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과 협력 그 사이에서
'꽁냥이님은 지구 인맥왕'
명함 앱 '리멤버' 알람이 쌓여있어 오랜만에 들어가 봤더니 나보고 '지구 인맥왕'이라더라. 저 911명 중 나는 과연 몇 명의 사람과 지금까지 교류를 하고 있을까 생각하면 좀 씁쓸하긴 했다. 저 허상의 숫자를 걷어내면 실질적으로는 '동네 골목 인맥'일 텐데 말이다. 명함보다는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주고받는 시대에 아직까지 명함을 필수로 사용해야 하는 직업은 기자를 제외하곤 몇 개 없지 않을까. 명함을 계속 주고받다 보면, 각양각색의 직업이 명함집에 수북이 쌓이게 된다.
취재원보다 자주 만나는 타사기자
쌓인 명함 목록을 찬찬히 내려보다 눈에 들어온 건 바로 '타사기자' 비중이 엄청나게 높다는 것이었다.
나와 같은 직업을 가지고, 현장에서 경쟁도 하고 협조도 하다 보면 타사기자와 자연스레 친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기자 세계에서 재미있는 문화는 타사기자라도 자신보다 한 해라도 빨리 일을 시작하면 '선배'라고 부르는 점이다. "군대에서는 타부대 사람은 아저씨잖아"라고 말하며 '이건 정말 희한한 문화'라고 생각했던 나도 언제부턴가 타사기자를 보면 우선 '선배'라고 말하는 습관이 생겼다.
귀감이 되는 또 다른 동료
같은 취재 아이템을 가지고 이렇게도 보고, 저렇게도 보고, 또 새로운 취재형식을 시도하는 기자가 있고.'이건 도대체 어떻게 알았지?'라는 생각이 들 만큼 특종을 취재하는 소위 '단독 기자'들도 있다. 현장에서 CCTV를 같이 따거나 뻗치다가 친해지는 경우도 있고, 바이라인 뒤에 숨겨진 얼굴이 궁금해 따로 연락해 친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기자들이 하는 가장 큰 착각. '회사를 옮기면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려나?' 생각을 하다가도, 다른 공장 이야기를 들어보면 역시 거기서 거기라는 실상을 알게 된다.
'다른 회사'라는 틀을 벗어날 수 있을까?
친한 타사 기자 몇에게 유튜브를 같이하면 재밌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한 이슈나 사회 현상을 두고 A 방송사, B 방송사, C 일간지 기자들이 나와서 각자의 시각으로 풀어내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종의 기자들 간 '토론회' 혹은 '토크쇼'인 셈이다. 하지만 바로 각자의 회사에서 허락을 해주겠느냐는 말이 나왔다. 회사의 허락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우리들 각자가 그 회사를 대표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생각을 접었던 와중, 최근 참석한 한 기자 모임이 꽤 인상 깊었다. 방송, 신문 다양한 소속의 기자들이 따로 모여 각자 자신이 쓴 기사를 발제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 한 이슈를 두고 국내 기사와 외신 기사가 어떻게 다뤘는지를 비교해보기도 했다. 내가 방송기자여서 그런지 확실히 펜기자님들은 한 이슈를 파고드는 실력이 뛰어났다. 또 그림 제한 없이 마음껏 자신이 쓰고 싶은 말을 지면에 표출할 수 있었기에 심층적인 이슈를 다루는 것을 보면서 부럽기도 했다. 이런 사람들과 취재를 같이 해보면 재밌을 텐데..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올라왔다. 마치 마블의 어벤저스처럼, 각자가 가진 뛰어난 능력을 하나로 합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말이다.
특검을 하면서 또 연차가 다른 타사기자들을 많이 만나는 요즘이다. 연차 높낮이에 상관없이 먼저 다가가 인사하는 습관을 기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