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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래도 다시

by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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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윌리스 레드필드_The South Window _1941


지난번 사둔 캠핑 의자를 꺼낸다. 어디가 좋은지 고르고 골라 창가로 결정한다. 햇볕이 들어오는 큰 창 앞에 나의 빨간 의자를 펼쳐본다. 커피를 한 잔 타서 옆에 두고 유튜브 음악을 재생시킨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마음을 잔잔하게 만들어 준다. 고소한 커피 향도, 음악도 준비가 됐다. 이제 나만 자리에 앉으면 된다. 커피잔을 들고 캠핑 의자에 앉는다. 집이지만 캠핑하러 온 듯하다. 갑자기 불멍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빨간 불을 보고 있으면 잡다한 생각들이 순간 활활 타오르다 사라진다. 불어오는 가을바람이 불멍을 더 생각나게 만든다. 조만간 캠핑하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내 가능할까? 하는 마음이 쑥 밀려온다. 항상 무언가를 하자고 계획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다시 쉼에 집중해 본다.

‘아, 쉼이란 이런 거지’ 몸들 바를 모르겠다. 내가 이렇게 쉬어도 되는 건지, 호사를 누리는 기분이다. 밖을 내다본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정으로 바삐 길을 거닌다. 그들도 나처럼 바쁜 중에 잠시나마 쉼을 누리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너나 잘해’ 마음속 또 다른 자아가 나를 다그친다. ‘그래 나부터 잘 쉬어야’ 생각이 들지만 또 어떻게 잘 쉬어야 할지 어렵다. 쉬고 노는 것보다는 나는 일하는 것이 더 편한 사람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한 것보다 계속 쉬지 않고 무언가를 하는 편이 더 쉽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말이다.


바퀴를 돌리다 쉬면 다시 그 페이스대로 바퀴를 돌리기에 더 많은 힘이 든다. 그만큼의 에너지를 쏟아야만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바퀴를 멈출 수가 없다. 사람들은 쉬어야 더 힘차게 바퀴를 굴릴 수 있다고 말한다. 쉼이 원동력이 되어 더 잘 굴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두렵다. 원래의 속도를 낼 수 없을 것 같아서 두렵다. 더딘 나를 마주할까 무섭다. 어느 것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계속 굴러왔으니 계속 굴리는 삶이다. 다르게 살아볼까, 고민도 하지만 다시 이 삶에 맞추려 한다.


굴리다, 굴리다 보면 이러한 쉼도 감사하게 느껴질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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