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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안 Jul 11. 2021

막막할 때는 커뮤니티에서 시작하자

조직문화 담당자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

커뮤니티에서 학습을 시작하다


조직문화 담당자는 되었는데 정작 조직문화가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문화라는 단어가 들어가니까 뭔가 말랑말랑하고 좋은 것 같기는 한데 ‘조직’문화라니. 회사에서 중요하다는 느낌만 있을 뿐 조직문화가 무엇인지, 회사에서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왜 중요한지 속시원히 대답할 수 없었다.


(그럴 일은 거의 없지만) “어이 조직문화 담당자가 됐다며, 평소부터 궁금했는데 그래서 조직문화가 뭐야?”라고 누군가 물어보는 상상을 하며 회사를 다녔다. '조직문화 담당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으면서 자신의 분야를 모른다는 것 자체가 마음의 부담이었다.


찝찝함을 털어버리기 위해 조직문화를 제대로 파보기로 마음먹었다. 모르는 걸 알고 싶을 때는 머리카락 쥐어뜯을 시간에 나보다 그 주제를 잘 아는 사람을 찾아서 물어보는 게 더 낫다. 그리고 나보다 잘 아는 사람을 소속된 회사와 상관없이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커뮤니티였다.   


마침 평상시에 이용하던 유료 독서모임 '트레바리'에서 조직문화를 주제로 한 모임이 열린다는 안내문을 봤다. 모임은 <어서 와 리더는 처음이지>의 저자 장영학 님이 이끌었다. 조직문화 쪽으로 나보다 업력이 높은 사람은 조직문화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듣고 싶었다. 망설임 없이 모임을 신청했다.  


커뮤니티의 학습의 장점


'트레바리'로 시작한 커뮤니티 활동은 나중에 영학 님이 운영하는 HR 담당자 모임 <인사이트>로 이어졌다. 그곳에서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생생한 경험과 자신만의 인사이트를 아낌없이 나눠주는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다. 커뮤니티는 회사생활을 하는 동안 나만의 비밀 무기가 되었다. 다음과 같은 장점 때문에 커뮤니티 활동을 적극 추천한다.  


① 현장감 넘치는 디테일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인사이트>의 경우, 2주에 한 번씩 참여자들이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자신의 사례를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직문화 개선사례부터, 평가제도 설계 방법,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 운영 사례 등 다양한 주제로 모임이 진행되었다.


인터넷 검색이나 책을 통해 얻는 정보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현장감이 떨어진다. 핵심만 정제해서 전달하다 보니 실무자가 궁금한 디테일한 정보들은 얻기 어렵다. 신규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경영진을 어떤 논리로 설득했는지, 내부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했는지, 외부 업체를 활용했다면 예산은 얼마나 들었는지처럼 당장 일할 때 필요한 정보들은 책이나 인터넷에 잘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커뮤니티에서는 디테일하면서도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협회나 컨퍼런스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시도했다가 망한 프로그램이 있다면 그 이유까지 솔직하게 서로 이야기했다. 실무자들끼리 있는 편한 자리다 보니 굳이 있어 보이는 척, 잘난 척할 필요가 없었다.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다 보니 궁금한 점이 있으면 바로 물어볼 수 있는 점도 장점이었다.


커뮤니티 덕분에 직접 해본 적 없는 업무도 어디서 시작해서 어떤 흐름으로 끌고 가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무엇이 중요하고, 어떤 점은 조심해야 하는지 안다는 건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된다. 정확한 공략법을 알면 어려운 게임을 쉽고 빠르게 클리어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렇게 되면 처음 하는 업무도 시행착오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비용, 낭비되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조직문화 진단을 실시할 때 커뮤니티를 통해 큰 도움을 받았다.


② 네트워크를 통해 양질의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기업에서 일하는 담당자들과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이런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으면 실무 할 때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벤치마킹이 필요할 때는 컨택 포인트를 바로 알 수 있고, 타기업 사례를 조사해야 할 때는 메일 한 번으로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실제로 여러 번 도움을 받았다.


가장 기억나는 사례로는 경영진 지시사항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다양성과 포용(Diversity and Inclusion)' 정책을 조사할 때다. 자료 검색을 통해 기본적인 개념과 회사들이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사례는 알 수 있었지만 내부 직원들의 반응 같은 회사 내부의 정보는 알 수 없었다.


마침 그 당시에 참여하고 있던 독서모임의 한 인사담당자분이 생각났다. 글로벌 회사에서 일하며 미국 현지에 계신 분이었는데, 독서모임이 온라인으로 진행되어 함께 몇 달 동안 책을 읽고 토론하는 중이었다. 정중하게 이메일 인터뷰를 요청드렸고 흔쾌히 응해주셨다. 덕분에 신속하게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보고서의 퀄리티가 한 단계 올라갔다.    


예상치 못했던 혜택도 있었다. 어느 순간 팀 안에서 발이 넓은 사람으로 포지셔닝되었다. 타사 사례나 최신 트렌드를 조사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이제는 팀장님도 "지안씨 아는 사람 없어?"라고 물어본다. 팀에서의 입지가 단단해지는 부가적인 효과도 있었다.


③ 항상 겸손해진다


회사 내에서 업무를 하다 보면 자주 핑곗거리가 생긴다. 경영진이 도와주지 않아서, 예산이 없어서, 사내 시스템이 받쳐주지 않아서 등등. 그럴 때면 '그동안 열심히 했잖아? 이 정도면 충분히 잘했어. 적당히 하자'는 내면의 유혹에 흔들린다.


그럴 때 커뮤니티에 가면 정신이 번쩍 든다. 커뮤니티 활동을 하며 '저렇게까지도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그리고 다양한 담당자분들을 만나며 '저렇게까지도 하는구나'에서 '저렇게'의 기준이 점점 높아졌다.


리더십 변화를 위해서는 1년짜리 교육을 돌려야 한다고 자신의 목을 걸고 주장했던 분, 몇 달이 걸릴 일을 한 달만에 해내고 CEO에게 독하다는 소리를 들었다는 분, 수평조직으로 조직개편과 평가 제도 설계를 함께 해내는 분. 그저 해야 할 일을 했다는 듯 담담하게 말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한없이 겸손해진다. 아직 경험할 것도, 배울 것도 많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한때 업무를 가르쳐주는 선배가 없다고 한탄했던 적이 있다. 지금은  이상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내가 당장 일하고 있는 조직에 없을 , 업계에는 멘토가 되어줄 선배들이 수두룩 하다. 당장 같은 사무실에 업무를 가르쳐주는 선배가 없다면 회사 바깥으로 찾아 나서자. 내가 아는 가장 쉬운 방법은 커뮤니티로 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커뮤니티가 있을까?


오직 조직문화만 전문으로 다루는 커뮤니티는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없다.(내가 모르는 모임이나 커뮤니티가 당연히 있을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다.) 조직문화만 다루면서 커뮤니티를 장기간 끌고 가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리고 조직문화는 복합적인 요인들의 결과물에 가깝기 때문에 HR전반에 대해 폭넓게 아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직접 참여해봤거나 참여하지 못했지만 유명한 커뮤니티를 소개한다.


① 트레바리의 <요즘 뭐해? HR人>

유료 독서모임 트레바리의 클럽 중 하나다. 조직문화와 관련된 책을 읽고 월 1회 읽고 토론하는 모임이다.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 중이다. 저번 시즌 멤버들이 좋아서 이번 시즌도 참여할 생각이다. 현재 다음 시즌 멤버를 모집 중이다.


*참여 신청 링크

https://trevari.co.kr/clubs/show?clubID=fc2a065a-2237-4d13-be9e-fec561943d75&tagID=ONLINE


② 장영학 님의 <인사이트>

얼라인업 대표이자 <어서 와 리더는 처음이지>의 저자 장영학 님이 리딩 하는 커뮤니티다. 2주에 한 번씩 모여서 조직문화, HR관련 사례를 서로 공유한다. 코로나로 인해 최근에는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현재는 상반기 시즌이 종료되었고 8월 이후 하반기 시즌 멤버 모집을 시작할 예정이다.


③ 원티드의 <인살롱>

요즘 HR에서 핫한 커뮤니티다. 개인적으로 SNS에서 팔로우하는 분들이 칼럼이나 좋은 글을 많이 올리시길래 알게 되었다. 시간 될 때 한 번씩 들어가서 다른 담당자분들의 경험이나 인사이트를 공유받고 있다.


*사이트 링크

https://hr.want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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