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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tRain Dec 11. 2020

겨울이 온다

아무리 추워도 사진은 변하지 않는다

점점 날씨가 추눠진다. 강물이 얼어버리는 것은 물론 강물에서 자라는 것들도 멈춘다.

물 속에 뿌리를 펼쳐지고 물 위로 줄기와 잎, 꽃이 태어나던 연잎도 그렇다.

그 겨울의 순간은 말 그대로 순간이다. 봄이 되기 시작하면 그 얼음은 녹고 물 속에 박히고 있던 연씨는 팔을 편치듯 줄기와 잎을 키우기 시작한다.

그런 순간들을 직접 보기는 힘들다. 특히 물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 수 많은 것들은 눈으로 알기도 힘들뿐 아니라 일반적인 상태로 사진 찍기도 힘들다. 그나마 안심하고 물쪽을 만날 수 있고 그 안에 박힌 연씨를 만나기엔 겨울이 최고다. 대충 이제 막 겨울이구나 싶은 그럴 때는 위험하고, 한창 추울 때가 좋다.

고인 물이 깊이 얼어 있는 겨울의 중심일때.

그저 따뜻한 집안에서 라면이나 먹어야겠다는 그 추운 겨울 그때.

옷도 두툼하게 여럿 입어야 그나마 나갈 수 있을 때.

그래야만 비로소 얼은 물 위를 안심하고 걸어갈 수 있다. 더불어 쪼그려 앉은 상태로 물 위에 있는 다양한 것들을 꼼꼼하게 볼 수 있다.


일상은?

ZEISS Batis 2/40 + SONY a9 얼음에 박힌 연밥을 찍었다. 연씨는 얼음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추운 날엔 일반적으로 기껏해야 냉동에 있는 얼음을 꺼내는 게 다다. 아이스크림 꺼내는 게 그나마 즐겁기도 하고.  

그러나 집 안에 있는 것 만이 존재하고 있는 전부는 아니다. 겨울일수록 밖으로 나가지 않는데, 그래서 겨울일수록 외롭기까지하다.

사실, 밖으로 나가본들 아름다운 꽃이 있지도 않고 나무들의 잎들도 후두둑 떨어져 있을 뿐이다. 그러니 외로울 수 밖에.

그렇다면 야외로 나가서 볼만 한 걸 찾아볼 수 밖에 없다. 흔하지 않은 동시에 아름답기까지 하면 딱 좋다.

눈이 내린다면 어느 곳이든 아름답게 보일 수 있지만, 눈 조차 없는 날이라면?

얼음이 깊게 퍼져 있는 곳이 그나마 볼만하다.


사진은

Zeiss Batis 2/40 + SONY a9 깊고 넓은 얼음 덕분에 찍은 사진



사진은 그런 게 아니던가.

어느 멈춘 순간.  사라지지 않는 순간. 변해버린 것들의 과거. 혹은 변하기 전의 아름다움.

저 얼음에 담겨 있는 연밥은 크게 두 가지 이야기가 있다. 연꽃이 핀 후, 그리고 연꽃이 피기 전. 그 둘을 담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얼음이다. 그리고 그 깊은 얼음 덕분에 그 위로 걸어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때론

Zeiss Batis 2/40 + SONY a9 물 속으로 고개를 숙이지 않았던 연씨


원래 연꽃의 씨앗은 최종적으로 위가 아닌 아래를 향한다. 그래서 고개를 숙인다. 아래를 바라보지만 자신이 키울 꽃은 위로 향하길 원하면서. 그래서 연꽃의 씨앗인 연씨는 보통 물쪽으로 향해 바라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론 물 위를 바라보는 연씨가 있기도 하다. 사실, 겨울 전에 이미 연밥은 속이 없는, 구멍만 뻥뻥 보이는 빈 모습이 많다. 스스로 그러길 바라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도 자주 생긴다.

사람도 그렇다. 키운 자식이 언젠간 자신을 떠나줄 알지만, 언젠가 꽃처럼 활짝 펴주길 바라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저 연씨들이 박혀있는 연밥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한다.

‘힘 내렴. 겨울이 끝나거든 언젠가 아름다운 연꽃이 될 거야.’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저 연밥위에 ‘호-호-‘하고 입으로 따뜻하게 바람을 불었던 것 같다.


연꽃의 중심

Zeiss Batis 2/40 + SONY a9 여름 초반에 촬영했던 사진.

연꽃잎이 펼치기 시작하면 연꽃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그저 꽃이 크고 예쁘다고 하지만 그 중심에 있는 연밥과 연씨에 대해서는 관심이 낮은 편이다. 시간이 흘러 연꽃의 잎들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더더욱 찾아오지 않는다.

 

Zeiss Batis 2/40 + SONY a9

개인적으로 꽃잎이 떨어진 꽃의 중심, 연밥을 좋아한다. 자신의 안에서 연씨들이 좀 더 튼튼해지길 바라는 모습 같달까.


겨울의 중심

Zeiss Batis 2/40 + SONY a9

지금은 12월. 점점 겨울의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조만간 매우 추워질 것이다.

그 겨울의 중심엔 얼음에 담겨있는 연밥과 연씨가 있다. 연꽃의 중심은 겨울의 중심을 버틸 것이다. 그동안 연꽃은 단 한 번도 포기한 적도 없었다. 심지어 물이 말라버린 땅 속에서도 죽지 않고 끝까지 버티고 버텼다. 그 말라버린 땅이 촉촉해지면 다시 뿌리는데 멈추지 않았다. 물 위로 꽃까지 보여주기까지 했다. 그 마음을 알 수는 없으나, 겨울의 얼음을 즐기고 있는 건 아닐까? 봄이 되기 시작하면 고생하고 고생해서 뿌리와 잎은 물론이고 꽃까지 펴야하니. 어쩐면 즐겁게 쉬고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들도 모두 힘 내시길. 사람들의 행복도 저 연꽃처럼 아름다운 날이 오길 빌어본다.

더불어, 저 겨울을 즐기는 연밥처럼 겨울에도 사진 찍기를 포기하지 마시길.




* 얼음이 보이는 모든 사진은 매우 추웠던 날이 이어졌을 때 촬영했습니다. 얼음이 깊어 안심하고 올라가서 찍을 수 있었습니다. 대충 추운 정도에는   위는 위험할  있습니다. 

* 모든 사진은 Zeiss Batis 2/40 + SONY a9으로 촬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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