫고 가기도 어렵고 멀기도 해서 오른편으로 향했어.


돌아보자마자 성당(Igreja de Santo António dos Congregados) 이 보이는데 타일에 파란 그림이 그려져 있었어. 타일에 실제로 그림을 그린 게 아니라 도자기처럼 타일에 유약을 발라 구운 아줄레주라는 포르투갈의 문화야. 이곳에서 말로만 듣던 포르투갈의 파란 타일을 볼 거라고 기대와 상상하지 않았어. 포르투가 오래된 도시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도 기대감이 없어서 그런가 왜 그랬을까?


Igreja de Santo António dos Congregados


깨달음 이후로 상 벤투 역이 매력적으로 보여서 학생들이 돌아간 뒤에 들어가 봤어. 들어가자마자 놀랐지. 역시나 멋진 아줄레주가 역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어. 파란 그림들이 벽면을 채우며 아주 세세하게 그려진 그림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어.


원래 이곳이 수도원이었다고 하니, 그림 내용을 짧은 지식으로 유추해보기에는 무어인들이 이베리아 반도를 지배하고 있을 때, 기독교 국가들이 전쟁에서 승리하여 포르투갈령이 된 것을 기록해 놓은 거 같았어.


다양한 색상으로 된 부분도 있지만 한국인에겐 청화백자가 익숙해서 파란색이 더 마음에 들었던 거 같아. 이왕 온 김에 안으로 들어가 기차도 봤어. 기차도 조금 작더라고. 포르투갈은 한국에 비해 인구가 작아서 그런가 봐.


상 벤투 역 내부 아줄레주




클레리구스 종탑 (Clérigos Tower)와 코르도리아 정원 (Cordoaria's Garden)


역을 나와 포르투 시청사가 있는 광장으로 갔어. 골목을 다니다 탁 트인 광장에 고급진 건물들을 보자 또 다른 느낌이었어. 사실 왼쪽 길에 있는 클레리구스 종탑을 쫓아 여기로 온 거라 잠깐 보고 바로 목적지로 갔어.


종탑이니 바로 옆에 성당이 있어. 들어가 보려고 했으나 이미 입장 시간이 지났어. 종탑에 오르면 포르투가 잘 보일 거 같았지만 어쩔 수 없었지.


바로 옆에 포르투 대학교와 코르도리아 정원이 있어. 따뜻한 햇볕과 큰 나무가 있다면 쉬어야지. 도시가 아주 조용해. 공원에도 놀이터에서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뿐이야. 정말 평화로웠어. 스페인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곳이었어. 사람들도 차분하고 다양한 혼혈들이 많고 분위기가 확실히 달랐어. 그런데 동양인 관광객은 우리밖에 없더라. 우리가 관광지를 찾아다니지 않고 그냥 막 돌아다녀서 그런가?


포르투 시청사
코르도리아 정원




해리포터 서점 (렐루 서점)


형이 가까운 곳에 해리포터 서점이 있다고 해서 그곳으로 갔어. 그 말이 정확히 뭔지는 모르고 따라갔는데, 역시 문 닫아서 들어갈 수 없었어. 형에게 이 서점이 뭐냐고 물어봤더니 이름은 렐루 서점, 해리포터 작가인 조앤 K. 롤링이 이 서점을 자주 방문했고, 서점 계단에서 해리포터를 떠올렸다고 해.


그래서 사람들이 엄청 많다던데 광장과 역 말고는 도시가 고요한 걸. 도시 전체 가게 절반이 문을 닫고 마치 어릴 적 일요일 오후 밖이 조용한 것처럼 고요했어. 걷다가 갑자기 퍼즐이 맞춰진 듯 깨달았어. 역 앞에서 봤던 포르투 대학생들의 교복을 보고 우리가 해리포터가 떠올랐던 건, 작가가 그걸 보고 호그와트 교복을 구상한 거였어. 어쩐지.

렐루 서점(좌), 포르투 도서관 위의 바오밥 나무를 닮은 나무 그리고 클레리구스와 달(우)

그 앞에 멋진 건물이 있어. 오르막길에 반쯤 묻힌 건물로 포르투 도서관이야. 역시나 사람이 없어. 위쪽에는 상가들이 있고 상가 위에는 공원으로 꾸며져 있어. 높은 곳에서 본다면 도서관은 보이지 않고 공원만 있는 것처럼 보여. 거기에 B612에 있을 거 같은 키 작은 바오밥나무처럼 생긴 나무가 있었어. 물론 아니지만. 그곳에서 나무와 종탑 그리고 달을 보고 있으니 몽환적이더라. 뭔가 감상에 빠져버렸어. 역시 도서관이 좋아(?)


클레리우스 종탑과 달




카르모 성당 (Igreja do Carmo)


학교 옆 트램길을 따라가다 카르모 성당이 보였어. 여기는 한쪽 외벽 전체가 아줄레주로 장식되어 있어. 이곳은 '왠지 좀 과한데' 이런 느낌이었지. 이후에 안 사실이지만 건물이 하나가 아니었어. 사실은 아줄레주가 있던 건물만 카르모 성당이고, 반대편에는 카르멜리타스 성당 (Igreja dos Carmelitas Casa Escondida) 그리고 두 성당 사이에 아주 얇은 Casa Escondida, Casa 즉 집이야. 그래서 구글맵을 보면 지명이 세 개 있는데, 얼마나 당황스럽던지 당시에는 모르고 나중에 사진으로만 확인했지.


전신주 오른쪽이 카르모 대성당
카르멜리타스 성당 (좌), 카르모 대성당 (우) 사이에 Casa Escondida (포스터 오른쪽 위아래 창문 두 개 건물)




포르투 대성당 (Porto Cathedral)


길에 사람은 없고 갈매기만 있길래, 그 갈매기를 쫓아 골목을 다니다 보니 어느덧 포르투 대성당에 와있었어. 지도도 안 보고 왔는데 신기할 따름이었어. 도루강 반대편에 경사를 따라 차곡차곡 쌓인듯한 주황 지붕의 건물들과 강변의 크고 작은 배들이 훤히 보여서 경치가 정말 좋아. 역시 입장시간은 지났어. 6시 30분이면 다 영업 종료야. 내부를 보고 싶다면 그전에 가도록!


포르투 대성당에서 본 도루강 건너편




동루이스 1세 다리(Luís I Bridge)


도루강을 한참 바라보다 나와 동루이스 1세 다리로 갔어. 이런 엄청난 협곡에 다리가 있다니 신기하고 100M 정도 되는 거 같은 높이에서 보는 포르투는 정말 아름다워. 여기가 포르투의 상징이라는 걸 팍팍 느낄 수 있었지.


가운데에 철길이 있어서 다리 입구의 지하 터널로부터 메트로가 나오더라고. 아무것도 아닌 것에도 신기해. 다리 가운데 쪽으로 저절로 발길이 움직이더니 하늘에는 달이 보이고 돌아서 도루강 노을이 보이는데, 파란 하늘과 파란 강 사이에 얇은 붉은 줄의 노을, 그리고 노을이 내려앉은 듯한 주황색 지붕까지 정말정말 좋더라. 포르투에 와서 이 풍경을 안 봤으면 후회했을 거야.


동루이스 다리에서 본 인판테 다리
동루이스 다리에서 본 노을




와이너리 거리와 월드컵


우리는 천천히 가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다리를 건넜어. 다리 위에서 볼 때 건너편에는 유명한 대형 와이너리가 있고, 강가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여 월드컵을 볼 준비를 하고 있었어. 그래서 작은 길을 따라 우리도 축구 보며 쉴 겸 그곳으로 내려갔어. 역시 강이 잘 보이는 언덕에는 좋은 집들이 있었어. 큰 집은 아닌데 주변의 풍경과 다르게 지은 지 얼마 안 되는 깔끔한 현대식 건물에 태양열과 통창으로 된 집이었어. 그래도 북서향이라 살기보다는 카페처럼 차 마시며 노을을 보면 딱 좋겠더라.


강가로 내려오니 유명 포트 와인 브랜드인 calem, kopke, sandeman 와이너리가 있었어. 포트 와인 이름 그대로 포르투라면 볼 수 있을 텐데, 포르투가 작은 동네가 아니라서 여행 와서 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어. 하지만 보게 되니 반가웠어. 이럴 줄 알았다면 일찍 와서 와이너리 투어를 다녔어도 괜찮았을 텐데 말이야.


스크린이 설치된 곳에 도착하니 이미 해도 지고 경기도 시작했어. 잔디 위에서 생맥주 한잔씩 들고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 경기를 보고 있으니까 여행 온 거 같지 않고 집 근처에 산책 나온 것처럼 세상 편하더라.


포르투의 와이너리




포르투의 야경


붉은 노을이 다 지나고 노란 가로등이 도루강 주변을 채우고 있었어. 19 세기 같은 도루강의 야경은 참 낭만적이었어. 그래서 전반전이 끝나고 일어나 다시 동루이스 다리 쪽으로 향했어. 위는 메트로가 아래는 도로가 지나는 다리였어. 뭔가 기능, 외형이 꽉 찬 느낌이었어. 덕분에 이번에는 아래쪽으로 가면서 포르투의 야경을 볼 수 있었어. 몇 미터 걷다 사진을 찍다를 반복하며 다리를 건넜어.


동루이스 다리 야경
도루강 야경


이곳에도 단체 관람을 하는지 함성소리가 들렸어. 조금 걷다 보니 리베리아 광장에 대형 스크린으로 강 건너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축구에 열중하고 있었어. 포르투갈인의 축구 사랑을 볼 수 있었지.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우리는 스크린과 먼 분수대 뒤쪽의 계단에 앉아 남은 경기를 관람했어.


경기가 끝나고 어느덧 호텔에서 말한 시간이 다 되었어. 다들 경기에 대한 소감을 나누며 집으로 향했고 우리도 빠른 걸음으로 호텔로 향했어. 마을 사람처럼 섞여 축제가 끝나 다 같이 집으로 가는 느낌이 들어 신기했어. 상 벤투 역을 지나자 사람이 급감하고 거의 우리만 남았어. 그래서 뒤돌아 사진을 찍으며 야경을 즐기려 했지만 시간에 쫓겨 금방 뛰어가고 말았지.


결국 조금 늦고 말았어. 그래서 사용할 줄 모르는 키를 써야 했는데 키가 보이지 않았어. '큰일이네'라고 서 있을 때, 마침 직원이 나와서 열어줬어. 타이밍 굿!! 그리고 쏘리와 땡큐를 직원에게 연신 말하고 나니 마음이 놓였어. 그런데 키가 걱정이었어. 그 뒤, 반전은 방에 들어가니 형의 주머니에서 짜짠. 여행이 그런 거겠지.^^


도루강 야경


내일이면 떠난다는 생각에 너무 아쉬웠어. 최소한 2박은 했어야 하는데. 볼 것이 생각보다 많았던 거 같아. 1도 기대하지 않았지만 운 좋게 3배 이상을 느낀 포르투였어. 형과 다음에 다시 꼭 들려 못 본 곳도 마저 보자며 잠들었어.




어쩌다 보니 사진이 많아졌네요. 그래서 몇 장 빼버렸어요. 사진을 고르는 게 쉽지 않네요. 사진을 많이 찍을 만큼 매력적인 포르투였어요.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도 없다고 말하는데 기대하지 않으면 좋았던 것에 기대(1+기대)가 붙어 더 좋은 거 같아요. 반대로 기대하면서 이미 만족감을 느껴버려서 혹은 기대보다 못한 게 아니라, 좋았던 것에서 기대(1-기대)만큼 빠지는 게 아닐까요? 여행지든, 사람이든, 무엇이든지 본래의 모습(1) 그대로 있는데 우리 마음대로 기대라는 값을 넣기도 빼기도 하는 것 같아요.

포르투는 의외의 친근함과 친절함, 새로움에 재밌었던 곳이에요. 기회가 된다면 와이너리 투어와 트램 타고 도루 강 구경하기, 유적 내부 보기 등 많은 것들을 하고 싶네요. 아쉬움이 남는다는 건 다음에 또 가야 하는 이유겠지요.


앞서 같이 동행하시는 분들에게는 기대했던 것보다 좋은 글이, 우연히 같이 동행하게 된 분들에게는 기대 없이 와 하루의 즐거움이 되는 글이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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