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안 Jul 04. 2021

왜 지금 기업들에게 조직문화가 중요할까?

조직문화가 조직의 생존을 결정한다

조직문화가 조직의 생존을 결정한다


'조직문화가 조직의 생존을 결정한다'는 문장을 믿는다. 그도 그럴 것이 조직문화가 조직에 미치는 영향은 방대하다. 조직내 의사결정 방식, 커뮤니케이션, 주요 자원(돈, 시간 등)의 사용방법 등 조직문화가 영향을 주지 않는 곳이 없다. 회사를 움직이는 건 눈에 보이는 명문화된 규정이기도 하지만, '보이지 않는 율법' 조직문화이기도 하다. 따라서 어떤 문화를 유지하는지가 조직의 생존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조직문화 담당자가 아니고서는 '조직문화가 조직의 생존을 결정한다'는 문장을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그래 광범위한 영향을 주는 건 알겠어. 근데 조직문화가 나쁘다고  당장 회사가 휘청거리는 건 아니잖아"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들어 '조직문화가 조직의 생존을 결정한다'를 입증할 수 있는 직관적인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바로 인재영입에 있어 조직문화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현상이다.  


조직의 생존에 있어 인재영입의 중요성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국내 시가총액 1위 기업 삼성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배경에는 인재 중심 경영이 있다. 초대 이병철 회장은 1980년 전경련 강의에서 “나는 내 일생을 통해서 한 80%는 인재를 모으고 기르고 육성시키는 데 시간을 보냈다”고 할 정도로 인재를 중시했다.  능력있는 인재영입은 조직의 생존과 직결되는 핵심요인이다. 


그런데 조직의 미래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인재들이 기업을 선택할 때 연봉, 복지 뿐만 아니라 조직문화도 고려하기 시작했다.  한국경제 기사에 따르면  '자본시장의 꽃'이라고 불리던 IB(투자은행)·PEF(사모투자펀드)운용사·전략컨설팅사의 10년차 미만 주니어 인력들이 이탈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유니콘기업, 유망 스타트업이 자리잡고 있는 판교 기업들로 이직하고 있는데, 이들의 이탈요인 중 하나로 국내 IB·PEF 특유의 수직적 기업문화가 꼽힌다.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한국은행에서도 보수적인 문화로 인해 최근 20, 30대 직원들의 퇴사가 이어지고 있다. 


세대갈등이 보여주는 한국 기업들의 갈등 상황


그렇다면 도대체 기업을 떠나는 이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보수적인 문화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힌트는 '세대갈등'이라는 키워드에서 찾을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19년도에 실시한 세대간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 참가자의 63.9%가 세대갈등을 경험했다고 답한다. (대기업 11개, 중견기업19개, 총 12,920명 참여) 


직장인들이 세대갈등을 겪는 장면은 다양하다. 의사결정 장면을 예로 들면 윗세대는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일방적으로 업무지시를 하고 아랫세대는 이런 상명하복식 의사소통에 답답해한다. 회식 같은 경우 윗세대는 조직 단합과 소통을 위해 회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젊은 세대는 회식을 해도 장소 예약, 고기 굽기 같은 의전의 연속이라고 생각해서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복장을 놓고도 의견이 갈린다. 윗세대는 정갈하게 복장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복장도 제대로 못 챙기면서 어떻게 일을 잘하겠냐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는 일만 잘하면 되지 복장이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한다.  


세대갈등이 표면적인 현상이라면 본질은 서로가 선호하는 가치와 문화의 충돌이다. 의사결정 과정의 갈등은 일방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려는 윗세대와, 직급에 따른 구분이 아니라 동등한 입장에서 보다 나은 아이디어로 승부를 보려는 아랫세대의 문화, 즉 수직적 문화와 수평주의 문화의 충돌이다. 회식은 개인보다는 조직을 우선시하는 집단주의, 조직보다는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개인주의의 충돌로 이해할 수 있다. 


논문 <꼰대, 한국기업 조직문화 차원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은 역사적으로 수직적-수평적, 집단주의-개인주의, 온정주의-성과주의의 긴장 관계" 속에 있는데, 이러한 갈등이 심화된 결과 최근 젊은 인재들이 조직을 이탈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IT기업은 과연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과거에는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참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대기업이라는 양질의 일자리에 일단 취업을 하게 되면 회사원 신분을 유지하는 이상 별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상황이 달라졌다.  


산업구조가 제조업 중심에서 기술, IT, 서비스로 바뀌어 가며 전통 대기업 외에도 비교적 젊은 새로운 기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대체로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문화를 지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선두에 네이버, 카카오 같은 IT 대기업이 있고, 그 뒤를 유니콘 기업, 스타트업들 따르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과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외국에서 유입되 자금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도 젊은 IT기업들에게는 호재다. 21년 들어 3분기까지 외국 벤처캐피털(VC)은 국내 스타트업에 5조원 규모의 뭉칫돈을 투자했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전산업의 디지털화가 가속화했는데 이또한 IT기업들이 고속성장하는 기회가 되었다. 


이처럼 돈이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IT기업들은 인재영입을 위해 충분한 보상을 지급할 수 있는 실탄을 확보하게 되었다. 높은 성장가능성, 새로운 조직문화, 매력적인 처우를 내세우는 IT기업들이 기존 대기업의 보수적인 문화에 실망한 직장인들에게 새로운 대안처럼 떠오르는 모양새다. 구직 시장에서 절대적 우위를 차지했던 전통 대기업들은 이제는 새로운 문화로 무장한 기업들과 인재영입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앞으로 구직자들은 쇼핑할 때 가격, 품질, 디자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처럼 기업을 선택할 때도 연봉, 복지 뿐만 아니라 조직문화까지 꼼꼼히 따져보고 나에게 맞는 기업을 선택할 것이다. 잡플래닛, 블라인드로 인해 기업들의 내부사정을 전보다 알기 쉬워졌고, 리멤버 커리어, 원티드 같은 플랫폼의 발달로 전보다 이직이 쉬워졌다. 커리어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이제는 새로운 조직문화 모델이 필요하다 


물론 새로운 문화를 지향한다고 알려진 IT기업들도 완벽하지는 않다. 대외적으로는 수평적 문화를 내세우지만 내부적으로는 대기업의 상명하복식 문화와  별반 다르지 않는 사례도 있다(매일경제, <"대기업 꼰대 피하려다 판교서 '젊꼰' 만났네요"…스타트업 탈출하는 MZ세대>, (21.8). 


중요한 건 과거의 조직문화 모델은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감시와 통제 관점에서 구성원을 옥죄기만 하는 문화로는 더 이상 핵심인재들을 영입하기 힘들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조직문화 모델이 필요하다. 앞으로 어떤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할지는 책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의 서문에 나오는 문장이 시사점을 준다.  "사람은 본래 선하다는 믿음 그리고 직원을 기계가 아니라 회사의 주인처럼 대할 용기만 있으면 된다.” 


앞으로 어떤 모습의 조직문화 모델이 필요할지 뚜렷하게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새로운 조직문화 모델을 먼저 만들어낸 기업이 미래를 선점할 것이라는 건 확실하다.  




*참고자료

월간조선, <호암은 기업가가 아니라 시스템 설계자>
http://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nNewsNumb=201003100049 

연합뉴스TV, <'사람이 전부다'…이건희 회장의 인재 경영>
https://www.yna.co.kr/view/MYH20201025005200641 

한국경제, <"고연봉 IB·컨설팅社도 싫다"…'인재 피라미드' 맨 위에 스타트업>,(21.8)
https://www.hankyung.com/finance/article/2021081668491?fbclid=IwAR1-aLZ6jwEbmrlwWpUBgg4qixo_aBd1w3KNP-Vhn3mC-o97SGi83jU1TSw 

파이낸셜 뉴스, <젊은 직원 떠나는 '신의 직장'…한국은행 20·30대 퇴직자 10년새 2.4배↑>, (21.10) https://www.fnnews.com/news/202110140952093017 

대한상공회의소, <직장 내 세대갈등과 기업문화 종합진단 보고서>, (20.4) 
http://www.korcham.net/nCham/Service/Economy/appl/KcciReportDetail.asp?SEQ_NO_C010=20120932732&CHAM_CD=B001 

김성준·이중학·채충일, <꼰대, 한국기업 조직문화 차원의 탐구>,(21.5) 

매일경제, <중국 규제에 한국 스타트업 반사이익..글로벌 뭉칫돈 몰린다>, (21.11) 
https://news.v.daum.net/v/20211101175108732?fbclid=IwAR2_Y2CZVDLDh_OYn3M0WWA6WxQN7pZgfYkd9sZGlBzPm7Vzh-1_Y9-eZaA 

조선일보, <MZ세대는 소리 소문 없이 옮긴다… 구인앱 타고 ‘스텔스 이직’>,(21.8) 
https://www.chosun.com/economy/economy_general/2021/08/11/ZEZ4EYG6XFGGPBWHHKQGWXCRTU/ 

매일경제, <"대기업 꼰대 피하려다 판교서 '젊꼰' 만났네요"…스타트업 탈출하는 MZ세대>, (21.8)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1/08/75530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