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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왕자 Nov 30. 2021

국악은 어떤가요?

#풍류 대장, #국악 크로스 오버, #음악, #고정관념

  요즘은 매체가 다양하고 유튜브의 힘으로 TV를 챙겨보는 이가 드물지요. 저도 마찬가지지만 최근 본방 사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화요일 저녁, JTBC에서 하는 <풍류 대장>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국악인들이 출연하여 국악과 현대 팝 음악의 크로스오버 곡으로 경연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어릴 적 들었던 국악


  요즘 10대들에게는 어르신 음악이라면 트로트를 떠올리겠지만 제가 어릴 때만 해도 판소리였습니다. 그래서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는 TV에서 판소리 마당극을 방송해주었지요. 그래서 지금처럼 그리 멀리만 있는 음악은 아니었습니다.


양반들의 음악 : 정악


  하지만 국악의 첫 인식은 학교에서 배웠던 제례 같은 행사용 곡인 향악, 아악 같은 정악만이 국악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 TV에서 우연히 본 영화 <서편제>를 보고 쉽게 들을 수 있었던 민요악을 잊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당시 민요악중 판소리가 가장 인기 있는 장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영화는 어린 저의 시선에서는 느린 전개에 충격적이고 슬픈 장면들이 많아 '한'이라는 단어가 국악을 대표한다고만 알고 있었습니다.  


민중들의 음악 : 민속악


  그러다 명절에 하는 판소리 마당극을 보게 되었지요. 당연히 할머니가 안 계셨다면 보지 않았을 테지요. 그때, 아이들에게도 익숙한 '토끼전(별주부전)'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단어로는 <수궁가>라고 하지요. 당시 저에게 충격이었습니다. 느릿느릿한 거북이 같은 국악인 줄 알았으나 천천히뿐만 아니라 토끼와 같이 랩과 같은 속도로 변하면서 장면마다 바뀌는 장단과 기승전결에 따라 변화하는 호흡들, 직접적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소리꾼들, 거기다 화려한 연주까지. 제가 알던 국악이 아니었지요. 학교에서 배우던 자진모리, 휘모리장단은 사물놀이 때나 하는 줄 알았으니까요. 하나의 극 안에 모든 것들을 집어넣은 종합예술이었습니다. 현대의 뮤지컬 또는 콘서트와 아주 비슷한 느낌입니다. 그러니 어린 나이에도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사라진 국악 그리고 새로운 국악
 

  다음 명절에는 <춘향가>를 보게 되었고, 다음 명절에는 <흥부가>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명절에 더 이상 마당극을 보지 못했습니다. 더 이상 찾는 이가 없어졌지요. 세대가 바뀌면서 판소리를 찾는 이들이 없어졌습니다. 아니, 국악 전체를 찾는 이가 없어졌습니다. 가장 잠 오는 시간인 일요일 낮 KBS에서만 국악을 접할 수 있었죠.


  모두에게 잊혀갔고, 저에게도 주류 문화가 아니었기에 조금씩 잊혀갔습니다. 그러다 작년쯤 우연히 서도 밴드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내 이날치 밴드가 주목을 끌었죠. 그리고 홍대에서 공연하는 국악 밴드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홍대에서 공연한다는 것은 사장된 문화가 아니라, 교과서 문화가 아니라 현재, 불리고 있는 음악이라는 것이죠.



국악이라는 고정관념 혹은 틀
 

  새로이 변하는 이들의 음악은 국악이 아니라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럼 국악은 무엇일까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어릴 때 제가 생각했고, 접했던 음악만이 국악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많을 거라 짐작합니다. 그래서 누구는 제례 음악까지, 누구는 판소리까지, 누구는 사물놀이까지 국악이라고 생각하겠지요.


  하지만 국악이라는 말은 우리나라, 이 땅에서 오래전부터 하던 음악을 말하는 것입니다. 즉, 현대음악에 장르가 다양하듯, 국악에도 산조, 판소리, 민요, 농악, 잡가와 같이 아주 많은 분야가 있으며(잡가에도 많은 종류가 있습니다), 많은 악기가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생각하듯 많은 사람들이 일부 어떤 특징만에 잡혀 국악이라는 틀을 만들어 가두어 두지 않았을까요?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라는 진리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국악이라고 해서 조선시대 그대로 있어야 하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조선 음악은 그 전의 고려 음악을, 고려 음악은 신라 음악을 조금도 변화하지 않고 그대로 전해기만 한 것일까요?


  그럴리가 없겠지요. 사람이 변하듯, 시대가 변하듯, 사람들의 취향도 따라 변할테니까요. 그런데 왜 사람들은 국악을 조선시대 그대로 머물라고 하지요?



변화가 이어지지 못했다


  모든 것이 변하듯 음악도 변하는 것입니다. 특히 대중문화는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악중에서도 대중문화 분야도 빠르게 변하겠지요. 국악이 잊혔던 이유 중 하나가 이 부분에서 느렸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시간이 변하면서, 시대가 변하면서 따라 변해야 했지만 자의든, 타의든 전통만을 고집하며 방향을 잃었던 것이지요. 그러면서 뒤쳐졌고, 대중에게서 멀어졌던 것이라 생각됩니다.


  물론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많은 시도가 있었습니다. 개화기 이후 서양 음악이 도입되면서 크로스 오버는 100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춘향가의 일부인 <옥중가>를 부른 <쑥대머리>는 당시 100만 장 판매라는 히트를 기록했지요. 현대인이 듣는다면 완전히 조선 음악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시대에 따라 구전되며 계속 조금씩 변해온 아리랑과 비교한다면 서양 음악이 녹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마당극, 창극이라는 연극 형태도 현대에 와서 크게 발전한 것입니다. 다양한 무대 연출을 넣고 볼거리를 더 제공함으로써 대중에게 다가갔지요. 한때 성공하여 지금도 국악 창극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일반인이 취미로 할 정도로 뮤지컬이 한국 시장에서 엄청난 성장을 보이는 데 비해서는 미미합니다. 사극 뮤지컬도 많이 성공하는데 사극을 국악으로 즐기지 못하는 건 왜일까요? 듣는 이들이 오히려 옛 국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래도 계속된다


  하지만 지금의 국악인들은 다시 변하고 있습니다. 시대에 뒤쳐지는 것이 아니라 맞혀나가고, 한 발 앞서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노력에 대답하듯이 조금씩 조금씩 사람들 곁으로 스며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그에 맞혀 자신들만이 만들어 놓은 국악이라는 틀에 벗어나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물론 전통을 지키는 것은 중요합니다. 과거 이 땅에서 살았고, 우리에게 많을 것들을 전해준 이들이 들었고, 사용했던 음악을, 노래를 아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로 인해 새로운 것도, 독창적인 것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 부분은 그 부분대로 나아가고, 대중음악을 하는 국악인들은 사람들의 취향대로 변해가야 합니다. 대중 속에 있어야만 대중음악이라고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사람들이 들어야, 불러야만 음악이고, 노래라고 할 수 있을 테니까요.



클래식도 노력한다

 

  서양 고전 음악을 'classic'이라고 하지요. 고전이라고 하지만 현대까지 창작과 연주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몇 백 년 전 곡을 작곡가 의도대로 들려주는 연주자도 있지만 새로운 편곡과 해석으로 들려주는 연주자들도 있습니다. '세미 클래식'이라는 장르로 더욱 쉽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노력도 하고 있지요.


  클래식은 다른 나라의 국악에 비해 많은 활동이 이어지고 있지만 팝에 비하면 작은 세계입니다. 1시간이 넘는 교황곡을 듣는 것은 좋아하는 이가 아니라면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니 다른 나라의 전통 음악도 한국의 국악과 마찬가지인 입장입니다. 모두 대중과 가까워지도록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국악도 팝도 음악이다


  제가 현대의 대중가요 팝 음악(K-POP)에서 국악의 한 부분을 들을 수 있었던 곡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하여가는 이방원이 정몽주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 혹은 마지막 설득을 위해 지은 즉석 시조이지요. 요즘의 랩 배틀이지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국악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습니다. 특히 태평소 소리는 곡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죠.


  이후,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주로 사극 ost를 통해서 많은 곡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신의 목소리라고 불리는 소프라노 조수미의 <나가거든>이 대표적이지요. 이 곡은 많은 팝 가수들 뿐만 아니라 국악인들도 부르는 노래가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국악을 찾는 사람들 중 10대, 20대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답니다. 많은 아이돌들이 자신의 음악 세계에 적용하여 오히려 다른 세대보다 친숙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의외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저희 때만 해도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음악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오히려 지금 10대, 20대들이 그런 관념이 없는 거 같습니다. 클래식처럼 한국에서 했던 고전음악이라고 느끼는 거 같아요. 그들에게는 오히려 신선함, 새로운 멋으로 느끼는 거 같습니다. 외국인들도 비슷한 선상에서 많은 관심을 가지는 거 같아요.


  어찌 상상해보면 국악이란 나라 국(國)을 사용하니 그 나라에서 하는 음악이고, 팝은 popular, 인기 있는 이라는 뜻이니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음악이 나라의 음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느낌이 듭니다.



소수 정예의 열정과 끈기 그리고 노력


  많은 무대들이 코로나로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작은 연 기획사들이 재정적으로 힘든 상태지요. 그러한 상황에 국악은 더욱더 자리가 없겠지요. 서울대 국악과도, 한예종 수석 졸업자도, 기네스 보유자도, 입상으로 군 특례를 받은 자, 총리상, 장관상을 받은 자도 소리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렵사리 얻은 무대라도 재능 기부라는 경우도, 차비만 주는 경우도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최근 많은 사람들이 트로트로 무대를 옮기고 있지요.


  하지만 많은 분들은 견디고 있습니다. 아마 다들 어느 정도의 수준에 도달한 이들이기에, 평가를 받은 이이기에 계속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는 것도 같습니다. 그리고 소리를 그만두고 싶지 않고 계속해서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서 일 겁니다. 그 마음이 너무나 아름답고 존경스럽습니다.


  먹고사는 문제는 인간에게 첫 번째로 아주 중요합니다. 그러니 실력이 없다면 그만해야겠지요. 필요 없는 것이라면 취미로 끝내야겠지요. 그런데 좋아하는 소리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도 받았고 소리가 필요하다는 이도 있는데 그만 해야 하나요? 그러기에 너무 아깝습니다. 재능이 넘쳐흐르는 것을요.


  포기하지 않고 꿈을 이어간다면 소리꾼들의 끝없이 높고 깊은 소리처럼 언젠가 세상을 높고 깊게 울릴 날이 올 것입니다. 꼭!


  그리고 보름달 뜨는 날에는 '달밤이 밝으니 새벽까지 놀 수 있겠다.'는 민족의 후예들이 어떻게 소리를 가지고 잘 노는지 보는 것은 어떨까요?



  국악에 관심이 있었다고 하나 다른 사람들이 너무 없어 상대적으로 관심이 있어 보일 뿐입니다. 저도 학교에서 배운 것들과 글의 내용 정도입니다. 다 지나가다 들은 내용이지요. 그래도 피아노 소리를 좋아하듯, 가야금과 대금 소리는 이래저래 즐겨 들었습니다. 쑥대머리는 유독 끌려서 참 많은 소리꾼과 가수들을 통해 들었지요. 100년 전에 백만 장이 팔렸다는 말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지요. 요즘은 유튜브를 통해 실력자들의 소리와 연주를 쉽게 들을 수 있어 참 좋습니다.^^


  그래서 늘 풍류 대장과 같은 프로그램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만 시청률이라는 이유 때문에 경연이라는 점이 아쉽지만요. 그런데 국악이란 것이, 소리라는 것이 어려운 점이 누가 하냐 따라 참 많이 달랐습니다. 그래서 크로스오버 밴드도 참가했지만 처음 마이크를 잡는 이들은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생소한 장르와 마이크와 의상에 어색한 점도 있었지만 회가 거듭할수록 새로운 맛이 느껴집니다.(회가 지날수록 정가가 좋습니다.) 저와 비슷한 나이대의 소리꾼들이라서 그럴까요? 다들 적어도 10년 이상, 많이는 20년 이상 소리를 한 사람들이라 그럴까요? 기대 이상으로 너무 좋습니다. 기본기란 정말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저는 고음을 강조하는 기존 경연이 참 이해가 안 갔는데 소리꾼들의 '정도'를 넘어서는 고음은 혼이 울리는 느낌입니다. 마이크를 쓰지 않는 소리꾼들이니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성량도 어마어마합니다. 소리통이나 뱃심에 매번 놀라요. 노래를 부를 때는 TV 소리나 휴대폰 소리를 줄여야 할 정도예요. 기본으로 갖춰지는 실력이 기존 가수들과 전혀 다른 느낌이에요.


  가수들에게는 잘 부른다는 표현을 하지만 소리꾼들은 음 위에서 이리저리 노니는 거 같아요. 그리고 연주도 얼마나 좋은지 여러 악기에 빠져버렸어요. 숲이나 바다, 들판에서 들리는 음악 같답니다. 그런 자연스러운 연주음이 마음을 편안하게 하여 활짝 열리게 하면 이리저리 자유롭게 노니는 소리꾼들의 소리가 마음으로 곧장 달려옵니다. 그러니 제 마음이 버틸 수가 있나요.


  물론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창극을 하신 분들도 많고, 극적인 요소가 국악에 많다 보니 다른 경연처럼 화려한 퍼포먼스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 부분을 더 좋아할 거 같지만 저에게는 곡을 듣기에 흐름이 끊기는 부분이었어요. 현대에는 보이는 부분이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결국 오래가는 음악은 듣는 음악인 거 같은데 말이죠.


  몇 년간 많은 오디션과 경연이 있었지요. 그럴 때마다 우리나라에는 '노래 잘하는 사람이 넘쳐나는구나. 못하는 사람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앞선 이들은 아마추어라는 게 느껴질 정도로 프로의 '격'을 보여주고 있어요. '정말 오랜 시간 많은 노력을 했구나. 정말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이구나'라는 느낌이 전해집니다.


  소리꾼 여러분은 이미 활짝 핀 꽃입니다. 다만 지금은 사람들이 다른 꽃들에게 관심을 더 줄 뿐이죠. 아름다운 꽃이기에 반드시 사람들이 찾을 날이 올 거라고 믿어요. 그때까지 저는 계속 바라보겠습니다. 그럼 전 풍류대장을 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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