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안 Mar 13. 2021

어쩌다 조직문화 담당자가 되었다

조직문화 담당자로 일하는 이야기를 왜 글로 쓰는가

조직문화 담당자로 일한 지 어느덧 3년째이다. 실리콘밸리 같은 문화를 만들겠다는 원대한 포부 아래 국내 여러 잡지에 나올만한 우수사례를 만들기 위해 조직문화 부서에 지원했다!고 말하면 좋겠지만... 문자 그대로 어쩌다 일하게 됐다. 부서이동을 원하던 시점에 마침 지금 부서에서 사람이 필요했고, 지원을 했고, 운 좋게 뽑혔다. 그게 조직문화 부서에서 일하게 된 계기의 전부다. 


그런데 신기하게 업무가 나랑 잘 맞았다. 단적인 예로 퇴근 후 읽는 책이 바뀌었다. 전에는 에세이류를 주로 읽었는데 조직문화 부서에서 일하고 난 뒤로 조직문화, 리더십, 경영일반, 심리학 책을 주로 읽는다. 전에는 손도 안 대던 책들이다. 조직문화 관련해서 웬만큼 유명하다는 책들이 집에 쌓여있는 걸 보고 스스로의 관심사가 변했다고 느꼈다.

실시간 우리 집 어딘가. jpg (사실 이중에 안 읽은 책도 많다)  

조직문화의 어떤 점이 나를 사로잡았을까. 일단 개인 성향상 구조를 짜고 토대를 만드는 일을 좋아한다.(보고서를 쓰면 누가 안 시켜도 구조도부터 그리고 있다...구조성애자) 무질서한 상황을 정리하고 질서를 부여하는 걸 좋아한다. 조직문화는 조직 구성원이 하는 행동의 기반이 되어 커뮤니케이션, 의사결정, 우선순위 결정 등 조직의 전 영역에 영향을 준다. 내가 짠 판 위에서 사람들이 행동하는 게 재밌다고 느꼈다.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기반을 바꾸는 일인 만큼 어렵다. 사실 대부분 실패한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바꾸면 많은 것이 변한다. 그때의 짜릿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조직문화 담당자로 일한 지 3년째이지만 회사생활을 시작한 지는 벌써 6년째가 됐다. 지금까지의 회사생활을 한번 돌아볼 타이밍이라고 느꼈다. 조직문화 담당자로 일하면서 스스로 묻고 답했던 질문들, 성장하기 위해 역량을 키웠던 방법, 그리고 몸으로 부딪히면서 배웠던 각종 업무 노하우들을 정리하려 한다.  부족한 경험이나마 나처럼 조직문화 업무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담당자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 


아참, 그리고 조직문화는 조직마다 정말 다 다르다. 조직의 탄생 배경, 업의 특성, 시장상황, 인원 규모, 성장단계에 따라 조직문화 활동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50명 조직과 500명 조직에서 조직문화 담당자가 해야 하는 역할은 같을 수 없다. 급격하게 성장하는 조직과 안정기에 들어선 조직에서 담당자가 해야 하는 일은 다르다. 내가 했던 경험과 역할은 우리 조직과 비슷한 조직에서만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 내가 속한 조직 규모와 조직 분위기 등을 미리 밝힌다. 앞으로 글을 읽을 때 참고하길 바란다.


규모 : 대기업 (약 4,000명)
설립연도 : 매우 오래됨
업종 : 식품, 제조업
성장 속도 : 정체기
분위기 : 수직적, 보수적


*눈치 빠른 조직문화 담당자라면 이런 상황만 봐도 대략 어떤 조직문화 일지 짐작하실지도. 네 그 짐작이 맞습니다.


메인 주제는 아니지만 서브 타이틀은 '보수적인 조직에서 조직문화 담당자로 살아가기', 혹은 '권한이 없는 조직문화 담당자로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정도이기도 하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를 단단한 벽에 신발이라도 집어던져서 작은 금이라도 내고 싶었던 담당자의 분투기로 읽어도 틀린 해석은 아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