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 스터디 01 : 제주맥주의 조직 내 소통을 위한 노력
코스닥 상장을 앞둘 정도로 잘 나가는 제주맥주지만 한때는 마케팅실이 깨질 뻔한 위기가 있었다. 바로 '소통' 문제 때문이다. 하루는 마케팅실을 책임지는 권진주 이사에게 본인에 대한 욕이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실무자가 스마트폰을 통해 보고를 하는데 마침 카톡 알람으로 살벌한 욕이 전송됐던 것. 그 사건을 계기로 조직 내 갈등이 심각한 수준임을 권 이사는 인식하게 됐고, 더 이상 바쁘다는 핑계로 소통 문제를 방치할 수 없음을 알게 된다. 그 뒤로 1:1 미팅, TMI 대화 방식 도입, KSS카드 활용 등을 통해 조직 분위기를 바꿔 나간다.
1. 직원과 리더 사이에 정보격차가 발생했다
마케팅실을 책임지는 권진주 이사는 창립멤버로서 회사에 관해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다.
제주맥주 입사 전부터 제주맥주 경영진을 찾아가 자주 대화를 나누었고
입사 전 10년 동안 식음료 마케터로 일했기 때문에 시장 상황과 회사의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막 회사에 합류한 직원들은 회사와 일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가 부족했다.
기업규모, 회사 비전 등을 설명해 주는 사람이 없고
조직에 대한 믿음을 좌우하는 경영진의 전문성과 역량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 부족
권 이사 본인은 회사 비전을 이해했지만 다른 팀원에게 공유하지 않았다. 코앞에 닥친 일 처리하기도 너무 바빴다. 직원에게 처리해야 하는 일을 시키는 소통만 했다.
"(권진주 이사) 당시 저는 공감 능력이 없었던 것 같아요. 제 상황에만 몰입해서 팀원들의 불만을 캐치하지 못했죠. 게다가 팀원들도 저처럼 자기가 선택한 회사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거라 착각했어요. 제가 정보 공유를 꽤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회사 돌아가는 사정은 각자 눈치껏 파악하는 거지 뭘 하나하나 물어보나', '이제 만들어가는 회사가 비전이 확실할 수 있나, 알아서 판단하는 거지' 생각했어요. 다들 어려서 스스로 답을 찾지 않는다고도 여겼죠. 이해하도록 돕는 게 저의 역할인데 말이에요.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네요."
2. 리더의 제대로 된 업무 가이드, 코칭, 피드백이 없었다.
권 이사는 혼자서 신제품 총괄을 맡고 있었던 터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직원들이 업무추진에 관한 고충을 상담해도 '할 수 있다'는 말만 남기고는 슝-하고 사라져 버렸다. 구체적인 업무지시와 피드백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 과정이 반복되자 직원들은 일을 배운다는 느낌도 갖지 못하고 제대로 일하고 있는 건지, 이게 경력이 될 수 있는 건지 의심하게 되었고 '내 커리어가 망가지고 있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직원들은 권 이사의 얼굴을 보기도 힘들었고, 어쩌다 한 번 만나서 고충을 털어놓아도 "하면 돼! 할 수 있어! 나도 처음인데 해보니까 되더라!"라는 말만 되돌아 옴. 그런 일을 몇 번 겪고 나자 아예 대화 시도를 하지 않게 됨.
신제품 론칭 행사를 맡은 또 다른 매니저는 수차례 업무 피드백을 권진주 이사에게 요청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피드백을 받지 못함. 결국 론칭 10일 전 막판 점검 미팅에서 권 이사는 진행되지 않은 일이 많다는 걸 알게 되고 왜 미리 말하지 않았냐고 담당자에게 화를 냄. 담당자는 답답함을 느낌.
1. 리더-직원 간 1:1 미팅 실시
1년 동안 꾸준히 '어둠의 기운'이 느껴지는 팀원 호출해 2~3시간씩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때 했던 미팅은 원만하게 진행되거나 기분 좋게만 끝난 건 아니었다. 1년 동안 서로 어색하고 불편한 마음을 견디면서 대화했다.
"(권진주 이사) 저는 항상 일이 중요하다고만 생각했지 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적은 없었어요. 그런데 팀원들 입장에서는 일을 잘 해내기 위해서는 소통이 절실했더라고요."
2. TMI(Too much information) 대화 도입
권 이사는 면담을 할 때마다 서로 이해가 될 때까지 TMI로 이야기해보자고 제안. 너무 많이 이야기한다 싶을 정도로 많이, 자세히, 이해가 될 때까지 이야기해보자는 것.
전에는 불쑥 "이것 좀 검토해주세요"라고 업무지시를 했다면, 이제는 '아!'하고 돌아서서 그게 무슨 이야기인지, 왜 그걸 해야 하는지 20~30분씩 설명
단어나 문장도 하나하나 풀어서 매우 구체적으로 이야기. 예를 들어 "숫자가 나와야죠"라는 말을 "투자 대비 효과가 나와야 해요"라는 말로 설명하는 식. 나중에는 제주맥주 '용어집'으로 정리하기도.
3. 직접 말할 수 없을 때는 KSS 카드 활용
여러 노력을 통해 전보다는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지만 그래도 할 수 없는 이야기가 있었다. 예를 들어 권진주 이사의 야근 문제. 신규 입사자는 회사에 살다시피 하는 권진주 이사 눈치를 보며 야근하는 일이 많았다. 정작 권 이사는 본인이 저녁에 일하는 걸 선호할 뿐, 직원 야근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런 상황을 직원들은 불편해하지만 말하지 못했다. 이렇게 말하지 못하는 걸 KSS 카드를 활용해 적어달라고 요청했다.
계속해야 할 것(Keep), 그만해야 할 것(Stop), 시작해야 할 것(Start) 이 세 가지를 자신을 포함한 팀원들 모두 서로 적어달라고 제안. 직접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통로 역할로 KSS 카드를 활용.
권 이사 카드에는 이런 내용 적혀있었음 "업무 할 때 인상 쓰지 말았으면 좋겠다" "야근을 그만하면 좋겠다. 야근이 일 잘하는 조직문화인 것처럼 보인다."
권 이사는 자신이 받은 카드 내용을 마케팅실 전원 앞에서 그대로 읽어주고 피드백. 우선 "이런 이야기 들려줘서 고맙다"라고 말하고 "야근을 권장하는 게 아니다. 내가 야근한다는 이유로 덩달아 야근하면 인정받는 것도 아니다"라고 자신이 생각하는 개선점과 오해하지 않길 바라는 지점을 명확히 밝힘.
실제로 행동으로도 보여줌. 집에 돌아가 일 하더라도 사무실에서 늦게까지 일하지 않음. 밤늦게 혹은 새벽에 이메일 보내는 일도 멈춤. 일부러라도 그런 모습 보여줌.
안 바쁜 회사는 세상에 없다. 바쁘다는 핑계로 소통을 게을리하다가는 불필요한 오해가 쌓이는 '커뮤니케이션 부채'가 생긴다. 이 부채가 점점 커지면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는 큰 갈등으로 되돌아온다. '줄 퇴사' 같은 파국을 맞이하기 전에 미리 회사-직원 간 소통에 충분한 자원(시간)을 투입하자.
"(권진주 이사) 저는 윗사람이 업무를 지시하면 제가 찰떡같이 알아듣고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배웠어요. 그래서 소통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렇게 소통을 외면하는 게 오히려 조직의 문제를 키우고 비효율을 증대시키는 일이란 걸 알게 됐습니다."
*폴인의 <죽어가던 제주맥주 팀워크를 살린 TMI 문화 : 소통>을 읽고 인상적이었던 주요 내용을 요약한 글입니다. 전문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해주세요.
https://www.folin.co/story/1584