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의 기사'로 포장된 허상

특검 취재 한 달을 돌아보며

by 꽁냥이

압수수색 시작도 전에 나간 기사

최근 한 특검보와 우연한 계기로 점심을 먹었다. 평소 취재원에게 "밥 한 번 드시죠"라는 말도 못 하는 성격이라, 나에겐 소중한 기회였다. 취재원과의 식사는 '식사'를 가장한 취재의 연장선이다. 그 덕에 항상 처음부터 끝까지 묘한 기류가 흐른다. 애피타이저 질문으로 언론사들이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는 특검 기사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던져봤다.


"기자들이 질문하고 딱 끊어야 되는데, 맨날 '한 가지만 더, 한 가지만 더' 하다 보니까 일을 못해"


나도 맨날 그렇게 전화했던 사람인지라 순간 마음이 뜨끔했다.


"근데 열심히 일 한 게 기사로 나가면 홍보도 되고 좋은 거 아니에요?"


"조서 내용이 막 나가고 하면 수사하는 입장에서 보면 아주 기분이 나빠요. 의욕도 안 생기고"

"우리들이 밤새워서 수사하면 한 줄만 보고 딱 나가고. 사실과 다른 게 나갈 때도 많고"

"지난번에 우리 압수수색하러 나가고 있는데, 어디서 압수수색 중이라고 기사가 난 거야? 우리 도착도 안 했는데, 그때 너무 충격받았어. 그게 얼마나 수사에 방해되는 일이야"

"지금은 좀 이르고, 시간이 지나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 나눌 수 있을 거예요"


그 무슨 일에 대해서 조금 일찍 알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점심은 사담으로 화기애애하게 마무리 됐다.


'단독'인가 '독단'인가

한 똑똑한 기자분께서 메신저에 법조 단독기사만 올려주는 방을 개설해 주셨다. 순수 문과인 나를 포함한 여러 기자들이 감사하게도 그 방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요즘 이 방에 하루에 약 40~50개 정도의 기사 링크가 올라온다. 특검이 출범 전에는 한 10개 올라오면 '아 오늘 일 많네' 했었는데, 이제는 숨이 막힐 정도로 기사들이 쏟아지는 중이다. 그런데 그 기사들이 모두 유의미한 것은 아니다. '단독'이라는 꺽쇠를 달고 세 개의 언론사들이 순차적으로 같은 내용을 올리기도 한다. 기사를 취재한 기자를 알려주는 일명 '바이라인'에는 세 명에서 네 명의 이름이 올라오기도 하는데, 과연 이 사람들이 모두 이를 취재했는지도 의문이었다.


단독 기사가 올라오면 각 특검의 공보 담당에게 별 기대 없는 전화를 건다.

"수사 중인 사안이라 확인해 드리기 어렵습니다"라는 말도 이제는 귀에 못이 박힐 지경이다. 그 대답에서 뉘앙스라도 확인하기 위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니 위에서 언급한 특검보의 경험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언론사들은 이런 특검 공보의 약점을 활용하는 듯하다. 어차피 확인이 안 되기 때문에 그냥 기사가 나간다. 물론 엄청난 오보가 난 경우에는 특검 자체적으로 대응을 나서긴 하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소수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오보도 쏟아져 나오는 추세다. 이런 특검 공보와 달리 기사에 언급된 개인, 사업체 등은 공보를 적극적으로 한다. 기사에 나온 한마디 한마디가 타격이 크기 때문에 사실과 다른 부분들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대응을 한다. 하지만 이들의 적극 공보가 그다지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다.


유죄추정의 원칙과 연좌제

최근 김건희 여사의 '집사'로 불리고 있는 김예성 씨가 설립에 관여한 회사 'IMS 모빌리티'가 대표적이다. 아직 특검 수사로 잘잘못이 가려진 게 아님에도 IMS 모빌리티는 이미 기사들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 회사의 대표는 쏟아지는 단독 기사에 일일이 대응하며 회사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언론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폭격을 퍼부었다. 실로 폭력적인 행태에 대표는 최근 '마지막 응대'라는 말과 함께 입을 닫았다. 만약 IMS 모빌리티에 죄가 있다 하더라도, 그곳에 다니고 있던 직원 모두에게 생업을 포기해야 할 만한 죄가 있을까?


우리는 '워치독'일까

특검 정국 한 달째, 소위 '우리만의 기사'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포장된 독단기사들이 오늘도 홍수처럼 쏟아진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 권력을 감시하는 '워치독'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라고는 하는데, 그냥 내 개인적인 생각에는 너무 옆으로 센 감이 없잖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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