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마트폰 중독 엄마이자, 수학 교사이다. 수학교육과를 졸업하고 재수생, 삼수생 시절을 지나 교사가 되었다. 재수할 때 경쟁률이 높은 1차 시험에는 합격했지만, 1.3대 1의 낮은 경쟁률을 극복하지 못하고 최종 합격하지 못했다. 합격이 손에 잡히는 듯하다가, 삼수생이 되어 다시 마음을 잡고 공부하기란 어려웠다. 공부가 지겨웠다.
학교 도서관에서 꾸역꾸역 공부하다가 내 한 몸 들어가면 꽉 차는, 작은 집으로 돌아오면 컴퓨터가 참 재밌었다. 컴퓨터로 드라마도 보고, 김연아 선수 경기 영상도 보고 또 봤다. 아름다워서 눈물이 나고 자랑스러워서 계속 보고 싶었다. 실은 공부가 하기 싫었다. 반년 넘게 밤마다 컴퓨터를 붙잡고 있었고, 낮에는 피곤해서 늦잠을 잤다.
내가 봐도 또 떨어질 것 같았다. 의지가 부족했다. 컴퓨터 탓도 아닌데, 홧김에 컴퓨터 모니터를 버려버렸다. 임용시험을 치르기 전까지 어쩔 수 없이 컴퓨터를 켜지 못했다. 물론 학교 도서관에도 멀티실이 있었지만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 집에서 홀로 컴퓨터에 한없이 빠지던 것과는 다르게 정신을 부여잡을 수 있었다. 9개월 뒤 나는 꿈에 그리던 신규교사가 되었다.
분명 컴퓨터 모니터를 버리지 않았다면 시험에 합격하지 못했을 것이다. 컴퓨터를 버리고 공부에 매진했음에도 나는 소수점 차이로 겨우 합격했다. 한 문제라도 더 틀렸으면 떨어졌다. 그 시절 컴퓨터 모니터를 버린 일은 내가 지금껏 제일 잘한 일이다.
지금 아이들과 함께 하는 육아휴직 기간은 어쩌면, 고시생이던 그 시간보다 더 소중한 시간이다. 아이들이 엄마를 가장 뜨거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시간이다. 엄마! 하고 웃으며 달려오는 것도 몇 년 남지 않았다.
그 귀중한 시간에 지금의 나는 아이들을 귀찮아하며,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다. 이건 아니다.
변하고 싶었지만, 4년이 넘도록 지속된 습관이었기에 나는 변하지 못했다. 여전히 나는 스마트폰 세상 속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부족한 시간으로 내내 허둥지둥 살고 있었다.
하루 종일 실컷 스마트폰 보며 낄낄거린 어느 날이었다. 이상하게도 오후에 내 품에 돌아온 아이들을 돌보다 보니 더 힘들었다. 스마트폰을 내내 손에 들고 빈둥대느라 간식 준비도, 저녁 준비도 못했으니, 급히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징징대며 계속 놀아 달라는 첫째를 보니 화가 치밀었다.
첫째는 목욕하는 중에도, 씻고 나서도 내내 징징거렸다. 바닥에 누워서 온몸을 꼬아대며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며 울고 있었고 나도 짜증으로 가득 차서 수건을 발로 들어 올리다가 (아이를 낳고 발 기술이 많이 늘었다. 무엇이든 발로 집는다.) 움직이는 첫째를 피하지 못하고 첫째 얼굴을, 그것도 눈을 세게 걷어차고 말았다. 실수였다. 그 순간 ‘징징대더니, 꼴좋네.’ 내심 시원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바로 등골이 서늘해졌다.
내가 내 아이의 눈을 발로 걷어찼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최고로 사랑하는 존재인 내 딸이다. 내가 아이에게 가한 폭력이 잠시라도 통쾌했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았다.
잠이 오지 않았다. 벌겋게 부어 오른 아이의 눈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나 스스로를 곰곰이 돌이켜 보았다.
난 오늘 분명 신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지 않았다. 아이는 평소에도 징징거린다. 목욕 후 배도 고프고 나른해져서 칭얼거리는 것은 6세 아이가 자주 하는 행동이었다.
왜 나는 평소보다 더 화를 냈지? 도대체 뭐지? 실컷 놀았는데, 왜 하루 종일 힘들게 집안일을 했을 때 보다 더 화를 내지? 도대체 왜 나는 더 지쳐하지?
핸드폰을 보는 것이 어쩌면 나한테는 휴식이 아니라 노동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핸드폰 사용이란 나에게 쉼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폭력성을 주었던 것이다.
스마트폰과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들을 바탕으로, 아이들을 더 큰 사랑의 눈빛으로 돌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핸드폰을 얼마든지 사용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육아 전우들과 실컷 이야기를 나누며, 깔깔 웃으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있을 때는 오히려 아이들이 엄마를 찾는 것이 더 귀찮았다. 아이들의 부름에도 "잠깐만 기다려."라고 늘 대답했다. 그날도 실컷 유튜브를 보고 나서 더 피곤했다. 육아가 더욱 힘에 부쳤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고 생각만 하면서, 핸드폰만 붙잡고 있지 말고 이제는 정말 노력을 해야 할 시기가 왔다.
컴퓨터 모니터를 버렸던 그때처럼, 핸드폰을 끊어보자. 요물 스마트폰 이 녀석을, 아이들 앞에서라도 내려놓아 보자.
핸드폰 속 세상이 뭐가 그리 중요할까. 쓸데없는 일에 신경 쓰느라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지 말자. 가족과의 시간에 무엇보다 신경을 쓰자.
아빠가 갑자기 하루 만에 장애인이 되신 것처럼, 오늘 하루의 평범한 이 순간이 내일이면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 소름 끼치게 겁나는 진실을 외면하지 말고, 지금 나에게 놓인 이 일상을 감사로 받아들이자. 더 나은 엄마가 되기 위해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노력해보자. "나는 아이들 앞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